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출판 무간

제비꽃 : '만사 뜻대로 이루소서.' 오랑캐 머리를 닮은 제비꽃 본문

풀꽃세상야

제비꽃 : '만사 뜻대로 이루소서.' 오랑캐 머리를 닮은 제비꽃

독립출판 무간 2016. 8. 13. 22:28

 

(사진출처 : Daum 검색 자연박물관 포토)

 

4월이면 시멘트 갈라진 틈이나 돌담 틈으로 보랏빛이 귀엽게 올라온다.

꽃의 모양이 하늘을 나는 제비처럼 생겼다고, 또 제비가 돌아오는 삼짇날에 꽃이 핀다하여 제비꽃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제비꽃은 여름부터 가을까지 꽃을 피우지 않고 계속 열매가 맺는 상태로도 있다. 꽃잎을 열지 않고 씨앗을 맺는 꽃을 식물학에서는 '폐쇄화'라고 한다. 제비꽃은 벌이 없어도 자립적인 방법으로 가루받이를 한다. 연약하고 귀여운 제비꽃에게 벌도 없이 제 씨를 만들 수 있는 억센 면도 있는 것이다.

제비꽃이 있는 곳에는 꼭 개미집이 있다. 개미와 제비꽃은 어떤 관계일까? 개미가 제비꽃씨를 물어다 제 구멍에다 놓으면 그 곳에서 제비꽃이 피어난다. 제비꽃씨에는 엘라이오솜이라는 것이 묻어 있다. 개미는 엘라이오솜이 묻어 있는 씨를 가지고 이동한다. 개미가 필요한 엘라이오솜만 가지고 개미집 안으로 들어가고 씨는 개지집 밖으로 버린다. 이렇게 해서 제비꽃이 개미를 통해 번식하는 것이다. 개미집 사이에 제비꽃이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왜 제비꽃을 하필 오랑캐꽃이라고 부를까? 나는 어릴 적에 제비꽃이라는 예쁜 이름보다 오랑캐꽃이라는 이름을 더 자주 들었다. "긴 세월을 오랑캐와 싸우면서 살았다는 우리의 먼 조상들이 너를 불러 오랑캐꽃이라 했으니 어찌 보면 너의 뒷모양이 머리 태를 드리운 오랑캐의 뒷머리와 같은 까닭이라"고 이용악의 시 오랑캐꽃(1939)에 나와 있다. 여기에서 나오는 뒷머리라는 것은 꽃송이 뒤에 튀어나온 것, 꿀주머니를 말한다. 이 꿀주머니조차도 벌레가 꽃가루를 옮겨 가루받이를 시켜준다. 꿀벌이 찾아와 꿀을 먹기 위해 꽃 속에 머리를 내밀면 암술부분이 벌어지며 그릇에 틈이 생기고, 꽃가루가 꿀벌 머리에 떨어진다. 바로 이 꿀주머니가 오랑캐 머리를 닮았다하여 오랑캐꽃이다. 또 다른 이름으로 '씨름꽃'과 '장수꽃'이 있다.

제비꽃은 동양화 소재로도 자주 차용된다. 제비꽃 꽃자루 끝이 굽어 꼭 물음표 머리처럼 생겼다고 해서 '여의'에 비유되기도 했다. 여의는 가려운 등을 긁을 때 쓰던 도구로 어디든 긁을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 여의는 귀금속으로 만들어져 귀인들이 지니고 다녔는데 만사형통의 의미가 있다. 그래서 동양화에 그려진 제비꽃도 모든 일이 뜻대로 이루어지길 기원하는 의미를 가진다. 전주 지역에는 뿌리를 곱게 찧어서 화농부위에 명주로 싸매 주면 증상이 멎으며 호전된다는 민간요법이 전해진다.

 

이렇게 먹자!

4월에 피는 제비꽃. 제비꽃 어린잎은 나물로 먹는다. 4월 중하순 경에는 새순을 따서 먹는다. 샐러드나 데친 나물로 먹기도 한다. 꽃을 따서 설탕에 절여 말린 다음 밀폐된 용기에 잘 보관하거나 냉동실에 보관하닥 차로 음용하는 것도 좋다. 뿌리는 삶아서 잘게 썰어 밥에 섞어 먹는다. 또한 뿌리를 갈아서 초로 만들어서 먹기도 한다. 전초(잎, 줄기, 뿌리, 꽃 등을 모두 갖춘 풀의 온전한 포기 ; 옮긴이 주)를 캐어서 깨끗이 씻어 상큼한 소스를 얹어 샐러드로 먹거나 잘 말려 차로 끓여 먹어도 좋다. 꽃은 자주색 물을 들이는 염료로도 사용할 수 있다.

 

(변현단 글 / 안경자 그림, "약이 되는 잡초음식, 숲과 들을 접시에 담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