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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 이야기

죽음의 의미에 답하다...!

독립출판 무간 2016. 11. 25. 20:57

늙은 코끼리는 어떻게 죽는가. 죽음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끼면 무리에서 홀로 떨어져 나와 밀림 깊은 곳에 있는 ‘코끼리들의 무덤’을 찾아간다. 그 곳에는 이미 죽은 코끼리들의 뼈와 상아들이 작은 산처럼 수북하다. 죽음을 맞이할 코끼리는 그 위에 자신의 몸을 고요히 눕힌다. 장엄한 광경이다. 코끼리는 그렇게 생을 마감한다. 올해 일흔다섯 살인 이 책의 저자도 그런 죽음을 상상한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홀로 조용히, 밀림의 코끼리처럼 죽고 싶다”고 말한다.

 

저자는 일본의 저널리스트다. 1964년 도쿄대 불문과를 졸업하고 ‘주간문춘(週刊文春)’에서 기자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이후 논픽션 작가로 일본 내에서 다양한 상을 수상했다. 죽음에 대한 탐구는 개인적 경험과 연관성이 깊어 보인다. 그는 1991년에 NHK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임사체험, 인간은 죽을 때 무엇을 보는가>에 참여했다. 그때부터 죽음과 관련한 취재에 나섰다. 이후 2007년 방광암 치료, 이듬해에는 심장 수술을 겪으면서 죽음을 자신의 문제로 절실히 바라보게 된 것으로 보인다.

 

다루고 있는 내용은 광범위하다. 사후세계, 임사체험, 암환자를 대하는 의료진의 마음가짐, 환자와 가족의 심리 상태, 연명치료, 조력 자살, 안락사, 존엄사, 뇌사, 장례문화 등 죽음을 둘러싼 갖가지 ‘구체적 각론’이 때로는 문답식으로, 또 때로는 저자가 직접 쓴 짧은 글들로 펼쳐진다. 주목할 만한 것은 그 구체성, 혹은 죽음을 당면한 현실로 받아들이는 솔직한 태도다. 어쩌면 그것은 매우 일본적인 태도로 보이기도 한다. 지진이 빈번한 그 곳 사람들은 죽음을 늘 의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고, 한국인들은 별로 사용하지 않는 ‘사생관’이라는 단어에도 익숙하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비이성적이고 해괴한 것에 빠져들어야만 죽는 것이 두렵지 않은 세계에 입성할 수 있을까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지극히 자연스럽게, 당연한 일을 당연하게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죽음이 두렵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저자는 책에서 안락사 허용을 주장하고, 일본에서 존엄사를 원하는 사람들이 12만명에 달하는데도 여지껏 허용되지 않는 배경에는 “그저 목숨만 부지하는 사람들을 통해 이득을 챙기는 무리가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비판한다. 사후 세계를 물어보는 질문에는 ‘노 코멘트’로, 임사체험자들의 체외이탈에 대해서는 “착각이 혼재된 거짓 기억”이라고 답한다.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은 자신의 장례방식에 대한 언급이다. 이 대목에서 그는 일본의 전통적 문화와 확연히 다른 태도를 내비친다. “장례식과 묘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면서 “나는 콤포스트(Compost) 장을 원한다”고 말한다. 시신을 다른 재료와 섞어 발효시킨 뒤 퇴비로 만들어 밭에 뿌리는 장례방식이다. 이어서 덧붙인다. “그게 미학적으로 좀 그렇고, 법적으로 난점이 있다면, 타협안으로 수목장을 해주면 좋겠습니다. 나는 수영을 못하니까 바다보다 육지가 낫겠지요.”

 

http://v.media.daum.net/v/20161125195011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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