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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이야기

맥도널드화... 패스트푸드가 세계를 균질화시키고 있다!

독립출판 무간 2016. 8. 12. 08:35

최근 확산되기 시작한 '식품의 안전성'에 관한 불안은 마침내 2002년 광우병 파동과 식품의 원산지와 첨가물 등의 허위표시, 잔류 농약 같은 사건들을 계기로 사람들의 의식을 점점 더 무겁게 짓누르게 되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회 사건들에 대해 그렇듯이 매스컴은 식품 관련 사건을 그저 개별적인 문제로만 다룰 뿐, 그것이 사회 조직이나 문명의 양태와도 관련된 구조적 문제라는 사실은 간과하고 있다. 나는 현재 진행되어가고 있는 이 먹거리의 위기를 '음식의 패스트푸드화'라 부르고 싶다.

 

음식의 패스트푸드화라고 할 때, 나는 단순히 음식 자체의 오염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최근 들어 매스컴에서는 과도한 가공과 화학물질에 의한 음식물 오염의 위험성을 지적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도 점차 높아져 가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음식을 둘러싼 위기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중요한 점은 식품을 제조하는 쪽뿐만 아니라, 그것을 먹는 소비자 쪽의 식생활에도 중대한 결함이 있음을 인식하는 일이다. 음식 문화의 쇠퇴나 그에 따른 식습관의 왜곡에 대해 우리들이 지닌 위기 의식은 놀라울 정도로 아직 일천하다.

 

전후 미국의 대일 경제 전략에 따라 '밥만 먹으면 머리가 나빠진다'는 선전에 현혹되어 사람들은 육식과 우유, 빵 등을 열심히 섭취해 나갔다. 이러한 흐름을 비즈니스에 이용한 사람이 일본 맥도날드의 창업자인 후지다 덴이었다.

 

"도널드의 햄버거와 감자를 천년 동안 계속 먹으면 일본인들도 키가 커지고 피부가 하얘지고 머리카락은 금발이 될 것이다."

조롱하는 듯한 후지다의 이러한 말이 그대로 통용될 만큼 당시 일본 문화는 쇠약해져 있었다.

 

음식문화가 빈약해지고, 식습관이 왜곡됨으로써 화학 물질에 오염된 식품이 활개를 치게 된 것이다. 이제 우리들은 자신들의 습관을 되돌아보고 자신들의 문화를 재생해 가려는 노력 없이는 '식품의 안전'은 있을 수 없는 일임을 깨달아야 한다.

 

패스트푸드란 단순히 시간이 걸리지 않아 빠르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다. 그것은 음식이나 요리법뿐만 아니라, 음식을 둘러싼 사람들의 생활, 인간관계, 인간과 자연과의 관계, 산업 구조 등에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양식이자 사상이다.

 

과거 이른바 동서냉전이 종결된 후, 전 세계의 미디어는 맥도날드와 코카콜라가 북경과 모스크바에 등장한 것을 두고 마치 '인류의 위대한 진보'라도 되는 듯 요란스레 선전했다. 이제 구 소련권에서도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게 패스트푸드점이다. 심지어 마실 물이 없는 지역에도 코카콜라와 펩시콜라만은 버젓이 존재한다. 현재 맥도날드는 세계 120개국 이상에 약 2만 9천 개의 점포가 있다. 이제 패스트푸드는 세계 최대의 산업이며, 세계화의 중심이다.

 

오랜 세월에 걸쳐 각 지역의 생태계의 뿌리내리고 발달해 온 음식문화는 패스트푸드에 의한 균질화의 물결에 떠밀려 급속하게 사라져 가고 있다. 그렇지만 최근 들어 여기저기서 패스트푸드가 비만을 비롯한 여러 건강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입증되고 있다.

 

나는 맥도날드를 보이콧하기 시작한 지 이미 오래다. 하지만 이른바 패스트푸드 레스토랑을 피하는 것만으로 우리들 정신 문화의 심층까지 침투해 버린, 사회의 맥도날드화나 패스트푸드화에 저항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제 그렇게까지 심각한 얼굴을 하지 않아도 될지 모른다. 왜냐하면, 패스트푸드에 대항하는 우리들의 슬로다운slowdown(감속, 줄이기 등을 의미하는 단어로 패스트푸드화한 일상을 조금씩 줄여 나간다는 뜻으로 쓰임)이 잊혀져 가고 있던 먹는 일의 진짜 쾌락을 하나하나 되살려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실로 가슴 설레는 싸움 아닌가. 생각해 보면 우리들은 맛있는 음식을 천천히 먹기 위해 세상에 나온 것이 아닌가.

 

(쓰지 신이치 지음 / 김향 옮김, "우리가 꿈꾸는 또다른 삶, 슬로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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