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출판 무간

허기를 채워주고 건강도 지켜준 구황식물 본문

풀꽃세상야

허기를 채워주고 건강도 지켜준 구황식물

독립출판 무간 2016. 8. 13. 22:32

잡초는 또 한편 구황식물로도 이용되었다. 구황식물이란 가뭄이나 흉년이 들었을 때, 전쟁으로 인해 먹을 것이 없을 때 식량 대신 먹었던 풀이다. 한국전쟁이 끝난 후 보릿고개 시절에는 피와 강아지풀 씨를 이용해서 죽을 끓여 먹었다.

 

소리쟁이(일명 소루쟁이)는 길가를 비롯하여 공터나 밭에서 자라는 대표적인 잡초다. 1656년 효종 6년의 구황섭요를 보면 이 소래쟁이와 함께 여러 잡초들을 이용해 겨울에 식량을 어떻게 얻는지를 알 수 있다.

 

'소루쟁이 뿌리를 구덩이 속에 넣어 겨울에 단단히 덮어 찬 기운이 못 들어가게 하면 움이 나는데, 이것을 잘라서 국을 긇이면 부드럽고 맛도 좋고 요기가 된다. 움을 베고 그 뿌리를 도로 구덩이에 넣어두면 움이 또 나고 또 베면 또 나와서 오래도록 먹을 수 있다', '새삼 씨로 밥을 지어 먹으면 풍증을 고칠 수 있고, 배고픈 것도 참을 수 있다', '나리 뿌리를 삶아서 먹으면 양식을 대신할 수 있다', '냉이의 성분이 온화하여 중기를 화하게 하고 오장을 이롭게 하므로 죽을 쑤어 먹으면 능히 중기를 돕게 된다'는 기록이 있다.

 

또 '칡뿌리를 깨끗이 씻어 껍질을 벗긴 다음 충분히 찧어 물에 담갔다가 짜서 건더기를 견져내고 그 물을 가라앉혀 윗물을 따라낸 다음 앙금을 건져서 말린 다음 쌀가루와 섞어 죽을 쑤어 먹는다'와 같이 갈분을 만들어 죽을 쑤는 방법, '콩깍지를 푹 삶아 말리어 가루를 만들어 물에 담그고 2~3차례 맑은 물로 우려내어 독기를 제거한 후 쌀가루와 섞어 버무려서 쪄 먹으면 아주 좋다'와 같은 조리법도 있다.

 

요즘 세상에서 잡초나 쓰레기로 버리는 것들을 우리 조상들은 음식의 재료로 사용했다. 이런 음식을 먹은 사람들이 고혈압이나 당뇨병, 뇌혈관질환 등 현대인의 고질병을 앓을 리 없다. 요즘 사람들의 질병은 고기와 가공식품, 기름이 가득한 밥상 때문에 생긴 것이니까. 따라서 현대인의 질병을 치료하고 예방하려면 구황식물로 이용되던 식재료나 잡초들로 구성된 조상들의 밥상으로 돌아가야할 것이다.

 

(변현단 글 / 안경자 그림, "약이 되는 잡초음식, 숲과 들을 접시에 담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