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출판 무간

노자산책 : 도덕경 제5장. 하늘과 땅은 어질어서 만물을 버려진 추구芻狗처럼 대한다 본문

노자산책

노자산책 : 도덕경 제5장. 하늘과 땅은 어질어서 만물을 버려진 추구芻狗처럼 대한다

독립출판 무간 2017. 2. 12. 13:54

제 5 장

 

천지불인天地不仁, 이만물위추구以萬物爲芻狗。

성인불인聖人不仁, 이백성위추구以百姓爲芻狗。

천지지간天地之間, 기유탁약호其猶橐籥乎!

허이불굴虛而不屈, 동이유출動而愈出。

다언삭궁多言數窮, 불여수중不如守中。

 

하늘과 땅은 어질어서 만물을 버려진 추구芻狗처럼 대한다.

성인은 어질어서 백성들을 버려진 추구처럼 대한다.

하늘과 땅 사이는 풀무나 피리 같다!

비울수록 세게 나오고, 움직일수록 많이 나온다.

말이 많으면 궁색해진다.

적절함을 지키는 것만 같지 못하다.

 

 

천지불인天地不仁, 이만물위추구以萬物爲芻狗

불인不仁은 ‘어질지 않다’는 뜻이 아니다. ‘어떤 때는 어질고 어떤 때는 어질지 않다거나, 누구에게는 어질고 누구에게는 어질지 않은 것이 아니다’는 뜻이다. 다시 말하면, 불인은 ‘언제나 어디서나 어질지 않음이 없다’는 뜻으로서 어짊에 있어서 분별이 없다는 의미인 것이다.

추구芻狗는 ‘제사 때 쓰이는 풀로 만든 개’를 뜻한다. 제사를 지낼 때에는 의례용으로 소중하게 다루어지지만, 제사를 지내고 나면 대수롭지 않게 아무 데나 버려진다. 개 모양을 하고 있을 뿐, 다른 보통의 풀 뭉치와 다를 것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하늘과 땅이 만물을 버려진 추구처럼 대한다는 것은 하늘과 땅이 만물을 분별하거나 일부러 일삼지 않는다는 것이다.

 

천지지간天地之間, 기유탁약호其猶橐籥乎!

천지지간天地之間은 만물을 버려진 추구처럼 대하는 하늘과 땅 사이, 성인이 백성들을 버려진 추구처럼 대하는 세상 또는 세계를 의미한다.

탁橐과 약籥은 그러한 세상 혹은 세계를 비유한다.

 

허이불굴虛而不屈, 동이유출動而愈出

허虛와 동動은 하늘과 땅, 성인이 만물과 백성들을 분별하거나 일부러 일삼지 않는 모습을 비유한다.

불굴不屈과 유출愈出은 만물과 백성들이 스스로 또는 저절로 그러하게 서로 관계하며 부단히 변화하는 모습을 비유한다.

 

다언삭궁多言數窮, 불여수중不如守中

말이 많으면 궁색해진다거나 적절함을 지키는 것만 같지 못하다는 것은 “허이불굴”하고, “동이유출”하는 모습을 표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