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출판 무간

약초텃밭, 채소재배의 기원이다! 본문

풀꽃세상야

약초텃밭, 채소재배의 기원이다!

독립출판 무간 2016. 8. 19. 13:35

식물과 동물은 본디 야생이다. 원래 식물은 먹이와 짝을 찾아 움직이는 동물이나 곤충을 통해 야생으로 번식했지만, 인간이 씨앗을 취해 일정한 장소에서 재배하기 시작한 뒤로 개 중의 어떤 것은 '농작물'이 되었다. 야생동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야생동물을 잡아다 사육하여 길들인 것을 가축이라고 한다. 재배와 사육을 통해 인간이 자연을 지배하기 시작한 것이다.

 

인간은 취사선택한 식물을 개량하여 재배와 수확을 용이하게 만들었다. 씨를 먹는 곡물의 선택은 지역마다 달랐다. 아메리카 인디언 마야문명은 옥수수를 선택했으며, 동양의 황하문명은 밀과 쌀을, 메소포타미아 문명은 밀을 선택했다. 이들이 선택한 주요 곡물은 오랜 기간 저장할 수 있으며, 씨앗에 많은 영양분이 내재되어 있어 체내에 저장이 가능했고, 에너지원이 되어 칼로리 또한 높았다. 인간이 씨앗을 먹는다는 것은 음식을 통해 식물의 유전적 형질을 섭취하는 것을 뜻한다.

 

식물은 저장성이 약하기 때문에 인간들은 특별히 식물을 재배하지 않았고, 숲이나 들에서 채취하여 약초로 사용하였다. 병이 들거나 공격으로부터 상처를 입은 야생동물들은 풀밭에서 특정한 풀을 열심히 뜯어 먹는다. 그들은 본능적으로 제 병을 낫게 할 수 있는 풀을 알고 있다. 인간도 그것을 보고 터득했다. 그러다가 비상시에 대비하여 치유능력이 있는 식물을 가져와서 약초밭을 만들기 시작했다. 최초의 정원은 그렇게 생겨났다.

 

이집트 여신의 신성한 식물이었던 상추는 신에게 의식을 올릴 때 주로 사용하였고, 사제들만이 비밀리에 먹던 음식이었다. 그리스와 로마인들은 마음을 맑게 하고 잠을 청하기 위해 주로 밤에 상추를 먹었으며, 과도한 음주 습관 및 발기 부전을 치료하기 위해 상추를 먹었다. 중세에는 수도원에서 약초연구를 위해 상추, 감자, 오이 등을 심고 재배하였다. 일반인들도 식물을 음식보다는 치료약으로 가꾸었다.

 

식물을 치료 목적으로 사용했다는 구체적인 기록은 기원전 3000년 경부터 나타난다. 기원전 2600년 바빌로니아Babylonia 및 수메르Sumer 사람들은 식물을 이용하여 주문을 외움으로써 환자를 구하려 했다는 사실이 진흙조각에 남긴 기록을 통해 밝혀졌고, 기원전 2900~1900년 고대 이집트에서는 약학적 목적의 식물채취나 재배가 활발하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인도에서는 전통의학서인 아유르베다, 중국에서는 신농본초경을 통해 식물에 대한 관심이 약학으로부터 출발했음을 알 수 있다. 

 

양약은 대부분 천연식물에서 추출한 약용성분을 화학적으로 합성해서 제조한 것들이다. 소아 백혈병 환자의 빈크리스틴vincristine 약물은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섬의 자생식물인 '장춘화'라는 천연 약용식물에서 추출하여 제조한 생리활성 유효성분이다. 아스피린은 버드나무껍질 추출성분인 '살리실릭산' 대신 부작용이 없는 유도체 '아세틸살리실릭산'을 합성해 만들었다. 호흡기 질환에 흔히 처방되고 있는 약 중의 하나인 에페드린은 마황의 화학물질을 합성해서 제조한 것이다. 신종플루 치료제로 각광받은 신약 '타미플루'는 중국 토착식물 스타아니스의 열매에서 쉬키믹산을 추출해 오셀타미비르 성분을 얻어낸 것이다. 이렇듯 처음에는 약초 성분으로 관심을 받게 된 식물들이 지금은 일상적 음식이 되었다. 세월이 흘러 많은 채소들이 멸종되었고, 지금 약용식물로 사용되는 것은 약 1,000여 종 정도이다.

 

(변현단 글 / 안경자 그림, "약이 되는 잡초음식, 숲과 들을 접시에 담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