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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중심의 사고야말로 폭력적이다!

독립출판 무간 2016. 8. 11. 21:32

우리들의 새로운 세기는 테러와 전쟁이라는 폭력의 연쇄로 시작됐다. 경제학자인 E.F.슈마허는 30년도 더 전에 오늘날 진행되는 '대 테러전쟁'을 예언이라도 하듯 이렇게 말한 바 있다.

 

무시무시한 기계나 병기를 생산하는 일이 인간이 지닌 창조력의 이용이라고 여겨지는 한, 테러 행위를 억제하려고 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

 

또한 슈마허는 "생산 양식이나 소비 양식이 우주의 법칙에 맞지 않을 만큼 규모가 커지고 복잡해지고 폭력적이 되면, 환경문제의 해결책은 있을 수 없다"라고 말한다."물건은 좀 부족한 것이 낫고, 너무 많으면 도리어 악이 된다고 하는 생각들이 퍼져나가지 않는다면, 부자와 가난한 자 사이의 격차 또한 메울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슈마허에 따르면 문제 해결을 위해서 수단을 바꾸거나 연마하는 것은 소용이 없다. 목적 그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원하는 것을 위해서라면 어떠한 수단도 가리지 않겠다고 하는 경제 지상주의를 버려야만 한다.

반다나 시바는 말한다.

 

"9.11 테러와 그 이후의 연쇄적인 폭력은 결코 특정 지역에서 일어난 개별적인 사건들이 아니라, 이 세계를 지배하는 근대적인 시스템의 폭력성이 낳은 현상이며,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그녀는 다음과 같은 예들을 들었다.

"군수 산업이 점점 더 중요한 산업으로 여겨지고 있으며, 군사적인 기술이 평화시에도 산업의 기본이 되어 가고 있다. 종자 산업이나 농약 산업을 이끄는 대기업들은 동시에 생화학 병기를 만들어 낸다. 본래 초식 동물인 소에게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소의 뼈나 고기를 먹이는 일은 대단히 폭력적이다. 이라크에 대한 경제 제재로 10년 동안 50만명 이상의 어린이들이 사망했다. 그리고 지금 그러한 제재를 주도한 미국 정부가 '일반 시민 사상자들은 비교적 적다'며 전쟁을 성공리에 마쳤다고 자랑하고 있다. 세계화 체제는 자유무역이라는 미명 아래 굶주리는 사람들을 위한 국가의 식량 공급 보장조차 금하고 있다. 제약 산업의 거대한 권익을 지키기 위해서 질병으로 괴로워하는 사람들에게 약을 주지 않는다. 이러한 모든 것이 바로 폭력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환경 파괴 또한 폭력이다. 인간이 자연의 시간을 경제의 시간에 억지로 꿰어 맞춤으로써 생태계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행위다. 생물에게는 고유한 시간이 있다. 그것을 인간이 빼앗고 단축시키는 폭력을 휘두를 때, 생물들은 혼란을 겪게 되고 불안정해지며, 쇠토하고 폭력적으로 변한다.

 

9.11 테러 직후, 반다나 시바는 가축에 대한 인간의 폭력은 인간에 대한 인간의 테러 행위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지적한다. 좁은 장소에 가두어 인공적인 시간에 맞춰 기른 닭이나 돼지는 사나워져 서로를 공격하게 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서로 쪼는 닭의 부리를 제거하거나 서로 물어뜯는 돼지의 이빨을 뽑아 버리는 일도 적지 않다. 그녀는 묻는다. 인간 역시 인간에 대해 그렇게 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고. 어울려 살아가는 닭이나 돼지에게는 그들 본래의 시간과 공간을 부여하고 살아가게 해야 한다. 사람에게도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을 주어야 한다. 폭력은 또다른 폭력밖에는 낳지 못한다.

 

우리들은 이제 시바와 함께 '생명의 민주주의'를 구상해 보자. 이제까지의 민주주의는 지극히 인간 중심적이고, 자연을 수단으로밖에는 생각하지 않는 공리주의에 발목 잡혀 있었다. 우리들은 인간으로 구성된 커뮤니티의 일원일 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체들이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의 일원이기도 하다. 이러한 공동체의 일원으로 살아가기 위한 규칙인 '생명의 민주주의'를 배우지 않으면 안 된다. 이것이야말로 비폭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인 것이다.

 

(쓰지 신이치 지음 / 김향 옮김, "우리가 꿈꾸는 또다른 삶, 슬로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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