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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게시판은 잔인한 마음을 키운다!

독립출판 무간 2016. 9. 11. 20:07

SNS 기능을 가진 블로그나 미니홈페이지를 움직이는 욕구는 현실 속 자신의 정체성과 개성을 기초로 '모두에게 받아들여지고 싶다'는 '만'과 관련 있다. 그에 비해 익명 게시판에서 보여주려는 정체성은 현실 사회에서 보여주는 자신과 거리가 멀다. 가명을 쓰기도 하고, 엉뚱한 캐릭터로 가장하기도 한다. 익명성이 강하면서도 '만'이 넘쳐나는 이런 게시판에서는 분노가 견인차 역할을 한다. 그래서, 분노에 휘둘려 누군가를 공격하기도 쉽다. 익명 게시판은 '여기에 원래 내 모습은 없다'라고 생각되는 곳에서 오히려 자신의 본성을 속속들이 드러낸다는 역설적인 진리를 보여준다.

 

물론 익명 게시판에서는 가명과 엉뚱한 캐릭터를 내세우며, 현실 속 자신과는 거리가 먼 인물을 연출하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이것은 진정한 내가 아니니 괜찮아!' '이것은 캐릭터일 뿐, 내가 아니야!'라고 생각히기 때문에 공격적인 글을 올리고, 성적으로 모욕을 주는 말도 거침없이 한다. 심지어는 죽이겠다고 협박을 해 놓고도 '이 말은 진정한 내가 하는 게 아니야'라며 편하게 생각해버린다.

 

사람들이 익명 게시판에 함부로 글을 올리는 가장 큰 이유는 들키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에 못지 않을 정도로 큰 이유는 그런 글을 쓰는 형편없는 인간이 자기가 아니라고 쉽게 부정해 버리기 때문이기도 하다. 스스로에 대한 이런 부정은 자기를 속이는 행위이며, 자신의 악행에 브레이크를 걸 줄 모르는 '무참'이란 번뇌이다.

 

어쨌든 이런 식으로 '진정한 내가 아니다'라고 생각하면서 내뿜는 증오야말로 보통 때에는 숨기고 있던 나의 참모습이다. 게시판에 공격적인 글을 올리면 분노의 자극이 느껴지고, 뇌는 그런 괴로움을 기분 좋은 것으로 착각한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고통을 덜 작정이었다 해도 분노가 자극을 받은 이상 마음 속에서는 생각의 잡음이 들끓어 오른다. 그리고 그만큼 괴로움도 커진다.

 

쾌락이란 실제로 있는 것이 아니다. 뇌가 고통이 줄어드는 것을 그만큼 즐거움이 늘어나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일 뿐이다. 이것이 바로 불교에서 말하는 '일체개고'라는 진리이다. 이 진리에 따르면 한 번 쾌락을 맛본 뒤에는 '좀 더 좀 더'하고 보다 큰 즐거움을 찾으며, 그 재료가 되는 괴로움을 더욱 구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분노에 대해 누군가 동의해 주면 이 떄에도 '만'의 욕망이 생겨 자아가 자극되고 중독된다. 혹은 누군가 반론을 제기해도 괴로워하고 또다른 분노를 느끼면서 그것에 자극을 받아 중독된다. 반대하는 댓글을 보는 것만으로도 분노가 마음을 자극해 더 큰 자극을 구하는 중독을 일으키기 때문에 아예 가까이 하지 않도록 하자.

 

스마트 폰이 보급되면서 블로그에 새로 올린 글을 몇 명이나 읽었는지, 어떤 칭찬의 댓글이 달렸는지를 언제 어디서나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 때마다 자아는 짜릿짜릿 전기 쇼크를 받는 듯한 자극을 느끼게 된다. 만일 블로그에 새로운 방문자가 전혀 없거나 댓글 수가 줄었다면 '내 주가가 떨어졌군'하고 부정적인 자극을 받게 된다. 그리고 어느 쪽이 되었든 자아의 괴로움을 비대하게 키우게 되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처럼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욕망을 추구하는 일은 시간을 낭비하게 만들고, 자아의 괴로움을 지나치게 키운다. 그러므로 이런 사실을 늘 염두에 두고, 방문자 수와 댓글 수를 확인하는 버릇을 고치도록 노력하길 권한다.

 

(코이케류노스케 지음/유윤한 옮김, 생각버리기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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