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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인가? 속도와 생물재해 : 속도가 농업의 생태학적 위기를 초래했다. 4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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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인가? 속도와 생물재해 : 속도가 농업의 생태학적 위기를 초래했다. 4

독립출판 무간 2016. 8. 6. 18:20

속도가 농업의 생태학적 위기를 초래했다. 그러고는 유기질 분뇨에서 탈피하여 합성 화학비료로 전환함으로써 자신의 입장을 정당화했다. 또한 '잡초'를 포함한 다양성을 버리고 라운드 업과 같은 제초제를 정당화할 때도 속도는 단공 핑곗거리로 등장한다. 속도는 품종 교배에 유전공학을 이용할 때도 변명이 된다. 속도는 평가나 검증 없이 유전자조작작물을 판매한느 행위도 정당화해 준다. 유전자조작작물은 안전성 검사나 생산성이나 위험에 대한 평가도 거치지 않은 채, 근거 없는 안전성을 내세우며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엉터리 과학이 '정상적인 과학'을 자처하면서 안전성 논쟁을 묵살해왔다. 안전성 논쟁을 막기 위해 쓰는 전술도 어이없을 만큼 비과학적이다. 예를 들어 이들은 유전공학으로 만든 새로운 작물이나 음식이 재래종과 '사실상 같다'고 줄기차게 강변한다. 하지만 이 둘은 엄연히 다르다. 왜냐하면 유전공학으로 만든 작물의 유전자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유기체에서 가져온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전자를 조작한 작물이나 음식을 정상적인 작물이나 음식과 같은 것으로 다루어서는 안 된다. 실제로 생명공학 산업이 새로운 이론에 근거하여 유전자조작작물의 특허를 이야기할 때는 '사실상 같다'는 주장을 하지 않는다.

 

유전공학 산업 관계자들이 안전성과 지적 재산권을 동시에 주장할 때는 어김없이 절대적인 권리를 요구하는 한편, 책임은 절대로 질 수 없다고 분명히 못박는다. 즉 비과학적이고 비민주적인 논리로 전면적 통제권을 달라고 요구한다. 이러한 존재론적 정신분열증은 모순에 기반을 두고 있는데, 모순은 엉터리 과학의 특징이다.

 

지금 세계 시민들은 농업과 식량체계에 유전자조작작물을 판매하는 일을 5년간 동결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휴지기가 필요한 때라는 자각에서 온 판단이다. 생물계의 다양성을 해치고 인간 건강에 돌이킬 수 없는 위험을 초래하면서도 한사코 유전자조작작물의 판매를 계속하려는 광기에 찬 기업들에게 책임감, 온전한 판단, 안전성을 갖추게 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휴식이다. 슬로푸드 운동의 핵심은 유전자조작작물의 광기에 제동을 거는 사업이라 할 수 있다. 유전자조작 문화가 슬로푸드 운동의 경제적, 생태적 토대를 붕괴시키기 때문이다. 이러한 잠깐의 휴지기를 통해 우리는 기업농, 단일품종, 월스트리트 같은 속도의 개념이 아니라 소농, 생물의 다양성, 생태학적 시간 개념에 기반을 둔 음식문화를 만들고 발전시킬 수 있다.

 

(카를로 페트리니 엮음, 김종덕/이경남 옮김, 슬로푸드-느리고 맛있는 음식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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