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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이야기

슬로푸드 : 마법의 탄환과 현자의 돌 1

독립출판 무간 2016. 8. 10. 14:08

시금치에는 철분이 많다. 파스타를 먹으면 살이 찐다. 모차렐라는 저지방 치즈다. 냉동빵은 발암물질이 많다. 하루에 사과 한 개씩만 먹으면 병원 갈 일이 없다. 맥주를 마시면 100년을 살 수 있다. 스위스 초콜릿만 한 걸작도 없다. 비타민C는 감기에 좋다.

 

얼마나 많은 착각이 근거도 없는 주장이나 편견에서 비롯되었는가! 어떤 특정 음식이 이러절한 속성이나 성질이나 결함을 지니고 있다고 단정적으로 주장하지만, 과학적으로나 합리적으로 아무런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는 경우를 얼마나 많이 보아왔는가. 어떤 면에서 이런 것들은 문명적 미신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오래 전부터 전해 내려온 것도 있고 민담에서 비롯된 것도 있다. 또 사람들이 과장을 좋아하다보니 상업적 목적으로 일부러 근거없이 만들어 내어 부풀려진 지식도 있다. 옛날엔 이런 말들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왔지만, 요즘엔 파렴치하게도 광고로 악용되어 무시 못할 영향력을 발휘한다. 보나마나 가까운 미래에는 인터넷을 통해 더 큰 규모로 무차별적인 공격을 해 올 것이다.

 

이상하게도 음식과 영양에 관한 터무니없는 주장은 과학적이고 실증적인 방법이 발달할수록 오히려 늘어난다. 이른바 합리적인 생각이라 것도 수세기 동안 입증하기 어려운 정보를 퍼뜨리는 데 한몫을 했다. 중세엔 사람이 아프면 '하얀 음식(고기가 들어간 소스보다는 기름이나 버터로만 양념을 한)'을 먹였다. 하얀색은 모든 색을 다 받아들이는 중립적인 색이고 따라서 하얀 음식은 쉽게 소화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고대 사람들은 돼지고기를 비위생적이라고 생각했고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돼지고기를 먹지 않았다. 또 달걀이 활력을 주고 강장효과가 있으며 치료제로 쓰일 수 있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특히 비만과 콜레스테롤을 걱정할 필요가 없을 만큼 동물성 단백질이 귀했던 때에는 더욱 그랬다. 현대의 과학적 사고가 위력을 떨치게 된 데는 새로운 종류의 편견, 더 정확히 말해 난해한 전문용어도 한몫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영양학 분야는 매우 규모가 큰 산업이다. 영양학이란 성과 자체도 대부분 최근의 결과물이고 거기에 등장하는 성분도 일반인으로서는 알기 힘든 전문적인 이름들뿐이다. 시장 전체가 음식을 중심으로 발달했으며, 전문적 지식과 그 지식에 대한 왜곡이 음식을 먹는 기쁨보다 더 중요했던 시장에서 그랬다.

 

(카를로 페트리니 엮음, 김종덕/이경남 옮김, 슬로푸드-느리고 맛있는 음식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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