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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세상야

잡초는 작물과 공생이 가능하다!

독립출판 무간 2016. 8. 19. 13:30

잡초는 농사에 있어서 죽일 놈, 없어져야할 것, 도저히 화해할 수 없는 적으로 간주된다. 농작물의 영양분을 빨아먹거나 죽게 만드니까. 그래서 아무런 거리낌 없이 제초제를 사용하고, 보기만 해도 숨이 탁 막히는 검은 비닐로 땅을 덮어버린다.

 

농사를 지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잡초가 꼭 농작물에 피해만 주는 것은 아니다. 단지 잡초를 그대로 놔두면 다른 농작물이 광합성 작용을 제대로 하지 못할 뿐이다. 이유는 한 가지, 농작물보다 잡초의 성장과 번식 속도가 훨씬 빠르기 때문이다. 잡초가 무성한 곳이라면 농부는 잡초관리만이 아니라, 흙관리, 거름관리, 농작물 관리 등 전반적인 농작업 관리를 소홀히 했을 경향이 짙다. 화학비료를 사용하면 농작물의 크기가 크다. 일반적으로 퇴비만을 이용하는 경우는 화학비료를 사용한 작물보다 작다. 농작물 관리가 잘된 것은 잡초 더미에서 자란 것보다 훨씬 크고 좋겠지만 농작물 관리 등 전체 농작업 관리가 거의 되지 않았다면 잡초가 무성해질 수밖에 없다.

 

잡초는 야생적이다. 재배되는 작물은 잡초보다 여리고 연약하다. 당연한 일이다. 식물이 죽어갈 때 번식하기 위한 씨앗을 안간힘을 다해 맺듯이 잡초는 천대 당하는 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더 많은 씨를 내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게 된다. 그것이 본능이다. 반면에 인간이 지극정성을 다해 보호하는 재배작물은 연약하고 여릴 수밖에 없다. 사육되는 가축도 마찬가지다. 야생적인 잡초는 연약한 농작물에 비해 생명력이 강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것을 독식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예컨대 제비꽃, 애기똥풀, 광대나물처럼 개미가 씨를 물어가 개미집 근처에서 군락을 이루는 것들은 다른 잡초가 들어서는 것을 방해하지 않는다. 경쟁은 하면서도 독식하지 않는 것은 자기에게도 유리하지 않기 때문이다. 독식하는 식으로 군락을 이루게 되면 외부의 급격한 환경변화에 자칫 몰살 당할 수 있는 것이다. 그게 바로 잡초의 다양성 전략이다. 이는 잡초만이 아니라 사실 야생의 모든 생명들이 취하는 생존전략이다. 아무튼 털비름의 경우 똑같은 면적을 놓고 1개의 개체수와 35개의 개체수를 넣고 생장량을 비교해 보면 1개의 개체는 용기량을 다 차지하는 반면, 여러 개체수가 함께 있으면 1개의 개체수가 차지하는 생장량이 기존의 1개가 차지했던 것보다 훨씬 작다. 즉 똑같은 면적을 두고 2개의 개체수가 차지하는 영역과 5개의 개체수가 차지하는 영역이 똑같다는 뜻이다. 비록 영역으로 말은 했지만 단순히 차지하는 비율이 아니라 영양분을 끌어들여 생장하는 것까지 포함한다. 한 땅에 한 개의 잡초가 있다면 자신이 끌어들이지만 만약 여러 개의 풀이 있다면 영양분을 다른 개체들과 나눈다. 즉 독식하지 않는다.

 

한번은 고구마와 잡초를 함께 키워본 적이 있다. 잡초를 전혀 관리하지 않았다. 잡초가 고구마 밭을 뒤엎게 되었고, 고구마 줄기는 광합성 작용을 하려고 기를 쓰고 잡초 줄기를 잡아 올라탔다. 번식력이 왕성한 환삼덩굴이 많았고, 털비름과 명아주, 왕고들빼기처럼 키가 큰 잡초도 많았다. 이 상황에서 어떤 고구마 줄기는 잡초 위로 솟았고, 잡초 덤불 속에서 키운 고구마는 알맹이가 작았다. 광합성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광합성 작용을 못한 고구마는 영양분을 끌어들이지 못했다. 또 한 해는 광합성 작용을 방해하는 키 큰 잡초를 제거하고, 광합성을 방해하지 않는 쇠비름은 그냥 놓아두었다. 고구마 줄기가 밭으로 뻗어 착근하려 했지만 쇠비름 때문에 쉽지가 않았다. 땅도 척박했다. 퇴비를 거의 넣지 않았고, 영양분도 추가로 주지 않았다. 결국 고구마 줄기는 쇠비름과 어우러져 밭을 이루었고, 나는 제거할 만한 잡초를 찾아내지 못했다. 이 때 고구마는 척박하고 단단한 땅에서 영양분을 찾아 땅 아래로 내려갔고, 쇠비름은 고구마에게 영양분을 끌어올려주는 역할을 한 셈이다.

 

(변현단 글 / 안경자 그림, "약이 되는 잡초음식, 숲과 들을 접시에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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