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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곡선으로 직선을 그려라!

독립출판 무간 2016. 10. 3. 10:24

저는 지금까지 직선적인 삶을 지향해왔습니다. 이리저리 휘돌아가는 곡선적인 삶보다 한걸음에 앞으로 내달릴 수 있는 직선적인 삶을 살고자 노력해왔습니다. 강물처럼 이리저리 굽이치는 사람이 되기보다 절벽 아래로 꼿꼿하게 떨어지는 폭포 같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해왔습니다. 오직 직선적 삶만이 시간을 절약해주고 목적하는 바를 보다 빨리 이루어주는 효과적인 삶의 태도라고 믿어왔습니다.

물론 사람도 직선적인 사람을 더 좋아했습니다. 솔직하고 남의 눈치 보지 않고 제 갈 길을 부지런히 걸어가는 사람이야말로 제가 꼭 닮아야할 아주 이상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그러나 제가 아무리 직선적인 삶을 살고 싶었다 해도 인생은 직선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아무리 직선적인 삶을 지향한다 하더라도 때가 되면 인생은 꼭 견디기 어려운 일들로 방향을 틀어 곡선을 이루었습니다. 그리고 한번 이루어진 곡선은 되풀이해서 다른 고통의 곡선을 이루었습니다. 인생은 근본적으로 곡선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직선을 지향하더라도 곡선으로 직선을 그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젊음은 직선입니다. 그것도 날카로운 직선입니다. 사람이 익어서 부드러워지기 전까지는 젊음의 선은 무척 강하고 날카롭습니다. 그렇지만 젊음이 오직 직선만으로 이루어지는 건 아닙니다. 젊을 때일수록 직선 속에 곡선을 포함하려는 의지가 요구됩니다. 곡선은 삶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좌절과 도전이 되풀이되는 곡선 속에서 젊음의 꿈은 천천히 이루어집니다.

곡선 없는 직선은 불안정합니다. 탁자 모서리에 놓인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유리병처럼 불안합니다. 직선은 마음의 여유가 없습니다. 참고 견디는 인내의 힘과 부드러움의 힘이 부족합니다. 언제 무너질지 모릅니다. 그러나 곡선에 의해 이루어진 직선이라면 튼튼하고 안정적입니다.

사력댐인 강원도 소양댐이 바로 그렇습니다. 사력댐은 흙과 모래와 자갈을 일정 비율로 섞어 마치 고물떡을 찔 때처럼 켜켜이 쌓아 만드는데, 콘크리트 댐보다 훨씬 덩 강하고 튼튼합니다. 콘크리트가 직선이라면 흙과 모래와 자갈은 부드러운 곡선입니다.

길도 곡선이 더 여유 있고 아름답습니다. 꼬불꼬불한 산길은 아직도 아름다운 자연의 여유와 감동을 선사합니다. 중부고속도로로 재빨리 달리는 맛보다 박달재가 있는 예전의 도로로 느릿느릿 가는 맛이 훨씬 더 좋습니다.

직선은 변화가 없지만 곡선은 변화가 있습니다. 변화없는 삶은 답답하고 무미건조합니다. 하루에도 아침이 있고, 오후와 저녁이 있고, 깊은 밤이 있습니다. 자연도 질서 있는 계절의 변화 속에서 아름다움을 창조합니다. 겨울만 있다면 우리의 삶이 그 얼마나 쓸쓸하고 삭막하겠습니까.

비록 직선이 시간을 단축시킨다 해도 단축된 만큼 삶의 깊은 맛은 주지 못합니다. 그러나 곡선은 느리고 멀리 둘러가도 깊은 맛을 건네줍니다. 그 맛은 사람을 부드럽게 하고 여유를 지니게 합니다. 우리에게 여유와 부드러움이 없다면 다른 사람과 마찰을 일으킵니다. 그러나 여유를 지니고 부드러운 곡선의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다른 사람과 마찰을 일으키는 일은 없습니다.

곡선만이 부드러움과 여유로움을 선물합니다. 마음을 낮추게 하고 굽히게 합니다. 원수를 원수로 갚으려는 마음은 직선의 마음입니다. 그런 마음을 참는 마음은 곡선의 마음입니다. '원수를 사랑하라'고 한 성경 말씀도 결국 곡선의 마음을 강조한 말씀입니다.

사랑은 곡선입니다. 곡선으로 만든 직선입니다. 아버지가 직선이라면 어머니는 곡선입니다. 이 직선과 곡선의 조화에서 우러나온 사랑이 우리 삶의 원동력입니다.

(정호승,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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