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출판 무간
항구에 있는 배는 안전하지만 그것이 배를 만든 이유는 아니다! 본문
저는 바다가 없는 분지 대구에서 자란 탓으로 바다만 보면 가슴이 뜁니다. 제가 처음 본 바다는 중학교 2학년 때 본 포항 송도 앞바다였습니다. 언덕에 올라 해송 사이로 처음 바다를 보았을 때의 그 충격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사진으로 본 바다와 직접 제 눈으로 본 바다는 전혀 다른 바다였습니다.
그 이후부터 바다는 늘 그리워하는 풍경 중의 하나였습니다. 부두에 닻을 내린 배들과, 바다 위를 나는 갈매기들과, 멀리 하늘과 맞닿아 있는 수평선의 모습은 늘 제 가속 속에서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한번은 회사 일로 강원도 고성에서 명태잡이 어선을 타고 직접 바다로 나가본 적이 있습니다. 조그마한 통통배를 타고 아침 바다로 나아갈 때 마치 한 마리 갈매기라도 된 듯 싶었습니다. 점점 멀어지는 고성항, 가까이 다가온 듯하더니 어느새 다시 멀어진 섬들, 아침 햇살에 빛나다가 부서지는 파도 소리... 저는 어린애처럼 신이 나 마냥 들떠 있었습니다.
그런데 배가 항구를 떠난 지 한 시간 반쯤 지났을 때였스빈다. 무심코 사방을 둘러보자 아, 바다 이외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순간 두려움이 몰려왔습니다. 망망대해에서 통통배 하나에다 목숨을 의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갑자기 그 감격스럽던 바다가 두려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때부터 멀미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수질이 아주 심하네요."
명태잡이 어부 김씨가 멀미가 나서 어쩔 줄 모르는 저를 보고 빙그레 웃었습니다.
저는 왜 배를 타고 바다로 나왔는지 후회되었습니다. 단 일초라도 빨리 육지로 돌아가고 싶었습니다. 비로소 바다는 단순히 아름다운 풍경의 하나가 아니라 엄숙한 삶의 터전이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다시 고성항으로 돌아오자 출항할 때와는 달리 일기 탓으로 출항을 금지당한 배들이 항구에 묶여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배들을 보자 역시 배는 바다로 나가야 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부도 그 배를 타고 고기를 건져 올려야 어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항구는 배가 있어야 항구입니다. 그런데 배가 항상 항구에만 있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 배는 정물화 된 하나의 폐선에 불과하며, 그 항구는 폐항이 되어버리고 맙니다. 바다도 단순히 아름다운 서정의 바다만이 바다가 아니라, 고기잡이배들이 떠다니는 노동의 바다라야 진정 바다일 수 있습니다.
배는 실은 바다를 항해할 때보다 항구에 정박해 있을 때가 더 안전합니다. 그렇지만 항구를 떠나지 않는 배는 배가 아닙니다. 항구를 장식하는 하나의 기물에 불과합니다. 아무리 작은 조각배일지라도 거친 파도를 헤쳐나갈 수 있어야 배이며, 아무리 큰 배라 할지라도 항구에 정박해 있기만 한다면 배가 아닙니다. 우리도 인생이라는 항해를 시작한 이상 항구에 정박해 있어서는 안 됩니다. 아무리 힘들더라도 바다를 향해 나아가야 합니다.
인생에서 가장 큰 위험은 전혀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 것입니다. 항상 해왔던 것을 하면 항상 얻어왔던 것을 얻게 됩니다. 익숙한 것이 편하다고 해서 마냥 그것에 머물러 있다면, 바로 그 익숙한 것들이 독이 되고 쇠사슬이 될 수 있습니다.
(정호승,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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