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출판 무간

우리음식의 기원 : 도로 물려라, 도루묵! 본문

먹는 이야기

우리음식의 기원 : 도로 물려라, 도루묵!

독립출판 무간 2016. 8. 29. 11:48

도루묵이라는 생선이 있습니다. 크기는 커 봐야 15센티미터 정도 되고, 몸통도 날씬한 편이어서 한 입에 쏙 들어갈 만한 생선입니다. 그런데, 이 생선이 이름에 대해 임금님과 관련된 이야기가 전해 내려옵니다.

 

(http://blog.daum.net/choije111/16285743)

 

옛날 선조 임금님이 바닷가 마을로 피난을 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바닷가 마을에는 임금님께 바칠 만한 음식이라곤 없었습니다. 더구나, 몇 년간 흉년이 들어 백성들은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있었습니다. 신하들은 임금님이 수라상에 무엇을 올려야 할지 걱정이었습니다. 그래서, 일단 마을 사람들에게 물어 보았습니다.

 

"임금님의 수라상에 도대체 무엇을 올려야 하오? 이 곳에는 먹을 것이 그렇게도 없소?"

"먹을 것라곤 맛없는 생선밖에 없는데..."

"그 생선이 무엇이오?"

"뭐 특별한 이름이 있는 건 아니고요. 묵처럼 맛이 심심해서 우리끼리는 '묵'이라고 부른답니다"

"지금 임금님께 수라를 올려야 하니 그것이라도 가져 오시오"

상궁들은 마을 사람들이 가져 온 묵을 정성껏 요리했습니다. 임금님은 그 생선을 맛보시고는 감탄을 하셨습니다.

"이렇게 맛있는 생선은 처음이다. 그런데, 이름이 왜 묵인가? 이렇게 은빛이 나니까 은어라고 해야지. 이제부터 이 생선을 은어라고 부르도록 명하노라"

이렇게 하여 묵어라고 무시당하던 생선은 은어가 되었습니다

얼마 후, 전쟁이 끝나 임금님은 다시 궁궐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궁궐로 돌아오니 임금님의 수라상은 예전처럼 맛있는 음식들로 가득했습니다. 그런데, 임금님 입에 맞는 음식이 없었습니다.

"많이는 차렸다만 먹고 싶은 것이 없구나. 왜 이렇게 입맛이 없을꼬. 아참! 바닷가로 피난 갔을 때 먹었던 그 은어를 먹으면 입맛이 돌아올 것 같구나"

신하들은 급히 그 바닷가 마을에서 은어를 구해 와 요리를 해 임금님께 올렸습니다. 임금님은 옛날에 맛있게 먹었던 은어를 보고 반가워 얼른 한 범 집어 입에 넣었습니다. 그런데 임금님은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다시 한 번 다른 쪽의 살을 한 점 집어서 맛을 보았습니다.

"어허, 이상도 하구나. 그 전에는 그렇게 맛있더니, 지금 먹으니 아무 맛도 나지 않는구나"

왕은 그 요리를 멀찌감치 밀어 놓으며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 생선에 은어라는 이름은 안 맞는구나. 예전처럼 도로 묵이라고 부르도록 하라"

 

이렇게 해서 다시 원래 이름인 '묵'으로 부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도로 '묵'이라고 부르라고 한 사실이 재미있어 이름이 아예 '도로묵'이 되었답니다.

사실 임금님이 처음 도로묵을 먹었을 때는 먹을 것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무엇이라도 맛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다시 진수성찬을 차려 먹게 되자 배고픔 속에 먹으며 느꼈던 음식이 맛을 더 이상 느낄 수 없었던 것이지요.

 

(김아리 글, 정수영 그림, 밥 힘으로 살아온 우리민족)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