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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이야기

수라상, 임금님의 밥상!

독립출판 무간 2016. 8. 29. 11:57

 

한 나라의 임금님은 도대체 어떤 음식을 잡수셨을까요? 고조선 시대의 단군께서는 우리가 지금 먹는 음식을 보시면 아마 깜짝 놀라실 겁니다. 집집마다 모두 왕보다 더 훌륭한 식사를 한다고 여기실 테니까요. 그만큼 그 당시에는 임금님일지라도 소박하게 식사하셨을 것입니다. 그러나 조선 시대에 오면 음식 문화가 발달하여 임금님은 매일 격식이 갖춰진 훌륭한 식사를 즐겼습니다. 그럼 조선 시대 임금님의 식사는 어떤 것이었는지 알아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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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님과 관련한 모든 말은 일반 사람들이 쓰는 것과는 달랐습니다. 예를 들자면 임금님 얼굴을 '용안'이라고 합니다. 용은 왕을 상징하기 때문에 용의 얼굴이라는 뜻으로 붙인 말입니다. 또 임금님이 쓰는 변기를 '매화틀'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임금님의 변을 매화꽃으로 곱게 상징해서 붙인 말입니다. 음식도 예외가 아닙니다. 우선 임금님이 먹는 밥을 '수라'라고 했습니다. 임금님 밥상은 '수라상'이라고 했고요.

 

또 임금님이 식사하는 것을 '수라를 젓수신다'라고 표현했습니다. '먹는 것'을 표현하는 우리말은 다양합니다. '먹다', '들다', '드시다', '잡수시다', '자시다' 등이 있습니다. 그런데 임금님과 관련된 말이기 때문에 일반 사람들이 사용하지 않는 표현으로 바꾸어 '젓수시다'라고 한 것입니다.

 

'수라'라는 말은 고려 말에 몽골에서 수입된 외래어입니다. 고려 말에 몽골은 몽골 공주를 고려 왕의 왕비로 삼게 했습니다. 그 때 몽골 음식과 몽골의 음식 용어들이 궁중에 많이 들어온 것이지요. 이 말은 조선에도 이어져서 임금님의 진지를 가리키는 말로 굳어졌습니다.

 

그럼 임금님이 젓수실 음식은 어디서 만들었을까요? 궁중의 부엌인 '소주방'에서 만들었습니다. 소주방은 안소주방과 밖소주방으로 나뉘어 있었습니다. 안소주방에서는 아침, 저녁 상을 준비하고, 밖소주방에서는 궁중의 여러 가지 행사나 제사, 잔치 음식을 준비했습니다. 또 생과방이라는 곳을 따로 두었는데 여기서는 차와 과자, 죽, 과일 등을 만들고 준비했다고 합니다.

 

임금님의 음식은 주방 상궁들이 만들었습니다. 주방 상궁들은 어릴적 부터 궁중에 들어와 오랫동안 허드렛일을 하며 음식 만드는 것을 보고 배웠지만, 그러고도 조리 기술을 더욱 연마해야 주방 상궁이 될 수 있었습니다. 한편 궁중의 큰 행사나 잔치 음식을 마련할 때에는 그것만 따로 맡아서 하는 남자 요리사가 있었습니다. 요즘으로 말하자면 '행사음식 전문 요리사'인 셈입니다.

 

임금님 앞에 상을 올릴 때는 세 명의 수라 상궁이 수라 시중을 듭니다. 그 중 나이가 많은 상궁은 임금님이 드시기 전에 일일이 음식을 조금씩 덜어 모두 맛을 보았습니다. 음식에 독이 들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다른 상궁은 그릇의 뚜껑을 열고 닫는 시중을 듭니다. 나머지 상궁은 그 자리에서 직접 끓여 먹는 전골 음식을 만듭니다.

 

임금님의 식사 시간을 알아볼까요? 임금님은 일찌감치 일어나서 아침 일곱시 전에 요기를 합니다. 이 때는 죽을 드시는데 이것을 '죽수라'라고 합니다. 그러나, 달랑 죽만 드시는 것은 아니고 밥그릇 대신 죽그릇이 올랐을 뿐 상차림은 다른 수라상의 원칙과 같습니다. 그런 뒤 오전 열 시쯤에 아침 수라를 '젓수십니다.' 그리고, 저녁 수라는 오후 다섯 시경에 올립니다. 그 사이 '낮것'이라고 부르는 점심으로 죽이나 면을 드십니다. 또 밤 아홉 시경에 다과 등의 간식을 올립니다.

 

임금님의 수라상에는 최고의 재료로 만든 갖가지 반찬들이 오릅니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가장 좋은 생산물을 골라 궁중에 진상합니다. 그러면 그 가운데서 최고의 재료를 골라 수라상을 차립니다. 또한 맛과 영양, 그리고 아름다운 모양새까지 갖춘 음식을 만들기 위해 상궁 요리사들이 솜씨를 발휘합니다. 일단 기본 식단을 열거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밥은 흰쌀밥인 흰수라와 팥밥인 팥수라가 모두 준비됩니다. 임금님은 그 날 드시고 싶은 것을 드시면 되는 것이지요. 그리고 국으로는 미역국과 곰탕이 올라갑니다. 그런데 만약 쌀밥을 드시면 미역국과 같이 드시고 팥밥을 드시면 곰탕을 같이 드시는 것이 원칙이었습니다. 김치로는 배추김치와 무김치 두 가지가 올라갔습니다.

 

그 외에 반찬을 보면 찜 요리, 전골요리, 부침, 생선구이, 삶은 고기, 나물, 조림, 젓갈, 장아찌, 포나 튀각 같은 마른 반찬, 육회나 생선회가 올라갑니다. 이에 곁들여 반찬을 찍어 드실 청장, 초장, 고추장 등 세 가지 장이 오릅니다. 또 식후에 드실 보리차와 숭늉도 올립니다.

 

온갖 반찬을 다 올리는 셈이지요. 그러나 이 많은 반찬을 모두 다 드시는 것은 아니고 그 날 기분에 따라 적당히 몇 가지씩 드셨다고 합니다.

 

(김아리 글, 정수영 그림, 밥 힘으로 살아온 우리민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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