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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널드 대 슬로푸드 : 패스트 푸드와 느림의 고품질

독립출판 무간 2016. 8. 10. 11:16

맥도널드는 패스트푸드의 선두주자다. 맥도널드의 성공은 이미 사회의 여러 분야에서 본받고 싶어하는 하나의 모델이 되었다. 이들은 효율성을 중시하고, 품질보다는 대량 생산을 강조하며, 예측 가능한 제품과 환경과 경험을 내세우며, 인간 대신 기계화에 의존한다. 이들의 원칙이 다른 패스트푸드 산업이나 미국 사회의 다른 분야, 그리고 점차 세계로 확산되는 과정을 필자는 '맥도널드식'이란 용어로 정의한 바 있다. 맥도널드가 범상치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사실은 이 모델이 주는 혜택이 적지 않다는 뜻도 된다. 하지만 맥도널드는 속도를 강조하고 품질을 훼손하면서까지 대량생산에만 치중하고, 개성 있는 상품과 서비스를 외면하게 하며, 숙련공이 설자리를 없게 만드는 등 적지 않은 문제도 드러낸다.

 

맥도널드식은 손쉽게 제품을 얻게 해 주지만, 속도와 효율성이 높아지는 반면에 상품과 서비스의 질은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에 맞서 슬로푸드 운동은 '슬로푸드가 곧 고품질'이라는 등식을 내세워 맥도널드식에 대안을 제시한다. 하지만 속도가 빨라진다고 반드시 품질이 떨어지는 것으 아니라는 점을 미리 밝혀둔다.

예를 들어 스타벅스는 고품질의 커피 체인점이지만, 커피를 빨리 제공한다. 실제로 패스트푸드 제품의 수준은 별다른 기대를 말아야 하지만, 앞으로는 고품질의 상품과 서비스에도 맥도널드식 원칙을 적용하려는 노력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렇다고는 해도 아직까지 '패스트푸드'나 '정크푸드'는 시원치 않은 품질을 의미한다.

 

 

느림과 고품질

식품산업에서 갈수록 세력을 넓혀가는 맥도널드식을 과연 슬로푸드 운동이 막을 수있을까? 예외가 없진 않지만, 패스트푸드는 슬로푸드로, 인스턴트식품은 정성 들인 음식으로 대체할 수 있다. 아직도 세계 곳곳에는 맥도널드식을 거부하고, 느리게 생산된 고품질의 상품과 서비스를 찾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이들은 슬로푸드 운동에 관심을 기울이고, 맥도널드식 모델을 거부한다.

 

현재 슬로푸드 운동이 시급히 대처해야할 문제는 맥도널드와 그 아류가 미국과 전 세계의 젊은이들을 무서운 위력으로 사로잡고 있는 현실이다. 광고, 특히 텔레비전 광고는 어린아이들을 겨냥하여, 이들을 아주 어렸을 때부터 패스트푸드의 단순한 달콤짭짤한 맛으로 길들인다. 세월이 가면서 광고 내용이야 조금씩 변하겠지만, 그래도 청소년들을 계속 지배하기 위한 아이디어는 끊임없이 고안될 것이다. 미국 어디서나 맥도널드화는 갈수록 드세지고 있지만 아직 이에 맞설 만한 별다른 대안은 없다. 청소년들이 맥도널드식 음식을 먹으려 하지 않는다고 해도 (그럴 리도 없지만) 무슨 별다른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 결국 그들이 어른이 될 즈음이면 맥도널드식이 아닌 환경에 접할 기회는 그만큼 줄게 된다. 미국 청소년들에게 패스트푸드점과 그 메뉴는 하나의 판단기준이 되었다. 따라서 이들에게 집에서 직접 만든, 미식가에 어울릴 만큼 정성들인 햄버거를 들이대봐야 맛이 좋다는 소리가 나올리 없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미국을 벗어나면 맥도널드식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은 청소년들이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아직도 더 느린 것, 그리고 더 좋은 대안을 접하고 호감을 갖는다. 하지만 주로 미국에서 시작된 온갖 종류의 맥도널드식 체계가 전 세계를 점령하는 것 또한 시간문제다. 지금 맥도널드는 미국에서보다 해외에서 더 많은 점포를 개설하고 있고, 이윤의 대부분도 해외영업에서 내고 있다. 더욱이 다른 나라들도 대부분 미국산을 받아들이는 데 열심이고, 맥도널드식 원칙을 본떠서 자신의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세계 곳곳의 청소년들이 미국의 아이들처럼 맥도널드식 제품 광고의 홍수 속에 파묻힐 것이다. 아울러 우리는 맥도널드식에 맞서는 대안이 점차 사라져가는 현실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슬로푸드 운동이 발 빠르게 대응하여 세계의 많은 청소년을 맥도널드식에서 '구해낸다'고 생각해 보자. 이 청소년들은 슬로푸드 운동의 회원 (서두르지 않으면서 생산된, 고품질 제품의 명성에 안목이 있거나 맥도널드식에 물들지 않은 사람)들과 함께 대규모 국제공동체를 만들어가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이 운동마저 맥도널드화하려는 압력이 들어오고 있다. 시급한 문제는 이것부터 막는 일이다. 예를 들어 캠핑이나 등산처럼 맥도널드식에서 벗어나려는 여러가지 노력이 어느 정도 성과를 올리게 되면, 여지없이 눈독을 들이고 개입하는 기업이 나타난다. 그들은 체계적인 방법으로 더 많은 대상자들을 끌어들이고 이윤을 추구하게 된다. 스타벅스가 보여주듯 고급품도 맥도널드화될 수 있다. 대규모로 성공한 슬로푸드 운동도 맥도널드화라는 압력ㅇ로부터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슬로푸드 운동과 그에 따르는 여러 요소들, 즉 고품질의 음식을 만드는데 필요한 재료와 기술, 조리법을 전문화한 사업 등을 맥도널드화한다면 어렵지 않게 돈을 벌 수 있고 권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카를로 페트리니 엮음 / 김종덕.이경남 옮김, 슬로푸드-느리고 맛있는 음식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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