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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방향의 진화, 유전자 조작!

독립출판 무간 2016. 8. 10. 09:45

화학적, 인공적 개발을 통해 재배용 종자를 완성하는 과정은 전통적인 방법과 아무런 공통점이 없다. 인류가 농업을 발명한 이래 농민들은 항상 같거나 비슷한 종자의 특성을 교차교배하여 새로운 변종을 만들어내는 데 힘써 왔다. 하지만 이 방법엔 암수 교배에 의존해야 하는 자연의 한계가 있었고, 농업 생태계가 처한 자연적 제약이 늘 뒤따랐다. 이제 유전자조작은 종과 종 사이에 존재하는 마지막 장벽을 허물었다. 그러한 장벽이 무너졌다는 것은 수억 년에 걸친 진화의 결과가 한순간에 위협받는다는 뜻이 된다.

 

이 새롭고 급진적인 기술은 아직 초보 단계에 있는 과학적 발견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기술적으로 보면 전적으로 새로운 위험이며, 그 위험이 장기적으로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 지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평가할 위치에 있지 않다.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지난 몇 년 동안 미국에서 유전자조작작물을 재배하는 지역은 수백만 헥타르로 늘어났다. 또한 유전자조작작물은 가축 사료의 형태로 여러 간접적인 경로를 거쳐 우리가 먹는 식료품에 침투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실을 아는 소비자는 거의 없다. 산업시대 이후로 농약과 방사능에 시달려 왔고, 후손에게도 이를 물려줄 수밖에 없는 현실도 모자라, 이제는 유전자 오염으로 고통을 받아야 하는가?

 

유전자 오염을 정의하자면 다른 형태의 오염과 마찬가지로 특정한 물질이 환경에 유포되는 현상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 물질이 인공적인 유전자 고안물이라는 점만 다를 뿐이다. 재배하는 모든 식물 주변에는 아직도 '잡초'라는 억울한 이름으로 불리는 야생의 조상이 있다. 유전자를 새로 받은 농작물은 수분 작용 등을 통해 이들 '잡초'와 유전물질을 교환한다. 재배하는 식물에 주입된 유전자는 이런 교환을 통해 얼마 안 가 주변의 야생식물에 특정한 유전자를 퍼뜨린다. 농약이나 방사능 오염은 마음만 먹으면 다시 원상태로 되돌릴 수 있지만, 유전자 오염처럼 살아 있는 유기체의 유전자 상속은 스스로 오염인자를 번식하는 과정을 밟기 때문에 돌이킬 수도 없다. 재배식물에서 '달아난' 유전자를 다시 잡아서 실험실에 가둘 수도 없는 노릇이며 ,오염된 유기체는 재생산을 통해 자신의 유전자를 번식한다. 이러한 유전자 확산이 환경에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는 아직 예측할 수 없다. 현재의 상황을 평가하는 기술적 방법에는 대단히 결함이 많고, 유전자 오염의 분포를 예측하는 데 필요한 모델은 기상예보 모델만큼이나 다양하고 복잡하기 그지 없다. 게다가 애석하게도 유전자 조작에 따르는 위험을 조사하고 연구하는 데 투입되는 자원은 매우 미미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 새로운 기술은 대단히 복잡하게 보이지만, 유전자를 이식하여 동물과 식물을 발전시킨다는 생각은 집약형 농업의 논리와 같은 맥락이다. 집약형 작물은 환경으로부터 보호할 필요가 있다. 집약형 농업에서 수확량이 많은 품종돠 한 가지 종자만 대규모로 재배하다보면 여러 형태의 피해에 견디는 면역력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집약형 농업은 대량생산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품질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반면에 유기농업은 작물과 생태계 사이에 서로 협력하는 에너지가 작용한다. 기업형 농업은 환경을 발전의 장애로 보기 때문에 환경과 전쟁을 마다하지 않는다. 결국 하향 평준화하는 셈이다.

 

(카를로 페트리니 엮음, 김종덕/이경남 옮김, 슬로푸드-느리고 맛있는 음식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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