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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출판 무간
시가 써지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아무리 쓰고 싶어도 막막해질 뿐 마음은 깊은 늪 속에 빠져 허우적거릴 때가 있습니다. 설혹 시가 써졌다 해도 이런 기삭 나와 독자들의 현실적 삶에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싶어 깊은 자괴감에 빠지고 맙니다. 이럴 때 저는 '아, 내가 준비가 부족하구나. ..
저는 지금까지 직선적인 삶을 지향해왔습니다. 이리저리 휘돌아가는 곡선적인 삶보다 한걸음에 앞으로 내달릴 수 있는 직선적인 삶을 살고자 노력해왔습니다. 강물처럼 이리저리 굽이치는 사람이 되기보다 절벽 아래로 꼿꼿하게 떨어지는 폭포 같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해왔습니다. 오..
제가 제일 좋아하는 감독 압바스 기아로스타미가 만든 영화 '체리향기'의 한 장면이 떠오릅니다. 이 영화는 주인공 바디가 수면제를 먹고 누워 죽음을 기다리는 동안 자신의 몸 위로 흙을 덮어줄 사람을 찾아나서는 이야기인데, 돈을 많이 준다고 해도 아무도 그의 제의에 동의하지 않습..
한 악마가 사람들을 유혹하는 데 사용해 왔던 도구를 팔려고 시장에 내놓았습닏. 도구의 종류는 참으로 다양했습니다. 악마가 사용하는 도구답게 흉악하고 괴상망측한 것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진열된 도구들 한 족에 값을 매기지 않은 작은 쐐기 하나가 놓여 있었습니다. "저..
우리는 어떤 불행한 일이 일어나면 당장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느냐'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일이 자신에 의해 일어나게 된 게 아니라,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하고, 그 일이 일어나게 된 배경과 원인에 대해 원망하는 마음부터 갖습니다. 그러..
모든 만남에는 반드시 이별이 있습니다. 만남은 이별을 전제로 합니다. 만남 속에는 이별의 날카로운 얼굴이 숨어 있습니다. 세월이 지나면 지날수록 이별의 얼굴은 더 날카로워져 이별의 순간만을 엿봅니다. 비록 보이지는 않지만 이별의 얼굴이 지닌 눈빛은 날카롭습니다. 만남과 이별..
요즘 친구들과 전화 통화를 하게 되면 친구들이 이야기 끝에 가끔 이런 말을 합니다. "호승아, 요새 왜 이렇게 외로운지 모르겠어.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요즘 들어 정말 외로움이 느껴져" 친구들이 처음 그런 말을 했을 때에는 그냥 하는 말이려니 하고 귀담아 듣지 않았습니다. 그런..
나는 시인이 되지 않았으면 무엇이 되었을까. 시가 밥을 먹여주는 것도 아니고, 시가 꽃 한 송이보다 못할 수가 있는 것인데도, 저는 지금 제 이름 앞에 '시인'이라는 이름 외에는 더 이상 붙일 게 없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한 때는 고등학교 국어교사였으며, 한 때는 이런저런 잡지의 기..
시간은 늘 참된 소유자를 만나려고 합니다. 시간의 참된 소유자는 시간을 잘 관리하고 활용합니다. 먼저 해야할 일과 나중에 해야할 일을 구분함으로써 쓸데없는 일에 시간을 낭비하는 일이 없습니다. (중략) 프란치스꼬회 박재홍 수사님은 "시간은 시간으로 존재하지 않고, 노력의 결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