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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자기 자신을 용서하라 2

독립출판 무간 2016. 9. 30. 13:22

그러나 요즘은 그 때 그런 잘못된 행동을 한 제 자신을 용서합니다. 앞으로 어떠한 일이 있어도 그런 행동은 하지 않고 남은 생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되자 마음이 조금 편안해졌습니다. 자신을 용서하지 않으면 고통받게 됩니다. 스스로에게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주게 됩니다. 저는 거리의 많은 노숙자들이 노숙자가 되는 데에는 우리 사회경제의 구조적인 문제가 주원인이기도 하겠지만, 결국은 스스로 자신을 버리고 상처를 주었기 때문에 노숙자가 된 것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다. 물론 노숙자들을 위해 일하시는 한 수녀님의 말씀을 잊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그동안 노숙자들이 게으르고 의지가 약해서 그런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어요. 열심히 살아보려고 하지만 너무도 허약했어요. 폐도 안 좋고, 당뇨 합병증으로 시력도 거의 볼 수 없을 만큼 나쁜 이들도 있었어요. 그래서 일을 할 수 없고, 가족들에게 민망해서 집을 나온 것이지요. 대부분의 노숙자들이 지금까지 살아 있다는 것이 기적일 만큼 육체적으로 가난했어요."

한번은 지하철에서 손을 벌려 구걸하는 한 청년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너무나 잘생긴 청년이기 때문이었습니다. 키가 크고 이목구비가 단정한 게 어디를 보아도 구걸할 청년 같아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 청년은 승객들 앞에 다가가 손을 내밀었습니다. 아무도 10원짜리 동전 한 닢 주지 않았습니다.

청년은 전동차 문이 열리자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리고 그대로 지하철역 벽에 비닐로 만든 쓰레기봉투처럼 스르르 주저앉아 머리를 감싸 안았습니다. 그 청년은 자신을 용서하지 않고 스스로 자신에게 상처를 주고 있었던 게 아니었을까요.

저는 이제 남에게 잘못을 저지른 제 자신에 대해 내가 먼저 용서하고자 합니다. 잘못의 주체가 나일 경우에는 그런 잘못을 저지른 나 자신에 대하여, 잘못의 주체가 남일 경우엔 그 사람을 미워한 나 자신을 위하여 먼저 용서를 청하고자 합니다. 그래야 제 자신이 어둠 속에 갇히지 않게 되고 진정한 용서가 이루어질 것 같습니다.

사람은 죽을 떄가 되면 용서받기를 원합니다. 사람이 임종 무렵에 가장 후회하는 것은 '왜 그 때 그 사람을 용서해주지 않았던가'하는 것입니다. 아마 그것은 죽음에 이르도록 남을 용서하지 못한 자기 자신을 용서하기 위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자신에 대한 용서야말로 모든 용서의 출발점이기 때문입니다.

(정호승,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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