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출판 무간
먼저 자기 자신을 용서하라 1 본문
부끄럽게도 제가 이 말을 이해하는 데는 오랜 세월이 걸렸습니다. 그것은 어떻게 내가 나를 용서한단 말인가, 내 잘못을 용서해주는 주체는 타자가 아닌가, 남이 나를 용서해주지 않는데 어떻게 용서를 받을 수 있단 말인가 하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설혹 내가 용서받을 수 없는 잘못을 저질렀다 하더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나에게 저지른 게 아니라 남에게 저지른 것입니다. 그렇게 때문에 남에게 용서를 청해야 하는 문제가 대두되는 것입니다. 남이 나를 용서해주어야 용서가 아루어지는 것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남에게 청하기도 전에 먼저 나에게 용서를 청할 수 있으며, 어떻게 내가 나를 용서해줄 수 있겠습니까. 용서의 문제를 늘 타자와 나의 관계로 생각해온 저로서는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문제였습니다.
물론 제 자신이 제 자신에게 잘못을 저지를 수는 있습니다. 나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은 일, 이 세상에 나를 태어나게 한 절대자를 원망하는 일, 하고 싶었음에도 불구하고 노력조차 하지 않고 중도에서 포기해버린 일, 뜻하지 않게 상처 많은 삶을 살게 한 일 등은 제 자신에게 퍽 미안한 일입니다. 그러나 엎드려 용서를 구할 만한 일은 아닙니다.
그런데 내게 어떠한 잘못이 있을 경우, 먼저 나를 용서하는 일이 참다운 용서에 이르는 길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아주 최근의 일입니다.
그것은 송봉모 신부님이 쓰신 책 '상처와 용서'에서 '내게 상처 준 자를 용서하기 위해서는 먼저 나 자신을 용서할 필요가 있다'는 글을 읽다가 유다와 베드로의 차이점에 관해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두 사람은 똑같이 스승 예수를 배반했습니다. 그런데 베드로는 수제자답게 교회의 반석이 되었고, 유다는 스스로 나무에 목매달아 자살을 했습니다. 그 차이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자신을 용서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베드로는 통곡과 회개 끝에 자신의 잘못을 스스로 용서하고, 그 용서를 바탕으로 무서운 박해 가운데서도 스승의 말씀을 열심히 전했습니다. 그러다가 처형을 당하게 되자 "나는 스승을 배반한 자이니 십자가에 거꾸로 못 박혀 죽겠다"고 자청하는 위대한 죽음을 선택했습니다.
그러나 유다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유다는 스승을 팔아 얻은 돈을 자신이 갖지는 않았습니다. 은전 30량을 제사장들에게 집어던졌습니다. 분명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자신의 행위에 대해 분노하고, 그러한 행위를 부추긴 제사장들에게 분노했습니다.
그러나 자신을 용서하지는 않았습니다. 베드로와 똑같이 회개와 통곡은 있었지만 자신을 용서하지 않음으로써 자살로 끝을 내고 만 것입니다.
이 얼마나 다른 모습입니까. 유다는 스승을 배반한 죄책감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리는 부정적인 데로 방향을 전환했지만 베드로는 긍정적인 데로 방향을 전환했습니다.
저는 자신의 잘못에 대한 이 두 사람의 태도를 보고 자기 자신을 용서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확연히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유다와 같은 태도를 지니고 있는 존재가 아닌가 문득 두려웠습니다.
중학생 때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할머니를 친 적이 있습니다. 길바닥에 쓰러진 할머니를 부축해서 병원까지 모시고 갔습니다만, 병원 문을 열고 들어가자 문득 '이대로 도망쳐야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할머니가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면서 발생할 모든 일이 갑자기 두려워졌습니다. 그래서 얼른 할머니가 제를 보지 않는 틈을 타 병원 문을 열고 도망치고 말았습니다. 요즘 말로 하자면 '뻉소니 사고'를 저지른 셈입니다.
저는 그 이후로 자전거만 보며 그 할머니 생각이 났습니다. 할머니가 크게 다치시지는 않았다고 자위해 보지만, 그 일이 계기가 되어 돌아가셨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늘 마음 한구석에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런 못된 짓을 한 제 자신이 미웠습니다. 아마 그런 미움과 두려움 때문에 자동차 운전 배우기를 거렸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저는 아직 운전면허증이 없습니다.
(정호승,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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