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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세상야

잡초는 토양을 지켜준다!

독립출판 무간 2016. 8. 19. 13:22

잡초가 있는 경우와 잡초가 없는 경우, 그 밥의 자연적 피해는 어떤 것이 더 클까? 잡초가 있는 받은 토양이 유실되지 않는다. 가뭄에는 토양이 수분을 머금고 있다. 단일 작물이 있는 밭이 잡초가 없는 깔끔한 밭이라면 가뭄으로 인해 작물은 시들고 말 것이다. 그러나 잡초가 자라 있으면 잡초가 땅 속 깊은 곳으로부터 수분을 끌어들여 작물에게 수분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식물의 뿌리가 바위를 뚫는 것처럼 잡초의 뿌리는 수분을 찾아 토양 깊숙이 내려간다. 홍수가 나도 마찬가지다. 산을 깎아 놓은 것을 보면 금방이라도 산사태가 일어나 무너질 것 같다. 하지만 그 곳에서 자라는 잡초들 덕분에 바위는 무너지지 않는다. 잡초가 뿌리를 내려 단단히 부여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곳에는 칡넝쿨이 많다. 칡은 척박한 땅에서 잘 자라며, 넝쿨 뿌리로 단단히 얽어매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잡초는 토양의 독성을 빨아들여 토양을 중화시킨다. 베어진 잡초는 다시 땅으로 돌아간다. 휴경하는 동안 잡초를 무성하게 함으로써 미생물들이 다시 모여든다. 휴경지라도 잡초가 없으면 땅에 있는 독성은느리게 제거될 것이다. 식물이 없는 땅은 사막과 다름없다. 잡초는 또 작물에게 영양분을 제공한다. 영양분이 부족한 땅에서 잡초가 토양 깊이 뿌리를 내려 수분을 끌어올리면서 동시에 토양 표층에 결핍된 광물질을 토양 깊은 곳에서 끌어올린다. 농작물은 척박한 곳에서 견뎌내는 힘이 약하므로 잡초를 이용하여 영양분을 제공받는다. 잡초뿌리가 깊숙이 내려가면서 토양을 스펀지처럼 만들어 농작물 뿌리가 함께 내려가 깊은 곳의 양분을 끌어올림으로써 가능하다. 잡초를 적당히 관리한다면 작물에게 충분한 영양분과 비옥한 토양을 제공할 수 있다.

 

잡초를 보고 토양의 상태를 가늠할 수도 있다. 가령 여뀌가 많이 자라는 토양은 배수가 잘 되지 않는 땅이다. 여뀌는 습한 곳을 좋아하니까. 돼지풀은 토양 산성화의 지표로 쓰인다. 돼지풀이 무성하게 자란 곳이라면 토양이 산성화되었다고 보면 된다. 돼지풀은 산성화된 토양을 중화시키는 역할도 한다.

 

농부에게 있어서 농사는 빵바구니를 채우는 일이다. 토양을 스펀지로 만들어 토양을 살리는 것은 생태순환을 존중함과 동시에 빵바구니를 채우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다. 농부는 땅에서 일어나는 생태계의 현상을 유심히 관찰해야 한다. 그래야만 빵바구니를 '얼마나, 어떻게' 채울지 가늠할 수 있다. 생태계는 한 가지 목적만을 위해서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한 가지 목적만을 위해서 제초제를 뿌리거나 농약을 치고, 비닐을 쳐서는 안 된다. 한 가지만을 선택하고 다른 것을 죽이는 인간의 행태에서 살아남은 잡초는 생리적으로 씨앗 생산량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인간의 핍박 아래 살아가려면 어떻게든 살아남을 확률을 높여야 하니까. 잡초는 이렇듯 그들이 처한 환경에서 종자량과 수명까지 선택할 만큼 생리적으로 유연하다.

 

잡초는 도심 한가운데서도 자란다. 시멘트 바닥에서도 기어 오르고, 빌딩 사이나 담벼락 사이에도 어김없이 난다. 기름이 둥실 떠 있는 오염된 물에서, 썩어가는 죽은 땅에서도 수업이 뻗어나가 물과 땅을 정화시킨다. 잡초는 자신들을 해하는 환경에서도 자신의 영양분을 땅으로 돌려주면서 살아간다. 생명이 죽어가는 세상에서 홀연하게 피어올라 씨앗을 퍼뜨려 나가는 식물. 잡초가 살아 있는 한 인간에 의해 피폐해지고 죽어가는 생명들도 그나마 목숨을 지탱할 것이다. 식물은 생명이 희망이고, 잡초는 인간의 희망이다.

 

(변현단 글, 오경자 그림, "약이 되는 잡초음식, 숲과 들을 접시에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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