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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푸드... 유전자 조작의 실험 대상이 된 소비자!

독립출판 무간 2016. 8. 10. 09:37

해충에 강한 유전자조작식물이라고 해서 살충제의 문제점이 사라진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살충제를 스스로 만들어 내는 종자를 수백만 헥타르에 심었을 때, 그 종자에서 나오는 살충제의 양이 어느 정도일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종자마다 세포 아나하나에서 하루 24시간 내내 살충물질이 나와 전체 경작지로 번져가기 때문이다. 결국 일정한 간격으로 살포한 살충제의 양보다 더 많아진다. 이렇게 되면 독소에 견디는 '수퍼해충'이 등장하게 되고 식물도 피해를 입게 된다. 그러면 농화학회사들은 다시 유전자조작을 하거나 새로운 살충제를 만들게 된다. 이것이 화학과 생명공학 사이에서 벌어지는 영원한 악순환의 대표적 사례다.

 

기술적으로 처리된 식물은 스스로 살충제를 생산할 수 있는 유전자조작 과정을 거친 후 가축이나 동물의 먹이가 된다. 이 식물이 만든 살충제가 동물이나 인간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농경지에 살포하여 식물에 남은 잔류 살충제를 말하는 게 아니다. 식물이 직접 만든 살충제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바실러스 투링기엔시스 독소는 지난 40년 동안 유기농업뿐 아니라, 농업 전반에서 사용해왔지만, 이제는 그 효력이 눈에 띌 정도로 약해졌다. 유전자조작식물이 만들어 내는 독소가 유기농업에서 사용한 박테리아의 독소보다 훨씬 강하기 때문이다.

노바르티스(스위스 제약회사)의 유전자조작 옥수수는 유럽에서 처음으로 재배 허가를 받은 품종이지만, 이 옥수수에 투입된 바실러스 투링기엔시르 박테리아의 유전자는 자연에 존재하는 유전자보다 길이가 짧다. 길이가 다르다는 의미는 유전자의 작용방식도 다르고, 자신에게 해를 주지 않는 곤충에게 미치는 독소의 힘도 다르다는 뜻이다. 실제로 실험해 본 결과, 그 독소가 해롭지 않은 곤충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먹이사슬에서도 더 많은 자리를 차지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러나 이 옥수수는 그 독소가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도 제대로 밝혀지지 못한 상태에서 이미 상품화되었다. 결국 소비자들이 '실생활'에서 농화학산업을 위한 실험 대상이 되었다.

 

소비량이 많은 주요 작물은 예외 없이 특정 환경에 견디도록 유전자를 조작한다. 이들 작물의 90퍼센트가 유전적으로 조작되어, 해충이나 바이러스병이나 제초제에 견디는 농화학적 특성을 지닌다. '분자공장'이라고 할 만한 유전자조작식물은 대기업이 독특한 성분을 생산하도록 변형했으며, 어떤 기후나 토양이나 환경에서도 효율적으로 적응하도록 개량되었다. 유전자조작 농업은 산업과  슈퍼마켓에서 요구하는 표준화를 부추긴다. 또 산출이 많은 품종에만 매달리다보니 지역에 따른 특성과 다양성은 크게 줄어든다. 구할 수 있는 음식의 범위는 갈수록 커지는데도 맛은 오히려 획일화되고 있다. 전 세계 어디를 가나 온통 패스트푸드점뿐이고, 심지어 민족고유의 음식까지 패스트푸드의 방법을 흉내내는 실정이다. 이제 뉴욕이든 멕시코시티든 상파울로든 어디에서도 같은 맛의 스낵과 피자, 타코, 넴(월남 쌈), 케밥을 먹을 수 있다. 과연 우리가 지금 코스모폴리탄에서 살고 있구나 하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하지만 산업형 식료품이 보여주는 다양한 모습은 착각에 불과하다. 현대인들이 섭취하는 야채의 종류가 점점 더 단조로워지기 때문이다. 기업형 농업이 자리잡은 곳에서는 재배 품종의 숫자가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

 

유전자조작작물, 즉 살아있는 유기체의 유전자를 조작하는 일은 쉽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미래 식량의 모습은 토양과 토지와 그리고 '땅을 갈고 씨를 뿌리는' 농민들과 얼마나 관련을 갖게 될까? 미래의 식품은 원산지가 아무런 의미 없는 단지 유전자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산업제품이 아닐까? 자연의 선물일까, 아니면 엄밀하게 부호화된 무미건조한 공산품일까?

 

(카를로 페트리니 엮음, 김종덕/이경남 옮김, 슬로푸드-느리고 맛있는 음식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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