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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이야기

소유가 시작되자, 자연은 빛을 잃었다!

독립출판 무간 2016. 8. 20. 12:05

식물이 자라는 데 무엇이 필요할까? 햇빛, 물, 흙, 공기, 우리가 살아가면서 존재를 거의 느끼지 못하는 자연의 '흔한 것'들이다. 이 중에 빛은 생명의 근원이며 무생명에서 생명의 상태로 변화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중요한 요소다. 종교에서 '빛'을 생명과 진리의 상징으로 간주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30억 년 전, 태초의 생명체인 식물성 플랑크톤은 공기 중의 산소와 이산화탄소를 조절하면서 바다 속과 육지에서 생명을 유지하는 역할을 했다. 대기 꼭대기에서는 오존층을 형성하여 육지의 생명을 보호했다. 육지의 최초 생명체는 식물이다. 식물은 광합성 작용을 통해서 자신의 살과 피를 만든다. 식물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내놓음으로써 맑고 신선한 공기를 만들어 다른 생명체가 살아가도록 돕는다. 식물의 뿌리는 깊은 땅속에서부터 물과 미네랄을 끌어올려 토양에 수분과 영양분을 공급해 준다.

 

식물 다음에 출현한 것이 동물이다. 동물은 식물과 달리 자신의 몸을 움직여서 다른 생명체를 먹고 살아가는 '의존적'인 생명체다. 식물과 달리 동적이지 않으면 굶어 죽도록 되어 있기에 소통할 수 있는 것들이 필요했다. 그래서 동물은 미세한 신경체계에 의해 움직이는 근육과 자신의 짝(대부분의 동물은 한 족의 성만을 가졌다)을 찾기 위한 소리와 청각, 냄새를 맡기 위한 후각, 그리고 음식 맛을 알기 위한 미각을 가지고 있다.

 

동물들은 식물을 포식하는 대가로 식물의 씨앗을 옮기는 역할을 한다. 씨앗은 수십 수백 년이 되어도 적당한 조건을 만나기만 하면 발아되지만 동물의 경우는 살아 있는 생애에 수컷과 암컷의 교미를 통해 종족번식을 해 나간다. 그래서 식물은 동물보다 더 번성하고, 다양하며, 수만 년이 넘도록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이다. 빛을 먹으며 살아가는 식물이 살아 있는 한, 수억 만 년을 살아온 생명은 그리 쉽게 이 지구에서 살아지지 않는다.

 

그 뒤 자연에서 가장 위협적이고 천적이 없는 사람이라는 종이 탄생했다. 자연에 종속되면서도 자연에 대항하며 살아가도록 타고난 탓에 탐욕의 인간사는 수만 년 전 강 유역의 비옥한 토지에서 땅을 경작하는 농사를 통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그 이전의 인간관계란 고작 종족번식이 전부였다. 고대 인간사회는 자연을 경배하고 자연과의 교감을 최우선으로 여겼다.

 

농사를 agri-culture라고 한다. '땅agri의 문명, 문화culture'라는 뜻이다. 땅으로부터 시작된 문명은 새로은 인간 관계를 형성했다. 사람들이 모여 살며 농사를 지음으로써 인간의 역사도 시작되었다. 자연을 착취하고 가혹하게 다루는 인간 중심의 역사가 시작된 것이다. 인간은 땅을 경작하여 먹을 것을 얻고, 그 부산물과 자연으로부터 얻은 재료로 집을 짓고, 입을 것을 만든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땅을 경작하면서 비로소 '씨앗'을 먹는 곡식 농사를 하게 되었다.

 

곡식농사는 축적과 저장, 자유로운 이동에 박차를 가했고, 이에 인간은 보다 많은 땅을 얻기 위해 전쟁을 했다. 전쟁은 더 많은 땅과 더 많은 땅을 경작하기 위한 사람을 얻을 수 있는 통로가 되었다. 곧이어 도시민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땅의 확장과 경작물의 축적 및 확대는 경작을 통하지 않고서도 먹고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기 때문이다. 씨앗을 먹는 곡식 재배의 시작은 곧 남성의 힘을 요구하게 되었고, 따라서 땅을 경작하는 사람이 권력을 쥐는 힘의 분배 현상이 나타났다. 여성과 약자는 부수적인 일들에 개입할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축적을 통한 '소유의 역사'가 시작되지 자연과 인간의 관계는 수탈적으로 변모했다. 농으로부터 시작된 문명이 석유산업문명으로 이어지는 과정은 사람이 농사를 통해서 생명을 유지하는 한, 태생적으로 자연에게 해를 끼치는 '원죄'를 가지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인간이 원죄를 속죄할 수 있는 길은 '자연 그대로, 수탈을 최소화'하면서 '유기생명체의 순환'에 최대한 맞추면서 갈아가는 방법뿐이다. 유기생명체가 제대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방식대로 살아가야 한다. 하지만 인간의 간섭이 심한 환경에서는 자연조차 '자연스럽지' 못하다. 여러 가지 오염물질이 맑은 물과 대기를 점령했고, 휘황찬란한 인공의 빛이 자연이 누려야할 밤을 앗아갔다. 무분별하게 파헤쳐진 산과 들은 이제 동식물의 무덤이 되어버렸다.

 

(변현단 글 / 안경자 그림, 약이 되는 잡초음식, 숲과 들을 접시에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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