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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세상야

엉겅퀴 : 가시가 있지만 참 맛있어요, 가시나물 엉겅퀴

독립출판 무간 2016. 8. 13.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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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Daum 검색 자연박물관 포토)

 

들꽃이거든 엉겅퀴이리라... 수없이 밟히고 베인 자리마다

돋은 아시를 보리라... 하나의 사랑이 꽃이기까지 우리는 얼마나

잃고 또 떠나야 하는지... 누군가 또 잃고 떠나 앓는 가슴 있거든...

그 가슴 속 보랏빛 꽃으로 맺히리라.

 

엉겅퀴를 보면 마치 심장을 가시에 베인 것 같다. 데인 상처가 아니라 베인 상처처럼 쓰라리다. 그러다가 복효근의 '엉겅퀴 노래'를 들으며 여념에 젖는다. 엉켜버린 상처들.

엉겅퀴 가시에 얽힌 재미난 이야기가 있다. 스코틀랜드의 국화가 엉겅퀴이다. 그 유래가 엉겅퀴의 가시에 찔린 적군 병사의 비명소리로 인해 스코틀랜드가 지켜질 수 있었다는 얘기다. 또 우유를 팔러간 소녀가 엉겅퀴에 찔려 넘어져 기절해서 영영 일어나지 못하고 젖소가 되어 엉겅퀴를 다 뜯어 먹고 다녔다는 전설도 있다.

엉겅퀴는 벌과 나비가 즐겨 찾는 꽃으로 번식력도 아주 좋아 길가나 들밭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가장 흔한 풀 세 가지를 대라 한다면 민들레, 질경이에 이어 어김없이 '엉겅퀴'를 들 것이다. 엉겅퀴는 모양 때문에 그런지 이름도 가지각색이다. 고양이를 닮았다고 '호계, 묘계'라고도 하며, 닭벼슬 같다 하여 '가시털풀(계항초)'이라거나 소 주둥이 같다고 '우구자'라고 부르기도 한다. 자홍색을 띤 작은 꽃들이 한데 모여 핀다고 하여 '야홍화'라고도 한다. 뿌리가 우엉뿌리를 닮았다고 '산우엉(산우방)'이라고도 부른다. 꽃이 열매를 맺을 때, 하얗게 흐드러진 엉킨 머리털이 서로 쥐어짜는 것처럼 보여 엉겅퀴라고 한다.

대부분의 잡초가 그러하듯이 엉겅퀴는 농사에 도움을 준다. 망초, 명아주, 박주가리, 돼지풀, 엉겅퀴 등의 잡초는 뿌리를 뽑으면 흙이 덩이째 나온다. 그 흙들은 부드럽고 흙의 구조도 그대로 가지고 있다. 그만큼 비옥하다는 뜻이다. 잡초가 피어 있는 상태에서 겨울을 난 곳은 따뜻하다. 그래서 곤충들이 몰려들어 겨울을 나곤 한다. 이른 봄, 입춘을 지나고 나서 들판을 태우는 이유도 잡초가 있는 곳은 따뜻해서 벌레들의 온상지가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벌레 잡으려다 초가산간 태운다는 말처럼 불의 온도가 땅 속까지 태우게 되고, 땅 속에 고열이 남아 있게 되면 좋은 미생물까지 죽인다는 부정적인 의견도 있다.

문제는 경작물이 자라고 있는 밭이다. 경작물과 잡초가 함께 있는 경우 토양을 비옥하게 하기 위해서 두 가지를 할 수 있다. 잡초를 베어서 그 자리에 멀칭을 하는 일이다. 잡초 뿌리는 살아 있지만 그 위에 멀칭을 해놓았기 때문에 비바람에 삭아간다. 풀을 억제하며 동시에 밑거름이 된다. 또 잡초를 태워서 그 재를 채소밭에 뿌리기도 한다. 재거름은 무기질 함량이 높아 좋은 거름이 된다. 잡초는 토양을 해롭게 하지 않으며, 경작물에 피해를 주지 않는다. 잡초가 경작하는 채소를 덮어 버리지 않는 한, 채소의 뿌리가 영양분을 먹을 수 있도록 명아주나 엉겅퀴의 뿌리가 영양분을 위로 끌어올린다. 잡초가 수분을 찾아 밑으로 내려가 수분을 끌어올리면 채소는 가뭄도 덜 타고, 같이 끌어올린 영양분을 먹으면서 자랄 수 있다.

