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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가 시장의 통제 아래, 상품을 만드는 산업으로 전락하다!

독립출판 무간 2016. 8. 20. 12:02

인간의 관심은 대개 이기적이다. 자신과 관계를 맺거나 자신에게로 이로운 것들에게만 관심을 쏟으니까. 산과 들에서 자라는 식물이나 동물들에게는 관심을 잘 기울이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이 영양소와 사랑을 주지 않고 관심을 주지 않아도 동식물은 잘 자란다. 숲을 보면 안다. 인간의 사랑과 관심이 필요한 것은 오직 인간이 '재배'하는 식물이다. 이것들을 농사 용어로 '작물'이라고 한다. 인간의 노동과 노력의 산물인 작물이 단작(mono-culture)과 만나면서 작물은 사실 공장에서 생산되는 다른 물건과 하등 다를 바가 없는 것이 되었다. 신과 자연이 개입할 여지가 별로 없어졌기 때문이다. 작물이라는 용어는 인위적이어서 '생명, 순환, 유기, 자연'이라는 가치를 담기에는 너무 협소하다.

 

공장에서 찍어내는 물건처럼 작물도 늘 돈으로 맞바꿔진다. 산업 노동자는 1년 내내 임금을 받는다. 하지만 농사를 생업으로 삼는 사람들의 경우는 다르다. 농사는 땅의 경작을 통해 이루어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돈을 더 많이 벌기 위해 농부들은 계절을 타지 않는 농사법과 농산물에 대해 연구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계절 식물은 차츰 사라진다. 계절을 타지 않는 비닐하우스 농사는 개량된 종자와 환경 속에서 1년 365일 가동되는 '공장'과 다름없다. 공장에서 농부는 1년 365일 쉬지 않고 일하며 돈을 벌어들인다. 공장 시스템에 맞춰 농사를 지으려면 종자를 개량해야 하고, 인공 에너지도 사용해야 한다. 가족 노동력 외에 별도의 노동력과 기계도 필요하다.

 

소비자들은 그 덕에 연중무휴로 신선한 채소를 공급받는다. 기후나 장소에 관계없이 '원하면 언제든 무엇이든' 얻을 수 있다. 겨울에도 딸기를 먹을 수 있고, 상추를 먹을 수 있다. 결국 수요가 공급을 결정하게 되고, 생산자는 소비자에게 종속된다. 산업자본주의에서 농부들은 어떤 것이 시장에서 인기가 좋은지, 부가가치가 높을지를 고려하여 농사를 짓는다. 당연히 유통회사 중심의 농사가 되어 단일작물을 재배한다. 또 잘 팔아주는 유통회사가 요구하는 대로 일한다. 한편 유통회사는 효율적인 관리 차원에서 대규모 농가를 선호한다. 농사를 짓는 사람이나 유통을 하는 사람이나 기준은 딱 한 가지다. 바로 '환금성'이다.

 

농사가 시장의 통제 아래 '상품을 만드는 산업'으로 전락하면 '농사'는 곧 '작물'이 되고, 소비자의 우선권은 더욱 강조된다. 농사가 지닌 본연의 특성이나 유기생명체의 순환 따위는 무시된다. 시장에 가면 먹을 게 넘쳐난다. 그러므로 소비자의 눈길을 끌어 선택되려면 모양과 크기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한다. 이왕이면 특별한 효능까지 갖추려고 한다. 그래서 인간은 시장에 내놓아 선택되는 작물을 생산하기 위해 동물을 '사육'하고 식물을 '재배'한다. 농사는 공사가 되고, 농장은 공장이 된 셈이다. 하지만 이런 방식의 농사는 자연뿐만 아니라 사람의 생명마저 수탈한다. 60년대 이후 한국 사회는 산업형 노동자를 대거 양산했다. 그들은 기계에 종속된 단순 노동집단으로 전락했다. 종자와 퇴비를 사오고, 농약과 화학비료 및 기계를 사용하여 재배하고 수확하는 단순한 노동자로 전락한 것이다. 이들을 '무식한 농사꾼'으로 만든 사람들은 바로 '등골 빠지게' 공부시켜 놓은 자식들이다. 그들은 농사지을 땅을 빼앗아 아파트와 공장을 세우고, 핸드폰과 자동차를 만들어 팔아 식량을 사먹게끔 부추긴 장본인이다. 자식을 헌신적으로 뒷바라지한 부모와 그것을 배경으로 성공한 자식들이 이제 서로의 삶을 파괴하고 있는 실정이다.

 

(변현단 글 / 안경자 그림, 약이 되는 잡초음식, 숲과 들을 접시에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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