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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푸드 : "고기의 수송, 스트레스 받은 고기"

독립출판 무간 2016. 8. 1. 07:34

 

과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외부의 온도와 습도가 증가하면 고기의 질이 나빠진다고 한다. 동물을 트럭에 너무 많이 실어도 안 된다. 싣는 과정에서 전력을 사용하는 것도 역시 좋지 못한 영향을 준다. 동물 수송은 싣고 내릴 때가 가장 어려운 순간이다. 돼지는 순환계가 민감하기 때문에 트럭에 오를 때 맥박이 매우 빨라지며 심한 경우 싣는 과정에서 죽을 수도 있다. 돼지는 애초부터 가능한 살코기가 많아지도록 사육되기 때문에 근육은 별로 없다. 따라서 수송 중에 다른 동물에 비해서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는 편이다. 돼지는 천성적으로 뚱뚱하게 되어 있지 패션모델이 되려고 태어난 것이 아니다.

 

소들도 스트레스에 시달리기는 마찬가지다. 수의사 카렌 폰 홀레벤은 트럭 기사들에게 조심스레 운전하라고 수없이 당부하지만 수송 중에 굽은 길이 많기 때문에 소들은 도리 없이 원심력에 시달려야 한다. 거대한 몸집에 비해 다리는 빈약하기 때문에 무게중심이 위로 쏠려 있어 어쩔 수가 없다. 그러니 똑바로 서 있는 것 자체가 보통 일이 아니다. 게다가 한 놈이 쓰러지면 도미노처럼 모두 쓰러지고 만다. 그러니 너무 많아도 너무 적어도 안 된다. 적당히 실어야만 소들은 서로 엇갈려 의지하며 도로 상태나 트럭의 움직임에 따라 조금씩 움직이면서 넘어지지 않고 계속 서 있을 수 있다. 아무리 그래도 좁은 공간에서 여덟 시간 이상 선 채로 시달리면 소들은 지치다 못해 드러누우려고만 한다.

 

소는 물을 많이 마시는 동물이다. 하루에 30~60리터를 마셔야 한다. 이런 양을 채우려면 하루에 15번을 마셔야 한다. 목이 마르면 허약해지고 고기의 질이 떨어진다. 그런데 동물 휴게소마다 구유란 것을 제도로 갖춘 곳도 거의 없지만 그나마도 오물로 가득 차 있어서 소들은 마시려고도 않는다. 그나마 간혹 관리인들이 전해질 음료를 먹여 근육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농장이 있어 다행이긴 하다. 하지만 그렇게 하는 농장주들은 매우 드물다. 결국 소들은 팔리면 그뿐이며 먹을 물도 없는 마지막 여행길에 올라야 한다.

 

소들은 차로 여행을 하면 스트레스를 받아 몸무게가 줄어드는 것으로 밝혀졌다. 24시간을 이동하면 무려 몸무게게 10퍼센트 준다. 과학자들이 조사해 본 결과 암소의 경우 300킬로미터를 여행하면 젖이 20퍼센트까지 줄어드는 상태가 열흘 이상 지속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1,500킬로미터를 여행하면 4주를 휴식해야 제대로 여물을 먹는다.

 

수의사들은 도축한 동물의 고기를 검사해서 여행 스트레스를 연구했다. DFD(dark, firm, dry)라는 세 글자는 불량품을 의미한다. 여러 종류의 동물을 한 트럭에 태우면 DFD의 비율이 급격히 치솟는다. 마찬가지로 굽은 곳이 많은 길이거나 운전이 난폭하거나 울퉁불퉁한 길을 달려도 동물이 보유하는 당분이 다 없어지고 아드레날린 분비가 많아진다. 결과적으로 시커멓고 단단해지며 보존하기도 어렵게 된다. PH수치는 정산인 5.5에서 5.8~6.2로 증가한다.

 

스테이크가 너무 질기면 우리는 아무 생각 없이 구운 사람 탓만 한다. 하지만 실제로 탓해야 할 사람은 트럭 기사들이고, 조금이라도 가격을 잘 받겠다고 기르던 동물들을 싣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사육업자들이다. 수퍼마켓이 아니라 출처가 분명하고 고기만을 파는 동네 저육점을 이용하고, 색깔이 지나치게 거무튀튀하거나 붉은 쇠고기에 속지 않고, 역시 색깔이 너무 연하고 희미한 돼지고기를 위면할 줄 알고, 비계가 조금 있다고 해도 그다지 놀라지 않게 되면 자신의 위에도 좋을 뿐만 아니라, 동물들의 삶의 질도 좋아진다. 한 가지는 분명하다. 미식가나 동물보호론자들은 자신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어깨를 맞대고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효과적인 로비를 벌여야할 때다.

 

(카를로 페트리니 엮음, 김종덕/이경남 옮김, 슬로푸드-느리고 맛있는 음식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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