잡초로서 엉겅퀴는 채소가 잘 자랄 수 있도록 토양의 비옥도를 상승시킨다. 유기농이라는 것은 서로 순환하고 서로 시너지를 가지게 하는 것이다. 일방적으로 한쪽을 제거하여 한쪽만 키우는 게 아니다. 서로 상생하여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인간이 자연에 최소한만 개입할 때 자연과 사람이 함께 살아갈 수 있다. 엉겅퀴는 주어진 사명을 다하고 종을 보호하기 위해 가시를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토양을 비옥하게 하고, 자신의 몸이 다른 생명을 보존하는 데 잘 쓰이도록 말이다.

농사에 이로운 엉겅퀴 역시 약성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음식재료로서도 그 맛이 훌륭하다. 한 번 먹으면 다시 찾게 되는 것이 엉겅퀴 음식이다. 갑작스럽게 하혈을 할 때, 엉겅퀴 뿌리를 캐어 즙을 내어 마시면 바로 효과가 나타난다. 피를 엉겨 지혈을 한다 하여 엉겅퀴라고 불렀다는 말도 있다. 대개 잎을 말려서 지혈제로 쓴다. 뿌리는 가을에 채취한다. 생 뿌리를 그대로 술을 담가도 좋다. 꽃과 함께 술로 담으려면 꽃과 뿌리를 잘 씻어 항아리에 반쯤 되게 담고 나머지는 술로 채워서 백일 정도 놓아두면 황토색의 은은한 향이 담긴 술이 익는다. 색깔도 예쁘고 감칠맛이 난다. 식욕을 잃었을 때 엉겅퀴 술을 한 두 잔 마시면 금방 식욕을 되찾을 수 있다. 또 위를 튼튼히 하며 해독 작용을 하고 금술을 좋게 하는 강장 증혈에 도움이 된다. 또한 엉겅퀴 뿌리를 살짝 볶거나 잘 말려 엉겅퀴 차로 오래 마시면 몸이 가벼워진다.

 

 이렇게 먹자!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엉겅퀴는 어린잎이나 부드러운 줄기와 뿌리, 줄기를 식재로 이용한다. 어린잎은 봄에 따서 싱싱한 상태로 데쳐서 무쳐 먹는다. 튀김으로 조리할 수도 있다. 튀김은 어린잎만이 아니라 꽃과 함께 줄기도 이용할 수 있다. 생 뿌리도 좋다. 튀김은 아이들의 간식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일상적으로 식용유가 많이 들어가는 튀김요리는 가급적 삼가는 것이 좋다.

줄기는 물에 불려 쓴 맛을 제거 후 조리한다. 소금을 약간 넣어 절여 먹을 때는 향기가 살아 있다. 줄기는 껍질을 벗겨 내어 조리해야 부드럽다. 껍질을 벗겨낸 줄기를 잘라서 샐러드에 넣어서 먹으면 아삭하고 향긋한 특유의 향미가 혀끝을 즐겁게 해 준다.

가시 때문에 엉겅퀴를 기피하는 경향도 있지만 실제 조리를 해 놓으면 그 맛에 다시 엉겅퀴를 찾게 마련이다. 엉겅퀴의 잎으로 된장국을 끓여 먹어도 좋다. 튀김, 무침, 볶음, 데치기 등 어떤 방법으로 조리해도 맛있는 엉겅퀴, 엉겅퀴를 즐기자.

 

(변현단 글 / 안경자 그림, "약이 되는 잡초음식, 숲과 들을 접시에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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