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출판 무간

슬로푸드...독성과 맛, 예기치 못한 사고 본문

먹는 이야기

슬로푸드...독성과 맛, 예기치 못한 사고

독립출판 무간 2016. 8. 7. 11:43

유전자조작작물은 선진국의 독점 사항이다. 짐바브웨 같은 개발도상국가와 불가리아, 헝가리, 러시아 같은 동유럽 국가, 그리고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중국 등도 유전자조작작물을 재배하고 판매한다. 중국은 지금 바이러스에 견디는 작물을 생산하는 데 단연 선두를 달리고 있다. 중국은 담배, 후추, 쌀, 토마토, 감자 등을 포함한 60가지가 넘는 새로운 유전자조작작물을 재배하며 규모에서 이미 독일을 능가한다.

 

1996년 8월을 기준으로, 독일에서 새로 재배되는 유전자조작작물은 정확히 52종이었다. 그러나 유전자조작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들쥐 작전'을 펴서 실험 경작지의 절반가량을 파괴했다. 오스트리아는 식물에 유전공학 실험을 받아들이는 데 독일보다도 소극적인 입장이다. 그 해에 실시한 국민투표에서 유권자 대다수가 식량의 유전자조작에 반대했다. 현재 유전자조작 실험은 기생충과 질병 또는 농약에 견디는 문제에 주로 초점을 맞춰 진행되고 있다. 농약에 대한 내성을 길러야 하는 이유는 농약의 독성이 갈수록 강해지기 때문이다. 말할 것도 없이 농약 제조는 독점사업이다.

 

그 외에도 유전자조작 실험은 맛이나 외관을 좋게 하고 저장방식을 개선하려는 문제에도 손을 대고 있다. 미국 생명공학 업체인 캘진사는 '플레이버세이버'라는 무르지 않는 토마토를 만들었다. 이 토마토는 토마토를 익게 하는 유전자를 차단했기 때무에 적당한 상태가 되면 더 이상 익지 않는다. 플레이버세이버는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최조의 유전자조작식품이다. 현재 영국의 슈퍼마켓에서도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 과학자들은 이 같은 원리를 다른 과일에도 적용시키려 한다. 그들이 성공하면 세계의 과일과 야채무역에 새로운 시대가 열리게 될 것이다. 과일과 야채의 수송경로와 시기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최근에 캘진사의 제품 목록에 유채기름이 포함되었다. 월계수로 만든 이 기름은 유전자조작을 했기 때문에 코코넛 기름 맛이 난다. 스위스 생물학자들은 '천연' 수준의 카페인 없는 커피를 개발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대학 버클리 캠퍼스의 유전공학자들은 잎에 당분을 포함한 상추를 만들었다. (중략)

 

공상과학소설에서나 있을 법한 이야기가 이미 실험 단계에 들어셨다. 중국 과학자들은 보리, 쌀, 밀, 수박 등에 질소 고정 용량을 향상시키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오존, 중금속, 가뭄, 열 같은 오염원에 견디는 작물을 만드는 실험을 하는 나라도 많다. 여러 국가에서 식물의 비타민과 아미노산을 향상시키는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영국 과학자들은 '건강 토마토'를 개발했다. 이 토마토는 우수한 품질의 베타카로틴과 항산화제를 포함하고 있어 심장질환에 예방효과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유전공학의 역사에 먹칠을 하는 심각한 사고가 일어났다. 콩에 브라질 밤 유전자를 이식하여 영양가를 높이는 실험에서 발생한 사고였다. 종자개발 업체인 파이어니어하이브레드사의 연구원들은 중요한 두 가지 아미노산이 빠진 콩을 개량하고 있었다. 그들은 작업을 낙관했다. 메티오닌과 시스타인이라는 아미노산이 없다는 결점은 브라질 밤의 유전자를 이전하여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유전자조작 과정에서 예기치 않게 브라질 밤에 있던 알레르기 유전자까지 함께 이전되어버렸다. 이 사실은 브라질 밤에 알레르가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발견되었다. <뉴잉글랜드 의학 저널>은 이 콩을 먹는다면 '치명적인 징후'가 나타날지도 모른다고 보도했다.

 

이 사고는 유전자조작 실험의 부정적인 면을 보여주었을 뿐 아니라, 유전자조작의 안전에 관한 토론에 불을 붙이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카를로 페트리니 엮음, 김종덕/이경남 옮김, 슬로푸드-느리고 맛있는 음식이야기)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