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출판 무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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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이야기

슬로푸드 : 마법의 탄환과 현자의 돌 2

독립출판 무간 2016. 8. 10. 14:10

단순화

음식의 효과를 가장 터무니 없이 단순화시키는 대표적인 사례는 건강이 지나치게 좋아졌거나 나빠졌을 때 그 원인을 특정 음식이나 한 가지 영양분을 섭취했거나 거부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다. 그래서 음식은 칭찬을 받거나 괄시를 받는다. 예를 들면 야채는 환영받고 버터는 인기가 없다. 콜레스테롤은 나쁜 것이다. 비타민E는 성기능을 향상시킨다. 커피는 자극적이며 건강에 좋거나 아니면 나쁘다는 등등. 영양 상태가 좋다는 것은 여러 영양소가 복잡한 과정을 통해 미묘한 (그리고 엌떤 면에선 신비한) 균형을 이루었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같은 종합적 균형은 생각하지 않고 별 도움이 되지 않는 단순화된 원칙만을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그 결과 먹는 일은 하나의 의학적 과정이 되어버렸다. 어떤 성분이 건강에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영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과학적 연구를 통해 증명되면, 사람들은 그 연구결과를 우스꽝스럽게 단순화시킨 후 복음의 진리처럼 확산시킨다. 콜레스테롤 함유량이 많은 음식이 심장마비의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주장도 역시 단순하고 즉각적인 결론이다. 실제로 음식에 포함된 콜레스테롤 가운데 우리의 장기에 의해 내부의 콜레스테롤로 바뀌는 것은 극히 일부일 뿐이다. 그리고 내부에서 생성된 콜레스테롤은 우리의 혈관을 타고 순환할 때 두 가지 형태(좋은 것과 나쁜 것)를 띄는데 칼로리가 지나치게 초과 상태일 때, 특히 지방산이 포화상태일 때 좋지 않은 영향을 주게 된다. 따라서 심장혈관 질환의 위험과 관련해서 볼 때 내부로 흡수되는 콜레스테롤의 양(어느 정도는 유전적으로 결정되는)부다는 그것의 합성 능력이 훨씬 더 중요한 문제가 된다. 그러나 이런 종류의 복합적 과정을 제대로 밝히는 것보다는 달걀이나 버터를 몸에 해로운 음식이라고 단순하게 설명하는 것이 훨씬 더 쉬운 방법일 것이다.

 

이렇듯 영양이론을 극단적으로 단순화시킨 결과 사람들은 식탁에 앉았을 때 먹는 즐거움보다는 먹을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따져가며 줄줄이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음식의 리스트를 들먹이는 데에 더 열중하고 있다. 그리고 음식의 영향에 대해 지나치게 겁을 먹기 때문에 식탁에 않아서도 전혀 음식을 즐길 여유가 없다.

 

편견은 위험한 집착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비타민A가 어떤 종류의 암에 좋다는 말을 듣고 당근을 지나치게 많이 먹었다가 간질환과 황달에 걸린 경우도 여러 차례 보고된 바 있다. 한번은 어떤 병원에서 필자의 견해를 듣고 싶다는 의뢰가 들어온 적이 있었다. 그 병원에 입원한 환자가 자기 정원에서 딴 감을 불과 며칠 사이에 전부 먹어치우고 병원에 실려왔다는 것이었다. 그는 감이 몸에 좋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산업사회로 바뀌면서 좋은 음식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소개되면서 너도나도 이를 맹신하게 되자 오히려 과다한 비타민 섭취를 경고하는 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현대인의 식사에는 비타민이 항상 부족할 수밖에 없는데 우리 몸은 비타민이 필요로 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안으로 비타민을 아예 알약 형태로 먹기 시작했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대량생산되는 이런 산업제품에는 비타민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

 

영양분에 대해 편견을 갖게 되는 것은 주로 과학정보 탓이다. 영양학자들은 복잡한 전문적 내용을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종종 단순하고 과장된 설명으로 대신한다.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대개가 실험실에 틀어박혀 있는 사람들이며 음식을 영양의 중요성으로만 말하며, 특정한 영양분을 약에서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내 견해로 그들은 식사시간에 감각보다는 머리를 사용하는 사람들이며 실제로 그 중에는 식사 자체를 혐오하는 사람도 있다. 과학적 발견이 대중에게 미치는 영향을 전문가들이 과대평가하거나 과소평가하는 이유도 다 그 때문이다. 마늘이건 레시틴 성분이건 양배추건(브로콜리가 항암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것이 실제로 증명되었다) 이데올로기가 소멸하면 그릇된 믿음도 자연히 줄어들게 마련이다.

 

(카를로 페트리니 엮음, 김종덕/이경남 옮김, 슬로푸드-느리고 맛있는 음식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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