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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련이란 해가 떠서 지는 것만큼이나 불가피한 것이다!

독립출판 무간 2016. 9. 25. 09:43

저는 이 말을 통해 제 인생의 시련을 당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마음의 자세를 갖추게 되었습니다. 해가 뜨는 일과 해가 지는 일을 제가 어떻게 막을 수 있겠습니까.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찬란하게 뜨고 지는 해 앞에 있는 그대로 저를 드러내는 일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어둠 속으로 도망치고 싶어도 해를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오래전 초등학생이었던 아들과 일출을 보기 위해서 새벽에 경주 토함산을 걸어 올라가본 적이 있습니다. 미처 다 오르기도 전에 해가 뜨고 말았지만, 해가 뜨자 그 어둡던 산길 구석구석, 바위의 틈새 하나하나까지 환하게 밝아왔습니다. 나무도 바위도 풀잎도 그 어떠한 사물도 해를 피하지 못하고 자신의 본모습을 그대로 드러내었습니다. 부끄러운 듯 수평선 위로 조금씩 얼굴을 내밀던 해가 수평선 위로 두둥실 떠오르자 눈이 부셔 도저히 바라볼 수 없었습니다. 해는 그렇게 바라볼 수도 피할 수도 없는 불가피한 존재였습니다.

인생의 시련도 이렇게 해처럼 불가피한 존재입니다. 바로 이 점을 이해하고 나자 저는 제 삶의 어느 한 켠에서 조금씩 마음의 여유를 지닐 수 있었습니다. 그 어떤 시련에 봉착해도 해를 피할 수 없는 것처럼 불가피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참고 견딜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누구에게도 왜 해가 뜨느냐고 묻지 않습니다. 왜 해가 지느냐고도 묻지 않습니다. 해가 뜨면 오직 지기를 기다릴 뿐이며, 해가 지면 다시 또 해가 찬란히 떠오르기를 기다릴 뿐입니다. (중략)

우리가 높이 평가하는 것들은 모두 시련을 거친 것들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시련이 찾아오는 것을 싫어하고 두려워합니다. 시련을 거치지 않으면 무엇 하나 훌륭한 열매를 맺을 수 없는데도 말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시련을 피하고자 해도 시련 없이 살아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누구나 시련 없이 살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시련 없이는 인생이 형성되지 않습니다. 인생을 형성하는 요소 중에서 결코 빠뜨려져서는 안 되는 중요한 요소가 바로 시련입니다.

저는 시련이 찾아오면 '아, 나에게 또 시련의 과정이 필요할 때가 되었나보다. 신께서 또 나를 단련시키려나보다', '단 것이 끝나고 또 쓴 것이 오는구나, 쓴 것이 끝나면 또 단 것이 오겠지'하고 받아들입니다. 더 이상 도망치려고 발버둥치지 않습니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아무 것도 없습니다.

해가 뜨고 지는 것은 우주의 기본 질서입니다. 제게 혹독한 시련이 있다는 것은 그 기본 질서에 대한 절대적 수용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제가 시련을 수용하면 시련은 저를 위로해주지는 않지만 강한 단련의 시간은 선물합니다. 어떠한 고난이 닥치더라도 견디고 일어날 수 있는 용기의 씨앗은 심어줍니다. 제게 용기의 씨앗이 자란다는 것은 제가 울음을 참고 열심히 살아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대나무가 휘어지지 않고 똑바로 자랄 수 있는 것은 줄기의 중간 중간을 끊어주는 시련이라는 마디가 있기 때문이다.

(정호승,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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