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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형 농업은 해충에 견디는 식물을 만들겠다지만, 이것은 옹색하고 근시안적 대책이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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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형 농업은 해충에 견디는 식물을 만들겠다지만, 이것은 옹색하고 근시안적 대책이다!

독립출판 무간 2016. 8. 10. 09:41

기업형 농업은 해충에 견디는 식물을 만들겠다며 유전자 조작을 시도하고 있지만, 이는 옹색하고 근시안적인 대책이다. 농업체계는 생각보다 복잡한 상호작용의 틀로 짜여져 있으므로, 더 전체적인 안목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기승을 부리는 해충 때문에 상당한 규모로 피해를 입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해충들은 평균 세계 수확량의 3분의 1 정도를 먹어치우며, 간접 피해까지 합하면 전체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난다. 파괴적인 위력을 가지 해충이 한 번 움직이고 그래서 채소가 피해를 입어 병과 바이러스를 갖게 되면 상품가치는 사라진다. 해충으로부터 작물을 보호하려는 첫 시도는 살충제였다.

 

제2차 세계대전에 사용되었던 독가스를 연구해서 만든 이 살충제는 강력한 독소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화학살충제 사용이 늘어나면서 해충도 살충제에 견디기 위해 빠르게 진화했다. 다시 농약은 더 강력해졌고, 집약형 농업은 농약 소비를 부추기면서 악순환에 빠져 들었다. 이 과정에서 득을 보는 사람은 살충제 제조업자뿐이었다.

 

동식물의 오염이 심해지면서 농약에 대한 여론이 나빠지고, 사람들이 식품에 남아 있는 독소에 관심을 갖게 되자, 이에 대한 대책으로 개발한 것이 유전자조작 기술이었다. 이 과정에서 기업형 농업을 하는 사람들이 생각해 낸 아이디어는 식물 스스로가 살충제를 만들어 내는 방식이었다. 이들은 농업이 산업화되면서 해충 피해가 더욱 늘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농업이 대형화되면서 해가 갈수록 단일품종을 재배하는 토양이 늘어나고, 그래서 바이러스가 유행하고 해충 떼가 등장하게 되었다. 살충제가 발명된 이후에도 해충으로 인한 손실 비율이 눈에 띌 정도로 떨어지진 않았다.

 

오늘날 재배되는 유전자 조작식물에는 토양 박테리아인 바실러스 투링기엔시스(Bt)의 유전자가 들어있다. 이 박테리아는 효과적인 살충 능력이 있고 환경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수십년 동안 유기농업에서 즐겨 이용되어왔다. 비료와 종자를 취급하는 다국적기업들은 살충제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며 자신들이 만든 새로운 발명품을 자랑한다. 이러한 식물들은 '유기적 작물'이라고 한다. 한편 농민들은 화학살충제를 뿌리며 야채를 재배해야할 지, 아니면 유전자가 조작된 야채를 심어야할 지 선택해야 한다. 유기농업이나 천적으 이용하는 생물학적 방법으로 해충문제에 대응하는 생산적인 대안이 여러가지 있지만, 이를 언급하는 사람은 아직 드물다. 화학적 접근과 생명공학적 방법은 동일한 패러다임에 기반을 두고 있다. 해충을 제거야할 두통거리로 보고, 작물을 해충으로부터 보호하려 애를 쓴다. 다른 점은 농약을 뿌리느냐 아니면 식물에 박테리아 유전자를 이식하느냐 하는 차이뿐이다.

 

(카를로 페트리니 엮음, 김종덕/이경남 옮김, 슬로푸드-느리고 맛있는 음식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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