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출판 무간
36가지 약초 무쳐 내놓는 약초밥상' : 손님한테 "설거지하세요" 본문
36가지 약초 무쳐 내놓는 약초밥상' : 손님한테 "설거지하세요"
"우리가 설거지해야 돼요?"
"예. 직접 하셔야 합니다."
세상에. 식당을 찾은 손님한테 설거지를 시킨다. 그것도 당당하게. 손님은 잠시 말문을 잇지 못한다. 난처한 표정이다. 안내문에 적힌 '식사를 남김없이 드시고 설거지는 직접 하셔야 합니다'라는 글귀를 보긴 했지만, '설마' 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금세 수긍을 하고, 자신이 먹은 그릇을 갖고 싱크대로 가서 직접 설거지를 한다. 지난 8월 7일이었다.
"그만큼 당당하게 음식을 만들었어요. 설거지를 시켜도 될 만큼이요. 안 그러면 따로 일하는 사람을 써야 하는데. 그렇게 하면 음식값을 더 올려야죠." 최금옥(61)씨의 말이다. 최씨는 신안 증도, 완도 청산도와 함께 아시아 최초의 '슬로시티'로 지정된 담양 창평에서 뷔페식당 '슬로시티 약초밥상'을 운영하고 있다.
약초밥상은 36가지 약초로 차려진다. 참나물과 냉이, 삼지구엽초, 당귀, 쑥부쟁이에서부터 민들레, 구기자, 화살나물, 초피나물, 가죽나물, 질경이, 오가피, 잔대, 헛개, 개다래, 제비꽃 등 없는 것이 없다. 뽕잎과 매실, 돼지감자, 도라지, 연근도 있다. 온갖 식물이 다 반찬으로 변신했다. 고추장도 다래로 담갔다. 하나같이 우리 몸에 보약이 될 만한 식재료들이다.
"주변에 널려 있어요. 슬로푸드의 재료가. 지천에 있는 식물의 잎과 꽃, 뿌리를 뜯어서 무쳤어요. 우리 몸에도 좋고. 모두 약이 되는 반찬, 그게 약초반찬이죠."
일부러 구입한 약초가 아니라는 최 씨의 설명이다. 모두 철 따라 그녀가 산과 들로 돌아다니며 직접 뜯은 것들이다. 자연으로 차린 밥상이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약초를 장아찌로 담갔지만, 염장을 하지 않고 저염 발효시켜 짜지 않는 게 특징이다. 화학조미료도 일절 넣지 않았다. 장아찌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먹는 데 전혀 부담이 없다. 밥도 발아현미를 섞은 흑미밥이다.
식단은 36가지 약초 장아찌와 천연 된장국, 발아현미밥으로 이뤄진다. 약초의 이름과 효능도 하나하나 다 써놨다. 이름과 효능을 보고 배우며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 손님이 이 반찬과 밥, 국을 적당히 가져다 먹는다. 주인장이 반찬을 골고루 가져다가 따로 버무려서 비벼주기도 한다. 후식으로 댓잎보리차가 나온다. 최씨가 손님들에게 당당한 이유다.
최씨는 직접 채취한 산야초로 술도 담근다. 헛개주와 오가피주, 삼지구엽초주, 방풍주, 무궁화잎주, 이질풀주, 호랑가시잎주, 산수국주, 개나리주, 국화주, 야관문주, 도라지주, 엉겅퀴주, 찔레주, 목련주, 목백일홍주, 인진쑥주, 칡꽃주, 원추리주 등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최씨는 지천인 산야초를 반찬으로 버무리고, 술로 담그는 재주를 지니고 있다. 독성이 없는 것이라면 온갖 나무의 열매와 이파리도 그녀의 손끝에서 독특한 맛과 향, 색깔을 내는 음식으로 변신한다.
"어릴 때 허약 체질이었어요. 학교에 하루 갔다 오면 이틀 동안 아플 정도로요. 자연스레 먹을거리에 관심을 갖게 됐죠. 몸에 좋다는 약초도 많이 먹었어요." 최씨가 약초반찬을 무치기 시작한 이유다. 약초를 다려서 먹는 것보다 반찬으로 만들면 더 먹기 수월하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이 과정에서 식구들은 늘 실험대상(?)이었다. 새로운 반찬을 만들면 언제나 시식을 하고 평가를 해주었다. 덩달아 가족들의 건강도 좋아졌다.
최씨는 산야초 고유의 맛을 찾는 과정을 즐긴다. 무치고, 말리고, 데치고, 삶는 것이 행복한 연유다. 시나브로 무공해 산야초와 열매가 풍기는 오묘한 향과 색, 맛에 빠져들었다. 식구들이 "맛있다"라면서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울 땐 흐뭇했다. 맛을 본 지인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창평 고씨 종가 며느리인 최씨의 집에서 식구들만 먹던 약초밥상이 일반인과 만나게 된 계기다. 뷔페식 '슬로시티 약초밥상'의 운영은 그녀의 며느리 장정인(31)씨가 맡고 있다.
http://media.daum.net/culture/newsview?newsid=20160818092807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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