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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인가? 지구 살리기 신화 : 유전자조작작물은 새로운 기아와 생태적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1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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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인가? 지구 살리기 신화 : 유전자조작작물은 새로운 기아와 생태적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1

독립출판 무간 2016. 8. 7. 11:32

유전자조작작물과 식량은 그동안 제3세계를 괴롭혀 온 기아뿐만 아니라, 기업형 농업이 초래한 생태적 위기를 일시에 해결할 수 있는 기적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유전자조작작물은 새로운 기아와 생태적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지구 살리기 신화

녹색혁명의 기적이 새로운 생태적 재앙으로 인식되면서 점차 인기를 잃게 되자, 이번엔 생명공학 혁명이 농업의 생태학적 기적이라며 나서고 있다. 생명공학이야말로 화학 집약적 영농이 야기한 생태적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 준다는 것이다. 지난 40년간 농업의 화학화는 식물과 동물뿐 아니라, 인간의 삶에도 심각한 영향을 줄 정도로 환경을 위협했다. '화학제품'이라하면 '생태적으로 해로운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생태적으로 안전하다는 점을 강조할 때는 제품에 '생물학적'이란 꼬리표를 달았다. 생명공학은 '생물학적' 범주에 속해 있고, 따라서 생태적으로 안전할 것 이라는 인식을 주는 덕에 많은 혜택을 누리고 있다. 생명공학 계열의 산업 쪽에선 자신들의 농업 혁신을 '생태학적 소득'이라는 말로 표현한다.

 

하지만 생태문제는 공학적 패러다임과 상반되는 개념이고, 생명공학은 어디까지나 공학적 패러다임에 속한다고 보아야 한다. 공학적 패러다임은 아무리 복잡한 대상일지라도 기술적인 문제로 좁혀 놓고 기계적으로 다루며 복잡성을 무시한다. 그러다보니 나중에 '예기치 않은 부작용'도 생기고, '부정적인 이질감'으로 설명되는 새로운 생태적 문제도 나타난다. 공학 윤리로는 생태계가 어떻게 파괴되는지 예측하기가 힘들다. 공학적 접근만으로는 생태계에 대한 영향을 짐작할 수 없다. 생물학적 공학인 바이오테크는 농업에 영향을 미치는 생태적 영향을 평가할 만한 틀을 제공하지 못한다.

 

유전공학은 새로운 형태의 오염을 낳는다. '유전적 오염' 또는 '생물학적 오염'이라고 불리는 전염이 바로 그것이다. 생물학적 오염은 경우에 따라 건강과 환경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생물학적 재해를 가져올 수 있다. 생태계에 새로운 종자를 도입하면 생물 침략 현상이 나타나는데 거의 생물학적 재해라 할 만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는 수준이다. 독소를 내뿜는 작물 때문에 일부 유기체들이 소멸하기도 한다. 몇몇 유기체들은 침략자가 되어 생태계를 지배하고, 다양했던 생물을 단순화시킨다. 독소로 입는 피해와는 달리 생물학적 재해는 급속하게 증식하기 때문에 돌이킬 수 없다.

 

유전자조작작물은 여러 면에서 농업을 생태적으로 점점 더 취약하게 만든다. 첫째, 유전자조작작물을 심으면 농약 사용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늘어난다. 유전공학을 밀어붙이는 화학업체들은 갖은 전략으로 사람들을 설득하려 든다. 농업에 생명공학을 도입하면 화학적 재해를 줄여 지구를 살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생명공학은 오히려 농약 이용을 증가시킨다. 그 이유는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1. 농업에 응용하는 유전공학은 주로 제초제에 견디는 작물을 개발하는 분야에 집중된다. 따라서 제초제 사용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늘어난다.

2. 농약을 사용하지 않았던 세계 여러 지역에서도 농약을 도입하는 곳이 늘어난다.

3. 바실러스 투링기엔시스 박테리아가 살충제를 근절시킬 것이라 기대했지만, 박테리아에 대한 해충의 내성이 강해지면서 살충제 사용은 오히려 늘어나게 된다. 결국 해충문제를 생태적으로 해결하려던 대안은 실패한 셈이다.

4. 유전공학으로 식물에 독소를 주입하게 되면 식물뿐 아니라 생태계에도 독소를 증가시킨다.

