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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생각 속에 갇히면 집중력이 떨어진다!

독립출판 무간 2016. 9. 18. 20:04

사람은 하루 종일 생각을 하며 지낸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 사고하는 것은 인간의 훌륭한 특질이고, '인간은 동물과 달리 생각하기 때문에 위대하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생각이 정말로 그렇게 좋기만 한 것일까? 현대인들은 지나치게 생각이 많기 때문에 집중력이 떨어지고, 불행해 하고, 망설이는 것은 아닐까? 나는 이런 질물에 답하기 위해 '병'이 되기도 하는 인간의 생각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현대인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서툴다고 한다. 누구나 상대방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를 원하는데, 상대가 전혀 듣지 않아 화가 났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사람은 정말로 이야기를 들어줄 마음이 없었던 것일까? 만일 일부러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게 된 상황이라면, 처음부터 '당신 이야기는 듣지 않겠어'라고 마음먹지는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이야기를 들어주자'라는 생각으로 약속 장소에 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막상 상대가 고민을 털어놓기 시작하자, 마음 속에서 여러가지 쓸데없는 생각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고민을 잘 들어줘서 상대의 신뢰를 얻어야 되겠다든지, 이해하는 척을 해서 멋진 사람이 되겠다든지... 여러가지 쓸데없는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일어난다.

 

나는 평소 좌선을 하며 스스로의 의식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오랫동안 계속 들여다보는 일을 했다. 우리의 의시, 즉 마음은 아주 빠른 속도로 계속 움직인다. 마음은 미세한 단위로만 측정할 수 있는 초고속으로 이동하며 정보처리를 한다. 그리고 정말 짧은 수간에 시신경으로 가서 '보는' 행위를 하거나, 청신경에 가서 '듣는' 행위를 한다. 정말 짧은 한 순간에 '듣다-보다-듣다-생각하다-듣다-보다-듣다'와 같은 정보처리가 행해진다. 원래는 듣기만 할 작정이었는데, 어느새 관계없는 정보들이 마음에 뒤섞여 들어온다.

 

마주 앉은 사람의 이야기를 멍하니 듣고 있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 자신이 계속 듣고만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막대한 양의 자잘한 정보들이 잡음처럼 그의 의식에 끼어든다. 아주 짧은 순간 동안 이루어지는 마음의 정보 처리 과정인데도, 좋아하는 음식에 대한 생각이 잡음처럼 끼어들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들었던 기분 나쁜 말들이 메아리처럼 귓전에 맴돌기도 한다. 또 꿈 속에서 본 듯한 괴상한 이미지가 떠오르기도 한다. 자신이 미처 알아차리기도 전에 이런 잡음들이 끼어들면, 듣는 행위는 계속 방해를 받게 된다.

 

이처럼 우리가 일상 속에서 생각하고 행동할 때 짧은 순간순간 이런 잡음들이 무수히 끼어들어 집중을 방해한다. 이 때, 다른 그 무엇보다도 집중을 분산시키는 행위는 자기도 모르게 이런저런 것을 '생각하는' 일이다. 우리의 의식이 언어를 이용해 중얼중얼 계속 생각하고 있을 때에는 이 작업에 사로잡혀 다른 기능들은 모두 잊어버리게 된다.

 

갖가지 생각이 머릿속에서 소용돌이칠수록, 우리 마음에는 소리정보가 들어올 자리가 없어진다. 지금 어떤 소리가 들리고 있고, 그 소리는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일까? 만일 이 질문에 바로 대답할 수 없다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생각하는 일에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기 때문이다. 침착할 때에는 이것저것 많이 생각하지 않지만, 마음이 혼란스럽고 어지러울수록 생각하는 양과 시간이 늘어난다. 예를 들어, 무언가 마음에 걸린 상태에서 영화를 보면, 영화를 보는 내내 잡음이 끼어들게 될 것이다.

 

연인이나 배우자의 손을 잡고 걸을 때, 두 사람 사이에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촉감이 생긴다. 하지만 그 순간 서로 생각을 하고 있다면 그런 느낌은 사라지고 만다. 만일 한 사람은 일에 대한 생각을 하고, 또 다른 한 사람은 헤어진 애인을 생각하고 있다면, 둘은 서로 살갗을 맞대고 있어도 각기 다른 장소에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정확히 말해, 두 사람은 모두 각자 자기 자신만의 뇌 속에 틀어박혀 있는 셈이다.

 

(코이케 류노스케 지음/유윤한 옮김, 생각버리기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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