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출판 무간
슬로푸드 : 마법의 탄환과 현자의 돌 3 본문
도시의 뜬소문
영양소가 함유량을 따지거나 성분 내용을 비교하는 것 또한 그릇괸 편견에 속한다. 모차렐라 치즈가 저지방 식품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그런 경우다. 사실 모차렐라는 전부 우유로 만들었기 때문에 지방이 많은 치즈로 분류된다. 그런데도 저지방 식품으로 여기는 이유는 많은 수분으로 지방이 희석되어 있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해 모차렐라 치즈 한 개(약 120그램)를 먹으면 20그램의 지방을 흡수된다. 반면에 냄새 고약하고 곰팡이 핀 고르곤졸라 치즈 한 개(약 40그램, 간 큰 사람은 그 이상 먹어도 할 말이 없다)에는 겨우 12그램밖에 지방이 없다.
커피를 마실 때 살찌기 싫다고 설탕을 넣지 않는다. 그러면서 크루아상은 사양하지 않고 먹어치운다. 커피에 들어가는 설탕이래야 5그램도 채 안 되지만 크루아상에는 설탕이 최소한 20그램이나 들어 있다.
꿀엔 비타민이 풍부하기 때문에 설탕보다 꿀을 더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 설탕에 비타민이 없는 것이 사실이긴 하지만 꿀에 있는 비타민B2(리보플라빈)의 함유량도 겨우 0.04밀리그램 정도일 뿐이다. 하지만 우리가 꿀을 100그램 먹는다고 해도 하루에 필요한 리보플라빈의 4퍼센트 정도밖에 섭취할 수 없다. 그렇다고 꿀을 그 이상 먹어대면 엄청나게 살찌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그릇된 정보가 나오는 이유는 영양문제가 복합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기 때문이다. 균형 잡힌 식사를 위해서는 필요한 일정량의 영양분을 음식을 통해 제대로 섭취해야 하는데 일반인들이 그런 지식을 갖추기란 쉽지 않은 노릇이다. 저칼로리, 저지방 제품이 성공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다 그 때문이다.
하지만 암과 같은 퇴행성 질환의 위협이 우리의 영양물 섭취 습관에서 비롯된다고 하면 문제는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많은 정보가 회자되고 있지만 그 정보를 지지해 주는 객관적 기준은 항상 부족하다.
최근의 한 연구결과, 포도와 레드와인에 함유된 소량의 페놀 성분인 레스베라트롤이 어떤 종류의 암을 예방해 주는 것으로 밝혀졌다(적어도 실험용 쥐에게 실험한 결과로는 그렇다). 그리고 이 정보는 반드시 전제되어야할 조건은 무시한 채 널리 확산되었다. 그 조건이란 항암의 긍정적 효과를 얻으려면 하루에 15리터의 와인을 섭취해야만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그렇다. 암과 사우려면 주정뱅이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 예는 얼마든지 있다. 셀렌(반도체 재료로 쓰이는 산소족 원소)은 암을 예방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효과를 바란다면 셀렌 성분이 들어간 약을 무제한으로 먹어대야 한다(셀렌시장은 이미 미국에서 대단한 속도로 팽창하고 있다). 스티븐J. 밀로이는 한 웹사이트에서 과장된 연구결과를 비판하면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그렇다. 셀렌이 암을 예방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불행하게도 치명적인 분량의 셀렌을 먹어야 한다. 암으로 죽기 전에 셀렌에 중독되어 죽을 것이다."
이것뿐이 아니다. 지금까지 언급한 것과 유사한 많은 연구가 실험 중인 물질이 유익한 효과만을 강조하고 있다(예를 들면 셀렌은 전립선암, 장암, 폐암은 줄일 수 있지만 백혈병이나 식도암, 피부암, 방광암, 유방암에는 아무런 소용도 없다). 그리고 또한 이들의 부작용도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 전문가들까지도 지나치게 논리를 단순화하는 이유는 대중들이 그들을 통해 위안받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문가들은 간단한 방식으로 사람들을 만족시키려 한다. 하지만 이런 태도야말로 위험천만한 사고방식이다.
이제 한 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밀기울이나 도토리 같은 것이 몸에 좋다고 권하는 사람을 조심하라. 연금술사들이 찾았던 '현자의 돌'은 먹을 수가 없다.
무슨 대단한 비밀을 털어놓는 듯한 목소리로 무엇에 무슨 성분이 있다고 하는 말을 믿지 말라. 지난 주에 한 여자가 흥분해서 필자에게 전화했지만, 그렇다고 햄버거가 쥐고기로 만든 것은 아니다.
마지막으로 지적해야할 또 한 가지 편견은 이른바 도시인의 미신이다. 그런 문명사회에 만연한 믿음은 전단을 통해, 행운의 편지 같은 것을 통해, 아니면 옆집으로 뒷집으로 전달된다. 특히 병원이나 슈퍼머켓에서 그런 전단을 만나면 상당히 그럴듯해 보인다. 나는 냉동빵에 발암물질이 있다는 주장을 이런 전단을 보고 알았는데, 알고 보니 재래식 제빵업자가 뿌린 것이었다. 이런 사이비 과학적 언사로 사람들은 듣도 보도 못한 대학에서 행한 연구를 인용한다. 이런 거짓말이 누구를 해치려는 의도로 만들어지진 않았겠지만, 아마도 대량생산하는 빵에 맞서 생존하려는 재래식 제빵업자로서는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이 없었을는지도 모른다. 분명 목적은 수단을 정당화시킨다.
(카를로 페트리니 엮음, 김종덕/이경남 옮김, 슬로푸드-느리고 맛있는 음식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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