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출판 무간
버릇없이 자란 닭들 3 본문
가망없는 암탉
리히터의 암탉들은 행복할까? 다른 쪽을 보면 답이 나온다. 실제로는 그 쪽이 절대 다수다. 달걀을 얻기 위해 기르는 독일 암탉의 95퍼센트가 집단으로 닭장에서 지내며, 4퍼센트는 지푸라기를 깐 바탁에서 사육되고, 트인 공간에서 자라는 놈은 겨우 0.9퍼센트뿐이다. 닭장에서 닭을 기른다는 것은 보통 닭장 하나에 30만 마리를 우겨 넣다시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럽연합 지침은 닭 한마리에게 450제곱센티미터의 공간을 확보해 주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 마리가 신발장 한 개 크기의 공간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사정이 다르다. 햇볕도 없고 계절의 변화도, 날씨도, 태양도, 잡아먹을 벌레도, 거름도, 움직이거나 긁어댈 공간도 없는 곳에서 18시간 인공조명을 받으며 무균 상태에서 도통 어떤 자극도 없이 지내야 한다. 발톱은 바탁 철망에 걸려 비틀리게 되고, 위궤양과 장염에 시달리며, 갑갑하다 못해 히스테릭하게 머리를 움직이는 버릇이 생기기도 하고, 볏이 붓거나 연결조직이 약해지고, 깃털도 상하고, 온몽의 털이 뜯겨나가지만, 무엇보다도 골피 아픈 문제는 툭하면 서로 쪼아 죽이는 일이다.
스위스에서는 이런 형태의 양계업을 잔인한 방식으로 단정하여 1991년에 법으로 금지시켰다. 처음에 업자들은 주 정부나 다른 기관으로부터 지급되는 보조금 없이는 받아들일 수 없는 조치라고 항의했지만 결국엔 원만한 대화로 타협을 보았다. 쿱앤미그로 같은 대형 체인점은 닭장에서 낳은 싸구려 달걀을 수입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5년이 지난 지금 이런 새로운 노력은 대단한 효력을 발휘했고 이제 소비자들은 돈을 좀 더 내고라도 좋은 달걀을 사려 한다. 베른시 연방농업청의 니클라우스 노이엔슈바더 청장은 말한다. "그것은 필요하고도 정당한 조치다." 스웨덴에서도 유사한 조치가 계획되었지만, 유럽 대부분의 나라에선 아직도 양계업은 철망으로 만든 닭장 안에 가두어 기르는 것이 일반적인 현실이다.
닭장에서 기르는 방법이 얼마나 잔인한 사업인지 올해 올덴부르크의 법정을 지켜보면 알게 될 것이다. 최근 몇 주 동안 독일 국민의 관심은 안톤 폴만의 재판에 초점이 맞추어졌다. 그는 몇 년 동안 독일의 양계업을 주도해 왔으며 조직적인 동물보호 캠페인의 주요 공격 목표가 되어왔다. 1천만 마리의 암탉을 기르는 폴만은 양계업에 있어서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리더였다. 1996년 2월에 암탉 양계업 면허를 빼았기자 자신의 양계장을 3억 3천 마르크에 팔았다. 바로 그 달에 그는 달걀 스캔들로 체포되었다. 그러나 4월에 400만 마르크의 보석금을 지불하고 석방되었다. 그러고는 곧바로 미국에 대규모 공장형 양계장을 세우고 600만 마리 이상의 암탉을 길렀다.
폴만은 독일 정부 당국에 오랜 연줄을 가지고 있다. 그는 법규정에 미치지 못하는 좁은 공간에 암탉을 몰아넣었고, 살모넬라균에 감염된 달걀을 팔기도 했다. 고발장에 의하면 허가도 없는 공장형 양계장을 경영했으며, 달걀의 유효기간을 조작했다. 2년 전에는 6만 마리의 닭이 병들게 되자 처리비용을 아끼려고 에어컨 장치를 꺼서 잔인하게 질식사시켰다. 그는 비인간적이고 반동물적인 일련의 혐의로 기소되었다.
_ 전하는 바에 따르면, 진드기를 제거하기 위해 폴만은 일꾼들을 시켜 맹독성 니코틴 용액을 분무기로 사육장에 뿌리면서 일꾼들에게 어떤 보호장구도 입히지 않았고, 위험에 대한 어떤 경고도 하지 않았다. 게다가 그는 용액 용기에 생산업자가 붙여놓은 경고딱지도 떼어버렸다. 그 결과 약을 뿌리던 일꾼 한 명이 실신했고 결국 온몸의 상처가 위험한 증세를 보였다.
_ 닭의 깃털과 달걀에서도 니코틴이 발견되는 등 음식물 규제법을 위반했다. 수많은 암탉이 니코틴 분무로 질식사했다.
_ 위장에 번식하는 살모넬라균을 죽이는 버콘S라는 살균제 5.5톤이 폴만의 양계장에서 발견되었다. 조사결과 법으로 엄격히 금하고 있는 이 약품을 닭에게 먹인 것으로 드러났다.
닭장에서 기르는 공장식 양계업은 폴만의 재판을 계기로 도마에 올랐다. 지난 20년 동안 대규모 양계업자들은 암탉의 자연적 특성을 점차 제거하면서 소중한 음식 하나를 구역질 나는 쓰레기로 타락시켰다. 결국 이 작고 맛있는 아침식사 메뉴는 가장 끔직한 죄악의 상징이 되었다. 몇 년 전만 해도 독일 시장엔 부화 직전의 병아리가 들어 있거나 피와 오물로 범벅이 된 네덜란드산 달걀이 넘쳐났다. 이 한심한 저질 달걀은 '깨어져 액체인 상태로'로 싼값에 파스타 공장이나 페이스트리 업자에게 넘겨져 자발리오네나 마요네즈, 양념된 돼지고기 제품으로 탈바꿈했고, 뿐만 아니라 유아용 제품으로도 만들어졌다. 결국 독일 연방정부는 전례 없이 충격적인 식품스캔들로 막대한 타격을 입었고, 전국이 메스꺼운 소식으로 들끓는 곤욕을 치러야 했다.
(카를로 페트리니 엮음, 김종덕/이경남 옮김, 슬로푸드-느리고 맛있는 음식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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