 

제초제인 라운드업에 견딜 수 있도록 고안된 '라운드 업 레디 콩(RRS)'은 지금까지 가장 널리 사용되는 유전자조작작물이다. RRS를 개발하는 측의 기본 전략은 제초제인 라운드 업을 더 많이 팔겠다는 것이다. 몬센토사의 라운드 업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제조제인 글리포세이트 판매액의 95퍼센트를 자치하고 있다. 1994년 현재 가격 기준으로 전 세계의 글리포세이트의 연간 판매액은 약 12억 달러에 달하며, 세계적으로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는 제초제의 6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라운드 업 판매액은 연간 약 10억 달러다. 라운드 업 특허는 2000년에 만료되었다. 특허권이 만료된 상태에서도 라운드 업 판매를 꾸준히 이어가기 위해 생각해 낸 첫번쨰 전략은 라운드 업에 견디는 내성을 가진 작물을 개발하는 일이다. 몬센토사는 처음엔 홍보 전략으로 생명과학부를 화학부에서 분리시켰으나, 이후에도 여전히 화하제 투입을 계속 추구해 왔다. 그리고 이제 그 생명과학부를 통해 라운드 업에 견디는 작물을 개발하려 한다.

 

문센토사의 두번째 전략은 라운드 업을 한 번도 사용해 본 적이 없는 나라로 판매를 확대하는 일이다. 몬센토사는 오스트레일리아, 브라질, 벨기에, 인도, 중국 등의 현지 생산공장에 2억 달러를 투자하고, 기술을 발전시켜 글리포세이트의 생산량을 늘렸다. 그러나 다양한 종이 풍부하게 분포되어 있는 지역과, 그 다양한 종이 가난한 사람들의 유일한 자원인 지역에 라운드 업을 사용하면 생물종만 파괴되는 것이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의 생계마저도 위협받게 된다.

 

생명과학 기저를 자처하는 유전공학 업체들은 유전자조작작물이 생태학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으며, 오히려 농약을 덜 사용하게 된다고 선전한다. 1998년 유럽의 광고 캠페인에서 몬센토사는 그들의 유전자조작작물이 농약 이용을 줄이며,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제초방식을 사용한다고 주장했다. 어떤 광고에선 "생명공학 시설이 많아지면 다른 공장시설은 줄어듭니다"하고 큰소리쳤다. 하지만 몬센토사는 한편에선 라운드 업에 견디는 작물을 팔면서, 다른 한편에선 인도, 중국, 브라질에 라운드 업 공장을 새로 세웠다. 생명공학 시설이 많아지면 다른 공장이 늘어난다. 제초제에 견디는 작물은 그 회사의 해당 제초제에만 견디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 회사는 종자와 농약을 둘 다 팔아 수익을 올리게 된다. 몬센토사는 라운드 업에 견디는 작물 종자를 농민들에게 계약서를 작성하게 하여 다른 회사가 만든 농약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씨를 받아 종자를 보존하는 일도 하지 않겠다는 내용에 서명하도록 한다. 그런 방법으로 몬센토사는 특허가 만료된 라운드 업 시장을 유전공학이란 새로운 돌파구를 통해서 계속 독점하고 있다.

 

제초제에 견디는 유전자조작작물을 고안한 원래 목적은 제초제 사용량을 늘리기 위한 음모였다. 이들은 특히 농지 규모가 작고, 노동력이 풍부하고, 제초방식이 다양하고, 여성들이 잡촐르 음식이나 사료로 이용하는 지역을 집중 목표로 삼았다. 소규모 농장에서 잡초는 다양한 생물 중 하나이며, 나름대로 유용한 자원이다. 제초제에 견디는 종자가 확산되면 생물의 다양성이 파괴되고, 음식과 사료의 재료가 사라지고, 여성들의 살림살이도 궁핍해지고, 독성 농약만 기승을 부리게 된다.

 

제3세계의 농사에서 재배되는 식물은 100~200종이다. 그러나 제초제에 견디는 품종이 들어오면 소규모 농업의 다양성은 여지없이 파괴된다. 인도의 오지에서 볼 수 있는 몬센토사의 광고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다. "잡초 뽑느라 꼼짝 못한 당신, 라운드 업이 자유를 드립니다." 라운드 업에 견디는 작물의 유일한 목적이 라운드 업 제초제의 이용을 늘리는 것이기 때문에, 라운드 업을 사용하면 제초제를 덜 사용하게 된다는 몬센토사의 주장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라운드 없은 몬센토사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제품이으로 연간 판매액이 90억 달러이며, 전체 판매액의 17퍼센트에 달한다.

 

(카를로 페트리니 엮음, 김종덕/이경남 옮김, 슬로푸드-느리고 맛있는 음식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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