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출판 무간
위를 보지 말고 아래를 보고 살아라! 본문
지난 주 지하철을 탔을 때의 일입니다. 퇴근 후 피곤한 몸으로 좌석에 기대앉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두 아이들이 소리를 지르며 전동차 안을 뛰어다니며 놀고 있었습니다. 조용히 쉬고 싶은데 그 아이들 때문에 그럴 수 없었습니다. 더욱 저를 화나게 한 것은 그 아이들의 아버지였습니다. 아이들이 자기 집 뜰에서 뛰어놀 듯이 함부로 행동하는데도 나 몰라라 하는 태도로 무심하게 앉아 있는 것이었습니다. 자녀 교육을 시킬 줄 모르는 정말 예의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 참다못해 그에게 한마디 했습니다.
"소음 때문에 쉴 수가 없어요. 아이들에게 주의를 좀 주시지요."
그러자 그 아버지는 제정신이 돌아온 듯 놀라며 이렇게 사과하는 것이었습니다.
"미안합니다. 제가 제 생각에만 빠져 있어서 애들에게 미처 주의를 기울이지 못했군요. 실은 방금 병원에서 돌아오는 길입니다. 아내가 입원해 있는데, 의사로부터 애들 엄마가 암에 걸려 얼마 살지 못할 것이란 얘기를 들었어요. 그 생각만 하다 보니... 미안합니다."
그 얘기를 들었을 때 나는 부끄러움으로 얼굴이 화끈거림을 어쩔 수 없었습니다. 전후 사정을 알지도 못한 채, 무조건 그 불싸한 아버지를 교양 없는 사람으로 판단해 버린 나의 경솔함을 두고두고 후회하게 되었습니다.
이 글은 미국에서 선교활동을 하는 이영순님이 쓴 '새벽에 쓰는 편지'에 있는 글입니다. 이영순 님은 이 글을 읽고 남을 판단함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나의 감각에 의존하여 당장 눈앞에 나타난 것만 가지고 사람과 사건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 그 이면을 보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저도 그 글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그것보다도 제가 그 아버지의 입장이 아니라는 사실이 더 감사하게 느껴졌습니다. 아내가 건강해서 아침에 식구들 밥을 해주고 아이들이 학교에 갈 수 있도록 챙겨주고 빨래나 집 안 청소를 한다는 그 평범한 사실이 참으로 감사하게 여겨졌습니다.
몇 해 전에는 제 부모님이 다니는 교회에 소속된 한 청년이 군 복무 중에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청년은 별을 사랑하는 청년으로 대학에서 천문학을 공부하다가 해군에 입대했습니다. 군 복무를 하면서 바다의 별을 바라보고 싶다고 굳이 해군에 입대한 것입니다. 그런데 함상 근무 중 술 취한 고참병의 구타에 의해 군 병원에서 끝내 사망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그 부모님은 군에 보낸 아들을 지켜주지 못한 나라에서는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면서 뉴질랜드로 이민을 가버렸습니다.
저는 대전국립묘지에서 있었던 그 청년의 안장식에 참석해서 고별시를 낭송했습니다. 그러면서 마음속으로는 제 아들이 무사히 제대했다는 사실에 대해 깊이 감사했습니다.
남의 불행이 저에게는 큰 감사와 교훈이 됩니다. 오늘의 제 자신을 돌아보고 긍정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줍니다. 그래서 저는 언제나 저보다 더 어려운 삶을 사는 이들을 바라보며 오늘을 살아가려고 노력합니다. 가능한 한 저보다 더 나은 삶을 산다고 여겨지는 이들의 삶을 부러워하거나 바라보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정호승,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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