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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널드와 슬로푸드 : 패스트 푸드의 쇠창살에서 벗어나기 본문
쇠창살에서 벗어나기
음식과 우리 삶 곳곳에 맥도널드식이 침투하고 있지만, 그래도 싸워볼 만한 희망은 있다. 슬로푸드 운동은 최근에 런던에서 제기된 맥도널드 명예훼손 소송에서 희망의 불씨를 찾았다. 맥도널드는 자신들을 비방한 팸플릿을 배포한 런던 그린피스의 회원 두 명을 고소했다. '맥리벨'로 불리는 이 소송에서 맥도널드는 승소했지만 판사는 피고인에게도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여러 단체들이 합세하여 환경이나 건강, 경제적 쟁점을 놓고 맥도널드를 공격했다. 맥도널드는 이들 공세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 승소는 했다지만 회사의 이미지가 크게 손상된 데다, 곧바로 다시 유사한 법적 소송을 벌이는 일도 모양새가 좋지 않기 때문이었다. 슬로푸드 운동은 '맥리벨 소송'으로 맥도널드 반대운동에 동참하게 된 집단에서 자연스럽게 동지들을 찾게 되었다.
맥도널드는 전 세계에 2만 개 이상의 점포를 두고 있다. 이런 맥도널드와 그밖의 패스트푸드 체인점은 맥도널드식에 저항하는 사람들에게 눈에 잘 띄는 표적이다. 맥도널드식 추세를 저지하려는 실천단체들도 있다. 맥도널드식에 물들지 않은 사업이나 제도를 만들려는 사람도 많이 있다. 그리고 또 맥도널드식으로 체제를 바꾸라는 유혹을 무시하고 대안적 사업을 보호하려는 사람도 많다.
슬로푸드 운동이 당면한 또다른 심각한 문제는 이 운동이 사회의 상층계급만의 엘리트 운동으로 변질되기 쉽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대체로 가격이 높은 고품질의 상품과 서비스를 쉽게 손에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상층계급 사람들은 맥도널드식을 거부하거나 저항하는 데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더 슬로푸드 운동은 서민층 지지자를 끌어들일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쉽지는 않겠지만, 예컨대 당장 따라 할 수 있는 조리법을 소개하고, 품질 좋은 재료나 집에서 키운 재료로 각 가정에서부터 실천한다면 전혀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또한 패스트푸드가 생각처럼 싼 것이 아니며, 따라서 얻는 것에 비해 실제로 지불하는 것이 더 많은 음식이라는 사실도 알려야 한다. 실제로 같은 음식이라도 집에서 요리하면 돈도 더 적게 들 뿐만 아니라, 시간이나 거리 등 여러 면에서 더 간편하다.
나는 주로 패스트푸드점과 슬로푸드 운동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었으나, 사실 문제는 이보다 훨씬 광범위하다. 맥도널드식 체계는 음식만이 아니라 학교와 대학, 의료기관, 대중매체, 관광, 스포츠 등 사회 전반에 걸쳐 침투하지 않는 곳이 거의 없다. 따라서 식품산업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맥도널드식에 조직적으로 저항하는 일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우리가 이런 추세에 저항하지 않는다면, 또 그 저항이 성공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독일의 (중략) 사회학자 막스 베버의 표현대로, 맥도널드식의 "쇠창살에 갇히는" 신세가 될 것이다.
맥도널드식에 대한 저항운동을 음식분야 하나로만 제한하면 성공하기 힘들다. 다른 분야에서도 이에 상응하는 노력이 뒤따라야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사회의 다른 부문이 빠른 속도로 맥도널드화되면, 음식의 맥도널드식을 놓고 아무리 이러쿵저러쿵해 봐야 소용이 없다. 저항이 성공하려면 사회의 모든 부문에서 동시에 노력이 이뤄져야만 한다.
(카를로 페트리니 엮음 / 김종덕.이경남 옮김, 슬로푸드-느리고 맛있는 음식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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