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출판 무간
[스크랩] 송편과 숙종 임금 본문
송편은 한가위, 즉 추석을 대표한느 떡입니다. 추석 전날, 온 식구가 모여 앉아 송편을 빚었습니다. 그런데 송편은 한가위 때만 해 먹는 음식이 아니었습니다. 언제든 좋은 날에는 자주 송편을 빚어 먹었습니다. 송편에 얽힌 이야기는 참으로 많습니다. 다음은 조선의 숙종 임금과 송편에 얽힌 이야기 한 토막입니다.
조선시대 속종 임금이 몰래 민간을 순시하다가 남산골을 지나게 되었습니다. 밤이 깊었는데 어디서 글 읽은 소리가 나서 가 보니, 한 오두막집에서 나는 소리였습니다. 임금은 들창 틈새로 방 안을 가만히 엿보았습니다. 젊은 남편은 글을 읽고 있었고, 아내는 등잔 밑에서 바느질을 하고 있었습니다.
임금은 가난한 부분의 모습이 정겨워서 흐뭇하게 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득 젊은 나편이 책을 덮더니 속이 출출하다고 했습다. 그러자 새댁은 얼른 주발에 담긴 송편을 두 개 내놓으면 권했습니다. 남편은 얼른 한 개를 집어 먹더니 한 개 남은 것마저 또 집어 들었습니다.
숙종 임금은 혼자 떡을 다 먹어 버리려는 남편이 괘씸하여 호통을 치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남편은 자기 입으로 송편의 한 쪽을 물더니 새댁의 입에 넣어 주었습니다.
숙종은 다정한 부부의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본 뒤 궁으로 돌아왔습니다. 다음 날, 임금은 가난한 선비 부부를 떠올려 보다가 은근히 왕비에게 송편이 먹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사정을 모르는 왕비는 궁중 주방에 명령을 내려 송편을 많이 만들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송편을 그릇에 가득 담아 숙종에게 올렸습니다.
숙종은 떡이 먹고 싶었던 것이 아니고, 가난한 선비 부부처럼 송편 몇 개를 왕비와 정답게 나눠 먹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그릇에 가득 담아 올린 송편을 보고는 버럭 화가 나서 소리를 지르고 말았답니다.
"어허, 내가 돼지란 말이오? 이렇게 많은 송편을 먹으라니"
(김아리 글, 정수영 그림, 밥 힘으로 살아온 우리민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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