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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 투어리즘, 여행지의 시간을 나의 시간으로 파괴하지 않기!

독립출판 무간 2016. 8. 11. 12:54

에코 투어리즘(eco-toursim)이라는 말이 지금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에코 투어리즘 추진 협회에 따르면 여기에는 세 가지 목적이 있다.

 

첫째, 지역의 자연, 역사, 문화자원의 보호

둘째, 지역 고유의 자원을 살린 관광

셋째, 지역 경제의 활성화

 

이 세 가지를 동시에 그리고 이들 중 어느 하나도 희생시키지 않고 실현하는 것이 이들의 목표다. 이 세 가지의 거리가 서로 좁혀지면서 에코 투어리즘은 그 지역 산업으로 정착하게 되고, 지속 가능한 형태가 될 것이다.

 

나는 이 에코 투어리즘을 시간의 관점에서 생각해 보고 싶다. 예로 들려고 하는 지역은 일본 에코 투어리즘의 선구자 격인 오키나와 현의 이리오모테 섬이다.

 

지금 이리오모테 섬은 리조트 개발을 둘러싸고 한창 술렁이고 있다. 섬의 북서부 쪽에 한 대형 부동산 회사가 대규모 리조트 건설을 계획하여 이미 호텔 공사는 시작되었다. 이 섬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이 대규모 계획은 최대 인원을 수용했을 경우, 알려진 것만으로도 고객과 종업원을 합해 100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인구 200명 규모의 이 섬에 들어오게 된다.

 

이러한 리조트 개발에 대해 섬 안팎에서 반대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이 운동의 중심에 선 단체가 '이리오모테의 미래를 창조하는 모임'이다. 회장인 이시가키 긴세이에 따르면, 이 개발이 진행될 경우 섬의 자연과 문화는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로 손상을 입게 된다.

 

첫째, 해변과 하구의 기수역(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지역)에 입지하는 이 리조트는 생태계에 커다란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 둘째, 지금의 인구 규모로도 문제가 되고 있는 쓰레기, 분뇨 처리 또한 상황이 더 악화될 것이다. 그리고 풍부하다고 알려진 이리오모테에도 물 부족 현상이 생겨날 것이다. 셋째, 외부로부터 유입되는 경제에 대한 섬 주민의 의존도가 심각해질 것이다.

 

아시가키가 무엇보다 염려하는 점은 이리오모테 섬 고유의 시간이 파괴되는 것이다. 섬에는 조수의 간만을 비롯하여 자연의 리듬과 조화를 이룬 전통적인 생활의 속도가 존재한다. 하지만 이제 그것이 리조트를 거점으로 한 대규모 관광과 함께 외부로부터 들어온 산업과 경제의 시간에 의해 압도되고 파괴되어 버릴 것이라는 점이다.

 

대규모 관광이나 리조트 개발을 통한 섬의 발전이라는 종래 모델에 대항하여, 이시가키를 비롯한 섬 사람들은 에코 투어리즘을 제창하며 실천해 왔다. 그리고 이미 일본을 대표하는 에코 투어리즘의 모델로까지 성장했다. 그러나 당연한 리조트 개발은 그러한 흐름에 역행하며, 이제까지의 성과를 모두 허사로 돌릴 수 있는 것이다.

 

에코 투어리즘이라는 말이 유행하면서 정작 그 알맹이는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에코 투어리즘의 목적 가운데는 분명 지역의 경제적 발전이라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돈벌이가 우선되어서는 안 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어디까지나 자연환경과 전통적인 삶을 소중히 하는 일이다. 100년, 200년 앞의 자연과 삶을 내다보는, 지속 가능한 투어리즘이어야만 한다. 단기적인 경제 효과를 위해 자연과 문화를 희생시키는 방식은 자신의 목을 스스로 조르는 것과 같은 일이다.

 

관광은 외부로부터 시간을 들여오는 일이다. 특히 대규모 관광객은 자신의 시간을 가지고 그대로 돌아간다. 관광객에 의해 유입된 시간은 관광과 관련되어 생계를 꾸려가는 현지 사람들에게도 침투되면서 그 장소에 본래 존재했던 시간을 무너뜨려 간다. 1년 중 절기마다 벌어지는 수많은 축제와 행사들도 관광의 도구로 전락하기 쉽다. 그렇기에 관광 사업은 어디까지나 부수적인 것이어야지, 그 자체가 주가 되어서는 안 된다. 농업이 중심이 되어 산과 바다로부터 식량을 얻는 전통적인 삶의 기반 아래서, 그 나머지 신간을 활용하여 관광업과 연계시켜야 할 것이다.

 

자연과 더불어 전통문화의 유장한 시간을 소중히 하는 투어리즘. 에코 투어리즘이란 따라서 '슬로 투어리즘'이다. 그것은 자연환경의 보호인 동시에 문화를 지키는 일이라는 것이 이시가키의 생각이다.

 

여행자들에게서도 커다란 변화의 조짐이 발견된다. 짜맞춘 일정에 따라 여기저기 쫓아다니다가 결국 지쳐서 돌아가는 '패스트 투어리즘'에 질려 버린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리오모테 섬 특유의 유유자적한 시간에 빠져 보기를 이시가키는 바라고 있다. 나무 밑에 앉아서 멍하니 섬의 바람을 맞아 보는 시간을 갖는 것은 어떨까? 가능한 한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는 '뺄셈'도 에코 투어리즘의 중요한 방식이니까 말이다.

 

(쓰지 신이치 지음/ 김향 옮김, "우리가 꿈꾸는 또다른 삶, 슬로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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