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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이야기

이지함, 쇠솥을 갓 대신 쓰다!

독립출판 무간 2016. 8. 29. 14:17

미신이긴 하지만, 아직도 새해가 되면, 그 해 운세가 어떤지 궁금해서 '토정비결'을 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토정비결>은 조선시대의 기이한 선비로 알려진 이지함이 쓴 책입니다. 이지함은 베옷을 입고 짚신을 신었으며 큰 삿갓을 쓰고 자루를 짊어진 채 여기저기 떠돌아 다녔습니다.

 

우리는 멀리 여행을 할 때 냄비 대용으로 쓸 코펠과 휴대용 가스레인지라고 할 수 있는 버너를 배낭에 챙겨 넣습니다. 옛날에도 장거리 여행을 하는 사람들은 작은 솥을 짊어지고 다녔습니다. 어디서든 밥을 지어 먹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런데, 이지함은 전국 팔도를 유람하면서 나귀도 타지 않고 걸어서만 다녔습니다. 그러자니 솥단지를 지고 다니기가 여간 불편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아예 철솥을 갓 대신 머리에 쓰고 다녔다고 합니다. 그것을 쓰고 다니다가 밥을 지을 때는 벗어서 밥짓는 솥으로 사용했답니다.

 

그가 포천지역의 현감을 지낼 때의 일입니다. 현감 정도 되면 도포자락을 휘날리고, 가죽신에 그럴듯한 갓을 쓰는 것이 기본적인 옷차림일 터입니다. 그런데, 이지함은 쓸데없는 겉치레에는 아예 마음을 두지 않았기에 거친 베옷에 짚신을 신고 고급 갓 대신 큰 삿갓 차림으로 관청에 올라갔습니다.

 

이지함이 부임해 오자, 이지함을 모시게 된 아전이 음식을 내왔습니다. 이지함은 아전이 내 온 음식을 한참 바라보다가, 음식에는 손을 대지 않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먹을 것이 없구나"

아전이 뜷에 무릎을 꿇고 말했습니다.

"이 현에 먹을 만한 산물이 없어서입니다. 다시 올리게 해 주십시오"

한참 후에 아전은 맛있는 음식을 가득 차려 내왔습니다. 이지함은 또 바라보다가 말했습니다.

"먹을 만한 것이 없구나"

아전은 어찌할 바를 몰라 떨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이지함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백성들은 생활이 곤궁한데도 모두 먹고 마시는 것에 절제가 없다. 나는 음식 먹는 사람들이 소반을 사용하는 것이 싫다"

 

이지함은 하인에게 잡곡밥 한 그릇과 나물국 한 그릇을 삿갓에 담아 내오라고 해서 그것을 먹었습니다.

어느 날, 그 읍에 사는 한 관리가 이지함을 방문했습니다. 이지함은 관리에게 마른 나물을 넣고 쑨 죽을 권했습니다. 관리는 수저를 들어 한 술 먹다닥 금방 토해 버리고 말았습니다. 맛이 형편없어서 도저히 먹을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이지함은 아랑곳하지 않고 나물죽을 깨끗이 다 먹어 치웠습니다.

 

 

얼마 후, 이지함은 관직을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가려고 했습니다. 그러자 고을 사람들이 길을 막고 계속 머물러 고을을 다스려 달라고 간청했다고 합니다. 고을 사람들은 자기 욕심 차리지 않고 검소하게 살면서 백성들을 위해 노력했던 이지함의 다스림이 계속되기를 바랐던 것입니다.

 

(김아리 글, 정수영 그림, 밥 힘으로 살아온 우리민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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