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출판 무간
우리음식의 기원 : 농사짓는 임금님과 설렁탕 본문
설렁탕은 원래 고려 말에 들어온 몽골 음식의 영향을 받은 것입니다. 그런데, 설렁탕은 특별한 요리법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소를 잡아 그 부산물에 물을 많인 붓고, 그냥 끓이면 됩니다. 고려는 불교를 숭상했기 때문에 고기를 먹지 않았는데, 몽골의 침략을 받으면서 설렁탕과 같은 고기 음식을 먹게 되었습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설렁탕은 이국적인 음식이었겠지요.
그러나, 설렁탕은 조선시대에 들어와서 우리의 고유한 전통음식으로 새롭게 자리잡았습니다. 그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조선 시대 임금과 정승판서들은 음력 2월이면 동대문 밖(현재 서울특별시 제기동)에 있던 선농단에 가서 제사를 올렸습니다. 선농단은 농사의 신인 신농씨에게 한 해 농사가 잘 되게 해 달라고 제사를 지내는 곳입니다.
선농단에서 지내는 제사상에는 쌀과 기장, 소와 돼지를 통쨰로 올립니다. 제사를 올린 임금님은 직접 농사짓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그 아래에 있는 밭으로 내려가서 쟁기를 세 번 밀었습니다. 뒤 이어서 정승 판서들도 쟁기를 밀었습니다.
행사가 끝나면 미리 준비해 둔 큰 가마솥에다 제사상에 올렸던 쌀과 기장으로 밥을 짓습니다. 소로는 국을 끓이고, 돼지는 삶아서 썹니다. 그리고 이렇게 만든 음식을 임금님과 같이 농사짓는 장면을 펼쳐 보인 늙은 농부들과 이 광경을 보러 온 예순 살 이상의 노인들에게 대접했습니다. 원래 임금이 있는 데는 일반 백성들이 오지 못하는 법이었지만, 선농단 제사는 농사를 위한 것이므로 농부들이 올 수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에게 음식을 나누어 주어야 하기 때문에 음식도 대충 대충 설렁설렁 마련했습니다. 근처 농가에서 뚝배기를 빌려서 밥을 담고 그 위에 국을 퍼 담아 냈습니다. 김치가 마련되지 않았으므로 대신 파를 썰어 놓았습니다. 또 간장도 준비되지 않아 소금으로 직접 간을 맞추었습니다. 지금도 설렁탕에는 파와 소금이 곁들여 나옵니다. 이렇게 선농단에서 끓인 탕을 '선농탕'이라고 했습니다. 나중에 '선농탕'이라는 말이 설렁탕으로 바뀌어 지금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그러니 설렁탕의 유래는 두 가지인 셈입니다. 몽골 음식인 '슐루'에서 이름을 따서 슐루탕이 되었다는 유래와 조선 시대의 선농단 제사의 전통에서 선농탕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유래입니다. 모두 일리가 있답니다. 고려 말에 몽골에서 소로 국 끓이는 요리법을 들여오면서 몽골식 이름을 그대로 불렀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조선 시대에 와서는 전혀 다른 사연이 담긴 음식이 된 것입니다.
무슨 일이든 여러 가지 원인이 얽혀서 하나의 결과를 만들어 내게 마련입니다. 아마도 고려 말 몽골의 영향도 있었을 것이고, 조선 시대의 새로운 전통도 그대로 인정되면서 '설렁탕'이라는 말이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요?
(김아리 글, 정수영 그림, 밥 힘으로 살아온 우리민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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