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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와 진실 : 나는 괴로운데, 상대는 괴롭지 않다?

독립출판 무간 2016. 9. 14. 10:26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눌 때에는 그 사람을 쳐다보는 게 중요하다. 예의상 그런 것이기도 하지만 상대의 표정을 통해 고통과 번뇌를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분노나 탐욕의 번뇌를 직접 말이나 행동으로 드러내지 않고 숨기려 해도 얼굴에 나타나는 것까지 감추기는 힘들다.

 

상대를 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눈이다. 눈을 보면 눈동자를 굴리며 이곳저곳을 바라보고 있는지, 지긋이 한 곳을 바라보며 안정되어 있는지, 눈을 내리깔고 아래를 보고 있는지, 앞에 있는 내 얼굴을 보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갑자기 상대의 눈동자가 불안하게 흔들리는 경우가 있다. 마음이 생각의 잡음에 점령되는 순간 나타나는 현상이다. 갑자기 시선을 돌리거나 표정이 어두워지는 것도 모두 마음에서 일어나는 번뇌 때문이다.

 

얼굴 근육을 관찰하는 것도 상대의 마음을 읽는데 도움이 된다. 볼 주변이 긴장되어 있지는 않은지, 입가에 가식적이고 부자연스러운 미소를 띠지는 않는지, 미간에 주름이 생기지는 않는지 살펴본다. 미간의 주름은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생기는 경우가 많다. 얼굴 표정을 읽는 것으로도 상대의 마음에 일어나는 변화를 민감하게 알아챌 수 있다. 표정이 일그러진다면 상대가 말은 안해도 지금 무척 괴로워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상대의 고통을 무시하면서까지 지금까지 하던 이야기를 계속 하기란 쉽지 않다. 대부분은 이야기의 흐름을 수정하라는 신호로 상대의 고통스러운 표정을 받아들인다.

 

몸짓도 표정만큼이나 중요하다. 보통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으면 몸도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 하지만 집중력이 떨어져 산만하게 되면 몸짓이 많아지고 자세도 흐트러진다. 손을 주무르거나 손가락을 움직이고, 다리를 떨거나 기지개를 켠다. 이렇게 몸집이 산만해지거나 필요이상으로 긴장해 딱딱하게 굳는 것은 상대방의 이야기가 지루해서 고통스럽다거나 기분 나쁘다는 증거이다. 따라서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왠지 분위기가 어색해지거나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때 상대를 잘 관찰해 보면 마음 밑바닥에 깔려 있는 고통이 보인다. 그러면 이야기의 흐름을 수정할 여유가 생기고 재빨리 대응할 수도 있다. 상대의 고통을 알게 된 이상, 대부분 그것을 덜어주고 싶다는 자비심이 생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계속 상대의 고통을 알지 못해 아무런 대처를 하지 못하면 상대는 내 이야기를 지루한 표정으로 고통스럽게 듣기 시작한다. 또 부정적인 말대꾸를 하기도 한다.

 

막상 상대의 고통을 깨닫게 되었을 때 화를 내는 사람도 많다. '내 이야기를 이따위로 듣다니... 정말 예의 없는 사람이군'이라고 생각하며, 상대를 가해자로 자신을 피해자로 여긴다. 하지만 정말 괴로운 사람은 상대방이다. 상대가 나의 희생제물이자 피해자라는 사실을 제대로 이해하면 그를 고통 속으로 몰아넣으며 화를 내거나 공격하고 싶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코이케 류노스케 지음 / 유윤한 옮김, 생각 버리기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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