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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세상야

잡초를 활용해서 잡초를 억제한다!

독립출판 무간 2016. 8. 19. 13:26

농사를 짓는 사람들에게는 풀과의 전쟁이 70%를 차지한다. 풀과 어떻게 지내느냐에 따라 농사가 완전히 달라진다. 풀을 뽑고 베어버리는 일이 6월부터 9월까지 주요한 일이 된다. 그래서 대부분 비닐멀칭을 한다. 유기농사를 짓는 사람들도 비닐을 깐다. 한여름 뙤약볕에서 풀을 베면서 농사를 지을 정도의 체력과 시간, 노동력이 없기 때문이다. 2000평을 부부 두 사람이 직접 풀을 뽑거나 베면서 관리하기엔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흔히 비닐멀칭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다.

 

풀멀칭은 잡초로 잡초를 억제하는 방법으로 풀을 베어서 밭에다 깐다. 최소 20센티미터 이상 두껍게 깔면 잡초가 잘 자라지 못한다. 햇볕을 차단하기 때문에 멀칭된 풀 아래서 자라는 식물은 노랗게 실지렁이처럼 된다. 풀을 베어 농작물이 자라는 밭 위에다 두껍게 깔아놓아 잡초의 생장을 막는다. 이런 방식으로 풀멀칭을 해 놓고 딱 한 번만 잡초를 제거했다. 김장배추를 심기 위해서였다. 풀을 베는 데 있어서 멀칭을 해 준 곳과 해 주지 않은 곳과 확실히 차이가 있었다. 풀멀칭을 해 준 곳에서 자란 풀은 줄기가 약해서 쉽게 벨 수 있었다. 물론 2000평 정도의 농사를 짓는다고 할 때 풀멀칭은 그리 용이하지 않다. 5월경에 풀로 멀칭을 해 주는데, 베어서 두껍게 깔아줄 정도의 풀이 밭에서 자라지 않기 때문이다. 주변에 벼와 잡초를 베어오지 않으면 멀칭은 일부밖에 할 수 없다. 풀멀칭은 대체로 6~7월에 한다. 풀이 많아 멀칭 효과가 뛰어나다. 하지만 이후에 심은 약콩의 경우, 심기 전에 풀멀칭을 하면 잡초를 베는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된다.

 

풀멀칭을 한다면 밭을 갈지 않아도 좋은 토양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 단백질과 무기질 등 각종 미네랄이 함유되어 있는 잡초들은 식물이 먹어야할 영양분이기도 하다. 이런 잡초가 다시 땅으로 들어간다. 잡초를 뽑아서 버리는 것이 아니라 퇴비로 다시 사용하는 것이다. 풀을 깔아놓고 삭힌 뒤, 땅 속 퇴비로 넣기 위해 밭을 갈아주는 것은 좋지 않다. 흙의 미립자와 미생물을 보호하여 흙의 비옥함을 유지하는 데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퇴비를 땅으로 넣기 위해 쟁기를 사용하는 것 외에 경운기로 미세하게 갈아주는 로터리는 가급적 하지 말아야한다. 숲에서처럼 풀멀칭을 해 놓고 밭을 갈지 않은 채 그 위에 씨앗을 뿌리는 무경운법을 실험해볼 만하다.

 

풀멀칭을 하면서 잡초와 함께 키우는 것을 생각해볼 수도 있다. 잡초라고 해서 무조건 없애지 않으면 관리 방업에 대한 생각이 많아진다. 따라서 식물의 특성도 공부하게 된다. 자신의 농작물만이 아니라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잡초의 이름과 특성을 알아간다. 잡초의 이름과 특성을 아는 순간, 농부는 색다른 재미를 느끼게 된다. 어쩌면 풀을 베는 것을 싫어하게 될지도 모른다. 잡초가 있는 곳은 곤충들의 서식처가 된다. 풀 속에서 자라는 메뚜기, 개구리, 두꺼비 외에 수많은 벌레들이 모여든다. 작은 먹이사슬을 이루어 훌륭한 자연학습장 역할을 한다.

 

잡초와 농작물 관계를 잘 관찰하는 것이 우선 중요하다. 농작물이 어릴 때, 잡초가 먼저 커버리면 농작물을 가려버려 광합성 작용을 하지 못하게 한다. 따라서 광합성 작용을 할 수 있도록 잡초를 베어줄 필요가 있다. 작물이 잡초보다 더 크게 되면 잡초를 굳이 뽑을 이유가 없다. 농작물 사이 통풍을 위해서 작초를 솎아주거나 베어주는 정도면 족하다.

 

(변현단 글 / 안경자 그림, "약이 되는 잡초음식, 숲과 들을 접시에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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