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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하는 일보다 용서를 청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

독립출판 무간 2016. 9. 18. 22:23

용서하기가 참 힘이 듭니다. 용서했다고 생각해도 제 마음이 어느 때 불쑥 용서 이전의 상태로 되돌아가 있는 걸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런 마음을 발견하면 다시 고통스러워집니다. 용서한다는 것이 그 얼마나 가식적이고, 형식적인 것인지 오로지 참담할 뿐입니다.

어쩌면 용서한다, 용서한다 하면서 용서하지 못하고 평생을 다 보낼 것 같습니다. 용서를 한다는 게 상대방을 위한 일이 아니라 바로 저 자신을 위한 일이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용서하기란 헤엄을 치지 못하는 제게 한강을 헤엄쳐 건너가라고 강요하는 것과 같습니다.

미움은 저를 먼저 멍들게 합니다. 아니, 멍들게 한다기보다 저를 먼저 파괴시켜버립니다. 사람을 미워한다는 일이 그 얼마나 힘든 일인지요. 미워하지 앟으려고 해도 길을 가다가 지하철을 타다가 갑자기 두더지처럼 불쑥 미움이 치솟아 올라 저를 괴롭힙니다.

사랑하는 일보다 더 힘든 일이 분명 사람을 미워하는 일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용서할 줄 모르는 사람을 보고 자기가 건너가햘 다리를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다고 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참으로 공교롭게도 제가 미워하는 사람들은 한 때 저와 친했거나 가까웠던 사람들입니다. 절친하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한 때 저와 관계가 좋았던 사람들입니다. 개중에는 지금도 가장 가까운 관계에 있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좋았던 마음이 언제 무너져서 미움이 싹터 크게 증오의 열매를 맺지 않았나 싶습니다.

왜 친했던 사람들을 미워하게 되는지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닙니다. 미움이란 원래 가까움과 친밀함을 먹고 싹을 틔우는 본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와 아무 관계가 없었다면 미워할 필요조차 없었을 겁니다.

미움의 원인은 대부분 저를 무시하거나 배반한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인간적인 예의를 갖추지 않았거나 저의 자존심과 명예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했거나 경제적인 손실을 입힌 일들입니다. 그 중에서도 저의 인격을 무시한 일이 가장 큰 원인이 아닌가 싶습니다.

돌이켜보면 미움은 단순히 미움으로 그치는 게 아닙니다. 저를 파괴하고 제 인생을 파괴함으로써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제 인생을 바꾸어 버리는 일입니다. (중략)

저는 지금껏 내가 남을 용서하는 일에만 마음을 썼지, 남이 나를 용서하는 일에 대해서는 소홀했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소홀했다기보다 아예 외면하고 살아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일이 서로 똑같은 무게릴 지닌 일임에도 불구하고, 어쩌면 용서를 청해야 할 일이 몇 배나 더 많을지 모르는데도, 저는 제 잘못에 대해 용서를 청하는 일은 등한시해왔습니다.

그것은 제가 남의 잘못을 결코 잊지 않고 앙심을 품으며 살아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분명 남이 나한테 잘못한 만큼, 아니 그보다 훨씬 더 많이, 나도 남한테 잘못했을 터인데도 남이 나한테 잘못한 일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태도로 살아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정호승,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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