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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라이프 : 왜 그렇게들 서두르지? 그래 봐야 빨리 죽는 것밖에 더 없는데...!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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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라이프 : 왜 그렇게들 서두르지? 그래 봐야 빨리 죽는 것밖에 더 없는데...!

독립출판 무간 2016. 8. 11. 21:38

시간은 이 세계의 어디서든 언제든 일정하고 균질하다고 우리는 믿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상식과는 달리 코끼리에게는 코끼리의 시간, 개에게는 개의 시간, 쥐에게는 쥐의 시간이라는 식으로, 몸의 크기에 따라서 서로 다른 신체시간이 있다는 것을 동물 생리학자인 모토카와 다쓰오는 지적하고 있다. 동물의 심장 박동수를 비교해 보면, 인간의 경우는 한번에 1초인데, 생쥐의 경우는 0.1초, 코끼리는 3초가 걸린다. 몸이 클수록 심장은 느리게 뛴다. 포유류의 심박 시간은 체중의 4분의 1 제곱에 비례한다.

 

심장 박동 시간뿐만 아니라, 장의 연동 시간이라든가, 체액이 몸속을 순환하는 시간 등도 체중의 4분의 1 제곱에 거의 비례한다. 그 뿐만 아니다. 어른 몸집으로 크는 데 걸리는 시간에서부터 어미의 태내에 머무는 시간, 그리고 평균 수명까지도 거의 동일한 관계에 놓여 있다고 한다.

 

하지만 동물의 크기와 그 에너지 소비의 관계는 어떤가 하면, 에너지 소비량은 체중의 4분의 1 제곱에 반비례한다. 체중에 대해서 같은 4분의 1 제곱이지만, 시간은 정비례이고, 에너지 소비는 반비례한다. 따라서 이 두 가지를 곱하면 체중에 관계없이 일정한 시간마다 거의 동일한 에너지 소비량이 산출될 것이다. 즉, 일생 동안 쓰는 에너지 양은 체중 1킬로그램당 수명의 길이와 상관없이 일정한 것이다.

 

모토카와에 따르면 에너지를 쓰면 쓸수록 시간은 빠르게 진행된다. 즉, 쥐는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고 시간도 빠르게 흐른다. 한편 코끼리의 경우는 에너지를 적게 사용하고 시간도 천천히 흐른다. 그렇다면 인간의 경우는 어떠할까? 현대인들은 점점 더 막대한 에너지를 소비하며 시간의 속도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물론 동물의 생물학적인 시간과 에너지 소비를 인간의 사회생활에 단순 적용시키는 것은 무리다. 무리라 치자, 그렇다고 해도 사회생활이 점점 바빠진다는 것, 시간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은 몸으로 마음으로 충분히 느끼고 있지 않은가?

 

현대 일본인은 사람이라는 동물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음식물로 섭취하는 에너지의 약 40배에 이르는 에너지를 소비한다고 한다. 만일 생물학적인 시간과 마찬가지로 사회생활의 시간도 에너지 소비량에 비례해서 빨라진다고 하면, 우리는 옛날에 비해 무려 40배나 더 빨리 생활하고 있는 셈이다.

 

신체 자체는 고대로부터 변하지 않은 시간을 살고 있지만, 사회적 존재로서의 생활 속도는 이토록 빨라져 있다. 이러한 자극 속에 현대사회의 위기가 집약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우리의 점점 더 빨라지는 사회생활은 물과 공기를 더욱 오염시키고, 오존층에 구멍을 내고, 지구 온난화 현상을 가속화시키고,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다. 외적인 자연환경의 악화는 말할 것도 없고, 예전의 느린 시간을 살고자 하는 (내부의) 자신 또한 질주하는 사회적 시간에 짓눌려 질식해 가고 있는 것이다. 느림의 회복, 그것은 우리들 자신의 생존과도 직결된 문제다.

 

(쓰지 신이치 지음 / 김향 옮김, "우리가 꿈꾸는 또다른 삶, 슬로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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