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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산다는 일이 싱거워지면 나는 들녘으로 바다로 나간다!

독립출판 무간 2016. 10. 13. 07:28

산다는 일이 싱거워지면 나는 들녘으로 바다로 나간다. 그래도 간이 맞지 않으면 섬 밖의 섬 마라도로 간다. 거기서 며칠이고 수평선을 바라본다. 마라도에선 수평선이 넘을 수 없는 철조망이다.

외로움 속에 며칠이고 나 자신을 내버려둔다. 그래도 모자라면 등대 밑 절벽 끝에 차려 자세로 선다. 아래는 30미터가 넘는 수직 절벽이고, 바닥은 절벽에서 떨어진 바위 조각들이 날카로운 이를 번뜩인다. 떨어지면 죽음이다. 정신이 바짝 든다. 잡생각이 끼어들 틈이 없다. 불안과 두려움이 계속된다. 눈을 감고 수직 절벽을 인식하지 않는다. 마음이 편안하다. 수직 절벽임을 인식하면 다수 두려운 마음이 든다.

산다는 것은 싱겁다. 간이 맞지 않는다. 살맛이 나지 않는다고 투덜거리는 것은 마음의 장난이다. 살다보면 때때로 죽고 싶다는 말이 습관처럼 튀어나온다. 현실이 고달플수록 도피처를 찾는다. 그 최종 도피처는 죽음이다. 원치 않는 상황에서 최종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나는 당황했다. 불안과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죽음을 잊기로 했다. 죽음을 인식하지 않으면서 늘 평상심을 유지하려고 애쓴다.

(김영갑, 같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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