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출판 무간
장례비용 절감을 위한 정책적 노력 뒤따라야 한다! 본문
1980년대 이전만 해도 시골에는 ‘상두계’라는 것이 있어서 사람이 죽었을 경우에는 품앗이 형태로 망자의 일처리를 도왔다. 보통 집에서 장례절차를 밟았다. 장의사라는 공식명칭은 없더라도 대역을 하는 사람들이 항상 있었다. 혼자서 모든 염습에 관한 일처리를 마치고 나면 방안에는 망자를 위한 병풍을 치고 앞마당에는 멍석과 천막을 깔았다. 동네 아주머니들은 음식을 만들고 국을 끊이고 전을 부쳤다. 장례비용이 많이 들어가지 않으면서도 마을 전체가 애도하는 분위기 속에서 장례를 치렀다. 마을 이장의 확성기 소리도 이채로웠다. “밥숟가락을 졸업했다”는 표현으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알렸다. 그리고 확성기 소리로 몇 시간씩 회심곡 등 고인을 위로하는 음악으로 북망산천 가는 길을 애도했다. 이게 우리나라 전통의 장례 문화다.
산업화로 인해 도시화가 진척되면서 이제는 집에서 상을 치룰 수가 없다. 죽는 장소도 병원에서 임종을 맞이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장례식장이라는 것이 생겼고 1980년대 초에는 부산지역에서 출발한 상조업체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장지도 묘지를 쓰기 위해 선산이 아니라 납골당, 납골묘, 공원묘원 등의 상업적인 안식처에서 영면을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돈이 없으면 이마저도 힘들다. 화장을 하고 산골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들 장사관련 시설은 모두가 재단법인이나 주식회사 형태다. 재단법인이나 주식회사는 영업을 하고 이윤을 남겨야 한다. 모두가 “고인을 내 가족처럼 모신다”고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장사다. 비용도 엄청나다. 이전 상조업이 태동될 당시만 해도 200만 원 이하 상품들이 주를 이루었지만 이제는 보통 300만 원 이상에서 더 고가의 상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죽는데도 돈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상조회사들은 유명한 모델들을 이용해 홍보를 하고 “최고의 의전으로 모신다”는 이미지를 알리고 있다. 그렇지 못한 업체들은 상당수가 지하방이나 홍보방 등을 통해 수의를 팔면서 영업을 지속해 나가고 있다. 그러한 영업비용들이 고스란히 고객들의 몫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장사관련 주식회사들은 “세월이 가면 물가 등 미래가치가 변해서 가격을 올리는 것이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수천 년 동안 이어져 내려온 우리 전통의 장례문화와는 차이가 있다. 지금의 장례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상승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 장례식장이나 상조회사의 리베이트 비용까지 더해져 어려운 사람들은 “돈 없으면 죽을 수도 없다”라는 탄식이 절로 나오는 현실에 우리는 살고 있다. 최근 통계기관의 조사에 의하면 1인당 평균 장례비용이 1000만원에서 1500만원으로 나타나고 있다.
언젠가 언론에 장례비용이 없어서 자식들이 야반도주를 했다는 기사가 있었다.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수 있다는 신호다. 향후 우리사회가 부담해야 할 전체 장례비용은 2010년 약 3조원 정도에서 개인당 평균 장례비용이 상승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2020년경에는 약 4.3조원, 2030년경에는 약 5.4조에 이르게 되고 2050년에는 약 9조원으로 현재 수준의 3배 이상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산하고 있다. 보통 문제가 아니다. 다가오는 초고령사회에는 연간 사망자수 40만이 넘는다는 전문가들의 진단을 종합해 볼 때 장례비용은 더욱 더 늘어 날 수가 있다. 이는 단순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의 주요 현안으로 떠오를 수밖에 없다.
사망자 수 급증은 광의적으로는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급격한 사회경제적 구조의 변화를 유발한다. 좁게는 우리사회가 부담해야 할 장묘비용이 급증하는 원인이 되기도 하며, 임종기에 각 개인이 부담해야 할 의료비 역시 급등한다. 화장장, 각종 묘원 등 장사시설의 수급 역시 문제가 될 수 있다. 장례관련 학과의 교수로 활동하고 있는 이필도 교수의 표준 장례비용 산정에 관한 연구에도 약 1070만원으로 나타나고 있다.
시골마을에서 품앗이로 처리하던 시절과 장례식장에서 장례식을 치르는 시절과는 너무나 차이가 있다. ‘빈소사용료, 안치료, 청소료’등의 장례식장, ‘수시, 염습비, 각종 용품구입비, 제단장식비, 제수비용’등의 용품서비스, ‘운구, 조문객 이동시 사용되는 차량사용료’ 등의 차량비용, ‘조문객 접대를 위한 음식 비용’등의 접객비용. 화장장과 봉안시설 사용료, 매장시 묘지구입비, 석물비, 봉안작업비, 관리비 등 사망자 수가 증가함에 따라 우리 사회가 부담해야 할 관련 비용은 급증하게 되어 있다. 따라서 우리사회에서 사망자 수 급증에 따른 비용증가가 가져오는 가장 큰 사회적 충격은 그 증가 속도가 매우 빠를 것이며 선제적 대응이 시급하다고 볼 수 있다.
지금도 정부정책은 장사정책에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000년대 이후 화장률 급증은 화장장 및 봉안시설의 수요를 초래했다. 지금도 지자체에서는 그 고통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제때 필요시설인 화장장 시설을 확보하지 못한 지자체에서는 원정 화장을 떠나야 하고 해당지자체가 아니라는 이유로 3~4배의 징벌적인 요금을 내고 있다.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제는 저출산 고령화 시대다. 핵가족화 시대다. 더 이상 대가족 제도가 아니다. 그만큼 개인에게 전가되는 비용이 크다는 것이다. 장례비용의 절감을 위한 정책적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http://www.kns.tv/news/articleView.html?idxno=2607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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