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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라이프 : '노인은 노인답게, 아이는 아이답게'가 힘든 비정상 사회! (1)

독립출판 무간 2016. 8. 11. 20:00

고령화와 출산율 저하라는 두 가지 문제가 오늘날 사람들에게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 매년 최저 기록을 경신해 가고 있는 출산율은 일본의 경우 2002년 1.32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르면, 출산 의욕 저하를 초래하는 가장 큰 요인은 육아와 교육에 대한 경제적 부담이라고 한다. 이미 연소 인원(15세 미만)를 상회한 고령자 인구(65세 이상)는 21세기 후반이 되면 전 인구의 3분의 1이 된다. 고학력화를 고려할 때, 대략 1.5명당 노인 한 사람 분의 사회 보장 부담이 지워지게 되는 셈이다.

 

우리 사회에서 노인과 아이는 이처럼 우리가 처리해야 할 문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늙음과 어림 모두 누구나 맞이하는 인생의 한 단계다. 그런데 이러한 것이 한 사회에서 일단 문제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는 것은 사회 존재 양식에 어띤가 문제가 있다는 뜻은 아닐까?

 

철학자인 와시다 키요카즈의 말을 빌리면, 그것은 바로 노인이나 아이의 자리를 찾아내지 못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미숙함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한다.

 

와시다는 늙음과 어림의 공통점은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상태라고 말한다.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만 그 존재를 유지해 나갈 수 있다. 그것은 보호라든가 간호라든가 양호라는 말로 불린다. 사람은 함께 어울려 살아야 하는 사회적 동물이다.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생명을 유지해 갈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서로 돕고 서로 의지하는 일은 '이렇게 해 주었으면'하는 바람이나 이상이 아니라, '이렇게 밖에는 할 수 없다'는 필연적 자세다.

 

노인이나 유아는 청년이나 장년과는 다른 시간을 살고 있다. 움직임도 느리고 휴식도 많이 필요하며, 시간적으로도 이완되어 있다. 늙음이나 어림을 시간의 관점에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기로 하자.

 

철학자 우치야마 다카시에 따르면, 근대 사회란 무엇보다 근대적인 시간 질서를 바탕에 두고 만들어진 구조다. 그 곳에서의 시간이란 직선적이고 균질하며, 객관적이고 계측 가능하다. 자본주의 경제 체제는 이러한 시간을 기준 삼아 이루어져 있다.

 

우리는 과연 어떠한 시간을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시간은 돈이다'라는 말을 실감하면서 언제나 시계를 가까이에 두고, '시간이 자신을 쫓고 있는 듯' 살아가는 사회인이 많은 것은 분명하다. 경제와 산업, 비즈니스의 시간이 현대인의 생활을 제어하는 주요한 틀이다. 그것은 경제인이나 비즈니스맨에 한정된 것이 아니다. 노인과 젊은이를 가릴 것 없이 동일한 시간의 틀 속에 자신을 두고, 성장과 효율성, 생산성을 최우선의 가치로 삼는 사회의 공기를 함께 호흡하며 살고 있다.

 

(쓰지 신이치 지음 / 김향 옮김, "우리가 꿈꾸는 또다른 삶, 슬로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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