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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릇없이 자란 닭들 4

독립출판 무간 2016. 8. 10. 11:33

1990년대 초에 살모넬라 전염병이 극에 달했다. 보건당국에 신고되는 살모넬라 환자 수가 급증했고, 치명적인 경우도 있었다. 주요 원인이 감염된 달걀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1962년에 신고된 살모넬라 환자는 2,254명이었고, 1972년엔 1만 3,842명에 달했으며, 1982년엔 4만 977명, 1999년엔 최고조에 달해 11만 4,110명을 기록했다. 살모넬라 증세로 목숨을 잃는 사람의 수는 지금도 매년 200명에 달하고 있다. <슈피겔>지는 "암탉의 복수가 시작되었다"라고 썼으며, 풍자지 <타이타닉>은 한 상자의 달걀을 그려놓고 "혁신적인 안락사 도구"라고 빈정댔다.

 

라인 북부의 베스트팔리아에서 수의사들은 우려할 만한 사실을 발견했다. 분석한 달걀의 3분의 1에서 항생제인 모넨신이 다량으로 검출되었으며, 18.2페센트에서 구충제인 니카바진이, 6.9퍼센트에서는 역시 기생충 제거에 사용되는 물질인 메티클로르핀돌이 다량으로 검출되었다.

 

1990년대 요리잡지 <파인슈메커>는 독일에서 생산되는 달걀의 품질을 조사했다. 함부르크, 베를린, 뮌헨 등 주요 3개 도시에서 무작위로 선정된 21개의 달걀을 조사한 결과 예외 없이 결함이 있거나 너무 오래되었거나 무게에 문제가 있었다. 전부 불량품이란 딱지가 붙었다.

 

게다가 '방목형 암탉이 낳은 달걀'로 유통되는 것 중에 많은 양이 실제로는 보통 공장형 달걀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주었다. 독일과 프랑스와 네덜란드와 벨기에에서 놓아기르는 암탉의 공식적 숫자는 800만 마리를 넘지 않았다. 하지만 매일 판매되는 '방목형 달걀'의 수는 3천만 개였다. 하루에 닭 한 마리가 네 개의 알을 낳았다는 어처구니 없는 계산이었다. 언론에서도 달걀 마피아의 존재에 대해 잠깐 다룬 적이 있다. 더욱이 많은 '방목형 암탉'을 단순히 건초를 깐 바닥에서 기르고 있었고, 가끔 닭들을 풀어놓는 것도 떨어진 달걀을 수거할 때뿐이었다.

 

프랑크 리히터와 그의 소규모 형태의 양계장은 어떨까? 불량식품과 소독약과 잔인함이 홍수를 이루는 가운데에서도 우커마르크의 암탉은 작은 오아시스이고 한 줄기 희망이다. 몇몇 뜻있는 양계업자들은 사업방식을 바꾸는 것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이제 상황을 되돌리기 위해서는 좁은 닭장 안에서 닭을 기르는 행위를 유럽차원에서 전면적으로 금지시키는 것 이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 여러나라에서 마련하고 있는 동물보호와 관련된 법적 제도나 사법적 도구로서는 충분하지 못하다. 다시 한 번 강조하건대 닭을 밀집된 상태로 좁은 닭장에서 기르는 것은 야만적인  행위다.

 

(카를로 페트리니 엮음, 김종덕/이경남 옮김, 슬로푸드-느리고 맛있는 음식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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