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출판 무간

하나가 필요할 때 둘을 가지려고 하지 말라! 본문

사는 이야기

하나가 필요할 때 둘을 가지려고 하지 말라!

독립출판 무간 2016. 9. 19. 21:44

우리는 해변을 쓰레기는 주우려 하지 않지만, 해변에 깔린 예쁜 조가비는 주우려 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조가비가 예뻐도 해변의 조가비를 다 주울 수는 없습니다. 예뻐 보이는 몇 개를 주울 수 있을 뿐입니다. 책상 위에 조가비를 하나만 두면 참 예쁘지만, 서너 개를 놓아두면 그 하나마저도 예뻐 보이지 않습니다.

하나만 가질수록 그 하나가 더 아름다울 수 있고, 더 사랑스러울 수 있습니다. 두 개를 가지면 사랑스럽던 그 하나가 예전처럼 사랑스럽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자꾸 둘을 가지려고 합니다. 욕심 때문입니다. (중략)

둘을 가지려다 그 하나의 절실함과 소중함마저 잃게 됩니다. 둘을 갖지 않는다는 것은 나머지 하나를 다른 사람이 갖도록 하는 나눔의 마음과 행위입니다.

하나가 더 있다고 해서 사는 게 더 편안해지는 게 아닙니다. 둘을 지녔다고 해서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만족감과 행복감이 배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재산이 많다는 것이 곧 만족스러운 삶을 보장해줄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많으면 많을수록 그만큼 대가르 치르게 됩니다. 돈 때문에 형과 아우가 법정 다툼을 하게 되면 아무리 재산이 많다 해도 그것은 이미 인간의 삶이 아닙니다. 짐승보다 못한 삶입니다. '재물이 늘어나면 욕심도 늘어나고 재산이 많아지면 선한 마음이 줄어든다'는 선인의 말씀은 진리입니다. '가난하지만 마음이 풍요로운 사람은 아무 것도 소유하지 않은 듯하지만 실제로는 모든 것을 소유하고 있다'고 사도 바울이 말한 바 있습니다. (중략)

언젠가 법정 스님이 쓰신 글에서, '만년필을 하나 선물받자 지금까지 쓰던 만년필이 갑자기 전처럼 소중해지지 않더라'는 이야기를 읽고 크게 느낀 바가 있습니다. 하나가 둘이 되면 그 하나의 소중함은 저절로 잃게 됩니다. 법정 스님은 그 글에서 '모자랄까 봐 미리 걱정하는 그 마음이 바로 모자람'이며, '하나가 필요할 때 둘을 가지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장자도 '바르게 살아가려면 한 발자국 앞에서 멎는 게 옳다'고 했습니다. 욕심을 다 채우려 하지 말고 약간 조자라고 아쉬운 듯한 상태에서 멈추는 마음으로 살아가라는 말씀입니다. 그렇지만 한 발자국 앞에서 멈추기가 너무 어려워 딱 한 발자국을 더 내디딤으로써 그만 벼랑 아래로 떨어져 죽고 마는 게 오늘 우리 삶의 정황입니다.

아마 하나가 있기 때문에 둘이 생겨날 것입니다. 그렇지만 나약한 인간인 우리는 그 하나마저 버리기가 힘이 듭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둘을 가지려고 하지 않는 마음입니다. 배가 고프다고 해서 밥 두 그릇을 먹지 말고 한 그릇은 남이 먹도록 남겨놓아야 합니다. 그래야 이튿날 아침에 나 자신도 다시 밥 한 그릇을 맛있게 먹을 수 있습니다.

'내가 갖고 있는 것은 영원히 남의 것이요, 남에게 주어버린 것은 영원히 내 것이다.'

이 말은 '숫타니파타'에서 읽은 부처님의 말씀입니다.

 

(정호승,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